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광장!
가전쇼 접수한 스마트카 ‘이런 기술 본 적 있어?’
여행가/허기성
2016. 1. 19. 11:32
가전쇼 접수한 스마트카 ‘이런 기술 본 적 있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나온 목소리다.
해마다 글로벌 IT업계 풍향계 역할을 하던 세계가전전시회 ‘CES 2016’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카’였다. 가전과 컴퓨터 분야에선 이렇다 할 신제품 신기술이 뜸한 반면, 115곳에 달하는 글로벌 완성차·부품·소프트웨어업체들이 자율주행, 전기차, 사물인터넷 등 미래 자동차 기술 방향을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BMW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차량과 스마트홈을 연동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독일의 폭스바겐과 손잡았다. 포드는 아마존과 중국의 드론기업 DJI를 스마트카 생산을 위한 파트너로 택했다. 스마트카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오토’다. 여기에는 현대차, 아우디, GM,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IT업계에서도 스마트카가 미래 먹거리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
글로벌 IT·車업계 합종연횡 가속
400조원 시장 놓고 주도권 다툼 자동차와 IT 기술이 동반 발전하면서 스마트카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스마트카는 차량을 사물인터넷 등 IT 기술로 연결해 다양한 정보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부터 모바일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원격 차량 관리는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까지 구현한 차량을 말한다. LG전자, 삼성전자, 파나소닉 등 가전업체뿐 아니라 퀄컴, 아마존, DJI 등 각 분야의 핵심 업체가 일제히 차세대 사업으로 스마트카를 지목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기업도 IT업체와 협력하거나 때론 경쟁을 벌이며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CES에선 스마트카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CES에서 자동차 전시 부스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 현재는 가장 중요한 행사장으로 자리 잡았다. 주목받는 기술은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로 완성차업체와 IT업체 간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
스마트카에는 전기차나 자율주행 기술을 필두로 차량용 사물인터넷, 인포테인먼트, 위치 기반, 동작 인식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그만큼 시장 성장성도 기대된다. 완성차업체는 물론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2년에서 내년까지 스마트카 관련 시장이 연평균 7.5%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해외 글로벌 IT기업들은 한발 앞서 관련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애플은 차량용 운영체제(OS) ‘카플레이’를, 구글은 ‘안드로이드오토’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스마트카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T 분야 강자로 급부상한 중국 기업들도 앞다퉈 스마트카 사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 화웨이는 4G 통신 모듈을 미래 차량에 탑재하기 위해 GM과 폭스바겐, 푸조·시트로엥과 같은 자동차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한 번 충전으로 480㎞를 달리는 콘셉트카를 CES에서 선보인 자동차업계의 신예 ‘패러데이퓨처’는 중국 인터넷기업 러스왕(LeTV)의 자웨팅 회장이 길러낸 기업이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모터스에 도전한다는 모토다.
|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는 지난해 12월 BMW 3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자율주행차로 베이징 시내 골목과 고속도로를 최고 시속 100㎞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텐센트는 대만의 가전조립업체인 폭스콘과 협력해 스마트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도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스마트카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최근엔 국내 IT기업들도 이 분야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을 개편하면서 자동차 전장 사업 진출을 위해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단기간 내 전장 사업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초기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보다 앞서 관련 사업부를 두고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엔 GM에 차세대 전기차 부품 11종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포함돼 있다. 커넥티드카를 실현하기 위해 통신이 필요한 만큼 국내 통신 기업들도 스마트카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스마트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완성차와 IT·화학 등 업종 간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과 구글이 BMW, 벤츠 등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과 협력을 벌이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누가 주도권을 쥘지 가능하기 힘들다. 스마트카가 산업생태계를 뒤바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에서 보듯 LG전자는 쉐보레 볼트의 주요 협력사다. 그렇다고 LG전자가 GM의 협력사만은 아니다. LG는 CES에서 폭스바겐과 기술적으로 협력한 전기차 ‘BUDD-e’를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LG의 기술을 활용해 차량 실내에서 스마트 냉장고의 실시간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주행 도중에도 집 안 에너지 절약 모드를 실행시킬 수 있는 차량을 선보였다.
포드는 최근 경쟁사인 토요타, 유통업체 아마존, 중국 드론업체 DJI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토요타와는 포드의 ‘싱크(Sync)’라는 음성 인식 기술 기반의 IVI(인비히클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내 공유하기로 했다. DJI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재난 현장 등에서만 쓰이는 드론을 띄워 지형·도로 인식을 바탕으로 자율주행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동차부품업체 보쉬는 필립스와 조명장치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은 아우디와 손잡고 자동차 반도체칩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7년형 아우디에 스냅드래곤 602A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최신 모바일 반도체칩 스냅드래곤 820을 자동차용으로 최적화한 스냅드래곤 820A 시리즈도 발표했다. 자율주행을 돕는 반도체다.
물밑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합종연횡 과정에서 자동차업계와 IT업계 간 주도권 다툼도 표면화하고 있는 것. 올해 CES서 포드는 구글과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발됐다. 업계에선 스마트카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포드와 구글 간 협력이 불발된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3사는 미국 업체인 구글, 애플과의 협력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구글·애플의 소프트웨어(구글 안드로이드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지도를 장착, 카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꾸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LG전자가 전장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기술력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나 차량용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선 선진국과 맞먹지만 전체적인 설계 기술이나 자율주행 시스템, 센서 등 핵심 부품은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부문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이나 기술 개발이 없으면 글로벌 스마트카의 협업 지도에서 한국 기업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