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중국 쏠림 가속화.. '위기론' 고개
화장품 업계 중국 쏠림 가속화.. '위기론' 고개
우리나라 화장품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효자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산업 전반이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화장품 수출은 'K-뷰티' 열풍을 타고 폭발적으로 증가해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다만 화장품 수출이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에 편중돼 있어 세계정세 변화 또는 외교적 마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 화장품 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중국으로 41.1%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29.6%보다 11.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화권에 속하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비중이 70.45%까지 올라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 화장품 수출 비중 계속 늘어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국내 화장품 총생산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식약처 자료에서 국내 화장품 전체 생산실적이 8조9704억원(2014년)에서 10조7328억원(2015년)으로 19.64% 늘어날 때 수출 실적은 1조8959억원에서 2조9280억원으로 43.76% 더 크게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수출 성장율은 34.3%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탔다.
그 결과 무역흑자 1조6973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2배로 뛰어 올랐다. 지난해 전체 실적에서 수출 실적 비중은 27.2%로 전년대비 6.1%포인트 증가했다.
화장품 업체들이 해외에 공장을 세워 생산하는 물량까지 고려했을 때 수출이 화장품 업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뒤집어 보면 수출이 줄어들면 국내 화장품 업계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면세점서도 중국인 비중 70.8%
국내 면세점에서도 중화권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호텔롯데가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면세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중국인 비중은 70.8%에 이르러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화장품이 중화권에 수출되는 비중과 거의 같다. 반면 2012년 21.6%에 이르렀던 일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2%로 추락했고 올해 1분기에도 3%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중국이 화장품 수출실적과 면세점 매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이나 중국인들의 소비 경향에 국내 화장품 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Δ외교적 관계 악화 Δ전염병 Δ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천재지변 Δ한류의 인기 쇠락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체계) 배치를 놓고 한중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화장품 수입을 제한하는 등 경제 보복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 'K-뷰티' 바람, 너무 믿지 말아야
국가 간 정치적 갈등도 국민 정서 및 소비 경향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인이다.
일본의 경우 6년 전만 해도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엔 혐한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우리나라 대부분 브랜드가 철수했다. 지난해에도 일본 수출은 전년 대비 34.8% 급감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만에 하나 반한 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적 이슈가 확산되면 K-뷰티 열풍이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K-뷰티 바람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현지 시장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증권신고서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위험 요소를 상세히 알리고 있다.
호텔롯데 측은 "중국 관광객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호텔·면세점 사업은 국제 정세의 변화, 테러 및 각종 자연재해 등 악재가 발생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