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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된 한옥마을, 청년 창업자 몰리며 신규 상권 탈바꿈

여행가/허기성 2016. 2. 1. 08:11

90년된 한옥마을, 청년 창업자 몰리며 신규 상권 탈바꿈

서울 익선동 한옥마을, 개성 있는 가게들 속속 모여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낙원악기상가를 지나 종로세무서 뒤편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약 110가구의 한옥이 밀집한 익선동 166번지 한옥마을이 나왔다. 이곳은 온갖 가게가 들어선 종로3가역 대로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20m쯤 떨어져 있지만 한옥 골목길만의 정취가 느껴졌다.

서울 종로구 서촌이나 북촌의 골목보다 더 좁고 오래된 이곳에 젊은 창업자들이 들어서면서 신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한옥을 개조해 가게를 차리려는 사람들 외에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거래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번지는 한옥이 밀집한 지역이다. 사진은 고층에서 내려다본 한옥마을 전경.

26일 오전 눈이 그친 이 골목길에는 한옥을 리모델링하는 인부들과 골목길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인 가게 주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한옥이 많아 전동드릴 소리와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 입소문 탄 상권에 투자자 기웃

익선동 166번지는 1920년대 초 한국 최초 건설업자인 정세권씨가 만든 대규모 주택단지다. 약 100년 정도 된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12년쯤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10년 넘게 표류하다가 지난해에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자격을 반납했다. 현재 건물을 완전히 헐고 새 건물을 지을 수는 없지만 매매가 가능하고 상업지역이어서 가게도 낼 수 있다.

익선동 한옥마을 곳곳에는 개점을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한옥이 많았다. /김범수 기자
익선동 한옥마을 곳곳에는 개점을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한옥이 많았다.

이곳은 2009년에 ‘카페 서울’이라는 한일 합작 영화가 개봉하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영화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정훈의 일본 팬들이 자주 다녀가면서 유명해졌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식당들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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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한옥마을엔 일자형, ㄱ자형, ㄷ자형 등 다양한 한옥들이 있는데,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대지면적 3.3㎡당 시세는 약 2500만원이다. 대지면적이 99㎡인 한옥은 시세가 7억~9억쯤이다.

이명근 종로부동산 부장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던 10년 전만 해도 대지 3.3㎡당 3000만원까지 거래가 됐기 때문에 (지금 가격에 사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는 것”이라며 “대지 99㎡ 한옥의 임대료 시세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50만원 정도이고 권리금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증금이 낮은 이유는 한옥 임차인이 가게 리모델링 비용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비용은 약 1억5000만원이다.

◆ “방문객 증가에 권리금 형성 기대”

이곳에 가게를 여는 사람 중 일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이나 마포구 연남동 등에서 점포를 차린 경험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식당 주인은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았던 연남동에서 점포를 낸 적이 있었는데, 거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권리금을 높게 받은 경험이 있다”며 “이곳 상권도 자리를 잡으면 권리금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이나 종로구 삼청동 등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쫓기다시피 익선동 한옥마을에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다.

익선동 한옥마을에는 경리단길, 연남동 등에서 볼 수 있는 인테리어와 한옥의 정취를 섞은 점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범수 기자
익선동 한옥마을에는 경리단길, 연남동 등에서 볼 수 있는 인테리어와 한옥의 정취를 섞은 점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옥마을 주변에는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 관광객들의 방문도 늘었다. 게스트 하우스 ‘올재’를 운영중인 김효정씨는 “한옥 정취를 느끼러 오는 외국 관광객은 물론 웨딩촬영을 위해 방문하거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며 “약 1년 전부터 점포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젊은 사람들 방문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인 만큼 기존 거주민이나 한옥 소유주들은 70대 이상 노인들이 많다. 이런 곳에 30~50대 투자자들이 몰리고 20대~40대 창업주들이 몰려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북촌과 같은 한옥 상권이 도심역세권 지역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고, 익선동 역시 입지가 뛰어나 유사한 모델로 볼 수 있다”며 “방문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되지 않으면 활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와 창업주 모두 공동체적 의식을 갖고 특색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