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뺨치는 상암DMC 임대료…"장사 안돼 상인들 울상"
강남 뺨치는 상암DMC 임대료…"장사 안돼 상인들 울상"
“임대료는 강남 뺨 칠 정도로 비싼데 장사는 기대만큼 안 된다는 게 문제죠. 점심 때나 좀 북적이지 저녁이나 주말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26일 오전에 찾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일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YTN, JTBC, CJ E&M 등 미디어 기업을 포함해 삼성과 LG 등 대그룹 계열사 건물이 많아 직장인들로 북적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이 곳으로 수학여행을 온 지방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손으로 셀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다. 일부 음식점에만 이른 점심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이 있었지, 상당수 점포들이 개점휴업으로 보일 정도로 한가했다.
◆ 강남역 맞먹는 임대료…권리금 1년 새 4000만~7000만원 올라
- ▲ MBC 상암 신사옥 모습.
썰렁한 상권 분위기와 달리, DMC 주변 상가 임대료는 거대 상권인 홍대를 넘어 강남역 일대와 맞먹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지역별 상가 평균 임대료는 홍대 상권인 동교동이 1㎡ 당 3만원, DMC 상권인 상암동이 3만4300원이다. 서울에서도 비싼 상권에 속하는 강남역 일대(1㎡ 당 3만55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33㎡(10평)짜리 소형 점포만 해도 매달 110만원씩 임대료를 내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DMC 상권은 지난해 6월 MBC가 여의도에서 상암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주변 공인중개소 말을 종합해 보면 권리금이 1년 전에 비해 4000만~7000만원 정도 올랐다.
MBC 사옥 앞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 빌딩의 경우 전용 33㎡(10평)짜리 1층 점포의 권리금은 1억4000만원에서 2억원을 호가한다.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6000만원에 월세 350만원 정도다. 가까운 홍대 상권보다 15%가량 높다고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상암동 S공인 관계자는 “비슷한 면적의 홍대 주변 점포의 경우 권리금 1억원에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 200만~250만원이면 임차할 수 있다”며 “DMC 상가 임대료가 홍대 상권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피크타임 제외하면 손님 뜸해… 주말엔 가게 문 닫는 곳도 많아
- ▲ MBC 상암 신사옥 앞 ‘누리꿈스퀘어’ 빌딩 1층에서 영업중인 상가 점포들.
상가 권리금이나 임대료는 강남역 주변 수준이나 실제 매출은 기대 이하다. 실제로 이날 오전 이 지역 주변 가게들은 점원만 혼자 있거나 한 두 테이블 정도 찬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카페 점원 김정호(26·가명)씨는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보통 시내 사무실 근처에선 식당보다 카페 자리 차지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지만 이쪽 카페는 피크타임 때에도 많이 한가한 편”이라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상업 밀집 지구를 제외하면 아파트가 많은 ‘베드타운’이라 장사가 기대만큼 잘 되는 편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처럼 유동 인구가 많고 상가들이 많아야 상권이 살아나는데, DMC는 1~2개 블록을 제외하면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어 도심 주요 상권처럼 상권이 뜨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사무실 근처라 업종이 음식점, 술집, 편의점 등으로 한정돼, 쇼핑이나 문화 생활 등 여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점포가 부족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상암동 H공인 관계자는 “점심시간 때는 줄 서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가게들도 있는 편이지만 직장인들이 퇴근한 저녁 이후나 주말에는 손님이 뚝 끊기기도 한다”며 “상권이 발달하려면 먹는 것 외에 즐길 거리도 많아야 하는데, DMC 일대는 음식점, 카페, 디저트 전문점 등 요식업종에 너무 치중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회사가 쉬는 주말에는 아예 가게 문을 닫는 곳도 많다. 누리꿈스퀘어 지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8) 씨는 “주말에는 유동 인구가 거의 없어 가게 문을 열어도 인건비조차 안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주말이 되면 아예 문 닫고 쉬는 가게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