중국 ‘싱글데이’가 뭐길래, 업체간 싸움 ‘점입가경’
중국 ‘싱글데이’가 뭐길래, 업체간 싸움 ‘점입가경’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라고 불리는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을 앞두고 업체들이 벌이는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JD닷컴(징둥상청)은 신발브랜드 무린선(Mulinsen)을 자사 사이트에서 몰아냈다. 그동안 돈을 들여 홍보해줬는데 무린선이 그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하게 JD닷컴의 싱글데이 판촉활동에서 발을 뺐다는 이유다.
JD닷컴은 판촉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무린선의 결정이 “다른 경쟁 플랫폼이 가한 압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검토한 이메일 내용과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플랫폼은 알리바바 티몰이다.
황웬후이 무린선 전자상거래 사업부 대표는 알리바바 티몰이 제품 판매에 더 유리한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JD닷컴도 조용히 물러서지 않을 심산이다. 3일 JD닷컴은 중국 반독점 규제당국에 판매자들이 JD닷컴의 싱글데이 판촉활동에서 발을 빼도록 알리바바가 압박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알리바바는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JD닷컴이 경쟁에서 지게 되니까 당황한 것이다. 그들은 알리바바에 필적할 만한 고객 및 판매자 경험과 물류 스케일을 제공할 수 없다.”
리처드 리우 JD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금요일 고대 전투복 차림의 JD닷컴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리우 CEO는 “지난해 그들은 자기들이 싱글데이를 만들었으니 우리더러 편승하지 말라고 했다”고 적었다. 비록 알리바바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그들’이라고만 표현했지만 그것이 알리바바를 의미한다는 건 명백했다.
“그러더니 올해는 우리 회사 싱글데이 판촉에 참여하지 말도록 판매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경쟁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경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싱글데이인 11월 11일은 2009년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했다. 독신자들이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며 할인 판매를 한 것. 이후 싱글데이는 모든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유통업계 행사로 자리잡았으며, 판매자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게는 이날 하루 실적이 한 해 매출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는 중요한 기회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싱글데이에 올린 매출은 93억4,000만 달러로 미국 온라인 판매 대목인 사이버 먼데이 전체 매출 26억8,000만 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JD닷컴은 싱글데이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싱글데이에 1,400만 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3년 싱글데이 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알리바바와 JD닷컴 간 싸움은 지난해 기준 거래액 규모 2조8,200억 위안(4,450억 달러)인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시장 중국에서 업체들 간 격화되는 경쟁을 잘 보여준다. 알리바바가 점유율 80%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JD닷컴도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티몰이나 JD몰 입장에선 인기 브랜드를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올 초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알리바바에 충성하면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에 JD닷컴에서 철수했다.
싱글데이를 둘러싼 전자상거래 업체 간 싸움에 판매자들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은 다른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판매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한편 무린선은 JD닷컴에서 퇴출된 다음날 성명을 통해 JD는 신경 쓸 만큼 큰 플랫폼이 못 된다며 다른 브랜드들에게도 JD에서 나올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 입장과는 달리, WSJ과의 인터뷰에서 무린선 경영진은 언젠가 JD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JD닷컴 매출액이 티몰의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무린선 임원은 그것보다는 많다며 “우리한테나 JD한테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JD닷컴과 알리바바 양쪽 모두에서 판촉캠페인을 벌이면 안되느냐는 질문에 황 대표는 답변을 거절했으나, “플랫폼과의 관계에서는 판매자가 불리한 입장”이라며 “중간에 끼인 꼴이다. 이번과 같은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