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제주도 전입자, 밀려올라가는 '땅값'
밀려드는 제주도 전입자, 밀려올라가는 '땅값'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론 사람도 제주도로 보내야 할 듯하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카페·식당·펜션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고 부동산 투자기회를 엿보러 제주도를 찾는 이들도 급증했다. 집값, 땅값이 치솟은 건 당연하다. 이에 제주도를 직접 찾아 현지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기회의 땅' 제주는 지금]<2>제주에 몰려드는 사람들, 왜?]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 만난 70대 노부부는 아침 일찍부터 집 앞 화단을 가꾸고 마을 어귀 도로를 청소하고 있었다. 길을 물으니 집으로 들어와 커피 한잔하라며 반갑게 맞아줬다.
노부부는 원주민이 아닌 지난해 4월 서울 잠원동에서 온 이주민이었다. 여생을 보내기 위해 제주에 집을 마련한 것이다. 교직생활을 하다 은퇴한 이들은 6개월은 서울 집에서, 6개월은 제주에서 보낸다고 했다.
노부부의 집은 섭지코지 등 관광지로 가는 큰 도로가에 위치했는데도 구할 당시에는 3.3㎡당 100만원 안팎인 1억원 초반에 그쳤지만 지금은 시세가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제주에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뿐 아니라 제주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도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제주이민’ ‘제주앓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2009년까지는 제주에 들어와 살려는 사람보다 뭍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제주의 순이동(전출자-전입자) 인구는 1015명으로 전출자가 많았다.
2010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순이동(전입자-전출자) 인구가 △2010년 437명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1112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 9월까지 순이동자 수가 1만597명에 달했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총전입자 수는 7만3476명으로 매달 평균 8164명이 전입했다. 제주의 인구는 2000년 54만2368명에서 지난해 60만7346명으로 6만4978명이나 늘어났다. 전체 인구에 견줘 증가율을 보면 전국에서 세종시 다음으로 제주가 높다.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될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이글루 모습의 펜션 모습.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유도 각기 다르다. 도시생활을 버리고 한적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제주에 터를 잡은 사람이 있는 반면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
최근엔 이효리 등 연예인들이 제주에 산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레지던스, 호텔, 펜션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붐이 일면서 제주 부동산은 경매에 나오기만 하면 수십 명이 경쟁을 벌인다”면서 “이효리, 박지성, 김희애, 설경구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너도나도 제주로 이주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가파르게 오르는 땅값과 개발붐이 대표적이다. ‘제주 2공항’ 부지로 발표된 신산·온평리 일대는 이미 펜션이나 빌라 등의 개발붐으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3분기 제주지역 지가변동률은 2.82%로 대구(2.89%)에 이어 전국 11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제주의 인구이동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연도별 제주지역 지가변동률을 보면 2008년 -0.02%던 게 2009년 0.2%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어 △2010년 1.07% △2011년 0.92% △2012년 1.25% △2013년 1.42% △2014년 3.73%로 상승세를 7년째 이어왔다. 2012년부터 전국 평균 지가변동률을 상회했다.
온평리의 70대 노부부는 “공항입지가 발표되고 주변에서 큰돈을 벌 수 있게 돼 좋지 않느냐며 연락 오는 사람이 많았다”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한테 공항이 무슨 소용 있겠냐”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