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중년의 넋두리..♣

"삼성 인근에서 다 잘된다는 건 옛말이에요"

여행가/허기성 2015. 12. 18. 17:07

"삼성 인근에서 다 잘된다는 건 옛말이에요"

"삼성 인근에서 다 잘된다는 건 옛말이에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삼성생명 사옥 뒷편에 위치한 식당가 골목.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몰려 나오고 있다. /사진=배규민 기자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과 삼성본가 뒷편 식당가 골목. 식당들은 아침장사를 마친 뒤 점심 장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골목에서 1980년부터 35년째 빈대떡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요즘처럼 힘들 때가 없다”며 운을 뗐다.

그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동네서 장사하면 절대 망할 일이 없다는 말이 돌았는데 지금은 장사가 안돼 매물로 나온 가게가 하나 둘이 아니다. 5년 전에는 권리금 2억~3억원에도 매수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권리금이 없어도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장사가 안되면 가게를 내놓을까 한다고도 했다.

삼성그룹 본사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옥을 서초동으로 옮긴 뒤 다른 계열사들이 이전해 왔지만 직원들의 씀씀이가 전과 같지 않다는 게 지역 식당주인들의 설명이다.

"삼성 인근에서 다 잘된다는 건 옛말이에요"
서울시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 전경. /사진=배규민 기자

상인들은 태평로 삼성 금융 계열회사들의 이전 여부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7년 전부터 이 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B씨는 “제일모직 건설 직원들도 내년 2~3월엔 서초사옥으로 간다고 들었다”며 “삼성 계열회사들이 연이어 옮기면 지금보다 매출이 더 줄어들 것 같다”며 걱정했다.

계열사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기간 동안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내년 2월쯤 태평로를 떠나는 삼성물산(옛 제일모직)건설 직원들은 약 800명. 통합 삼성물산은 옛 제일모직 건설과 옛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상인들은 삼성 금융계열사를 대신해 입주할 회사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고깃집을 하고 있는 C씨는 “차라리 시중은행 등 다른 회사들이 들어오면 구내식당이 크지 않을테니 직원들이 외부식당을 이용하지 않겠냐”며 “어떤 회사들이 입주할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인근에서 다 잘된다는 건 옛말이에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바로 앞 건물 1층에 임대문의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이 곳은 원래 한식 뷔페 식당이었으나 지난 주 문을 닫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삼성 계열사들의 경영 악화와 칼바람은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건너편에 위치한 한 식당주인은 “지난해 3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발표 이후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다”며 “퇴근 후 술자리하는 직원들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상일동 강동첨단지구에는 삼성엔지니어링, NICE(나이스), 세스코 등 7~8개의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그는 “삼성엔지니어링 관련 직원들이 다른 기업 전체 종사자들보다 많다. 이 지역 식당 대부분은 삼성엔지니어링을 보고 장사를 시작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상황에 따라 인근 상권은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삼성 인근에서 다 잘된다는 건 옛말이에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사진=배규민 기자
식당 운영이 힘들어 문닫은 곳도 있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과 마주 보고 있는 오피스 건물 1층 창문에는 ‘임대문의’라는 글자가 걸려있다. 당초 이 곳은 한식뷔페식당이었는데 지난주 문을 닫았다.

인근 한 상인은 “임대료도 비싸고 생각보다 장사가 안돼 결국 폐업한 것으로 안다”며 “중심가와 떨어져 있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점심장사인데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옥은 팔지만 건물은 빌려서 사용하지 않겠냐”며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올 수 있다는 보도도 봤는데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