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부동산 시장 규제 심해지니..`기획부동산` 우후죽순
부동산 시장 규제 심해지니..'기획부동산' 우후죽순
서울 강남 일대서 성업..갈길 잃은 여윳돈 노려
"무턱대고 오른다는 생각버려야..용도 등 꼼꼼히 확인"
#. 우모(35)씨는 최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기도 모 지역에 좋은 땅이 있으니 사라는 내용이었다. "여윳돈이 없다"는 식으로 둘러댔지만 전화기 건너편 상대방은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끈질기게 투자를 권유했다. 우씨는 "전화로 영업을 하는 게 수상하다고 생각해 찾아보니 기획부동산이었다"고 말했다.기획부동산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실수요 중심의 시장 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내놓은 이후 여윳돈이 토지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것을 겨냥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은 서울 강남 일대에 사무실을 렌트한 뒤 투자설명회를 열거나 전화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야나 농지 등을 그린벨트 해제지역·개발 유망 지역 등으로 포장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을 꾀어 토지를 넘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개발구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농지나 임야를 매입한 뒤 투자자들에게 허위정보를 알려주고 파는 것이다.
김모(38)씨는 "한 업체의 투자설명회에 갔는데 사무실도 고급스럽고 위치도 좋아 사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확한 지번정보를 바탕으로 정보를 모아보니 맹지(盲地)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의심을 하는 경우 인근의 좋은 땅을 보여준 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다른 지번을 기입하는 경우도 있다. 토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개별등기가 아니라 공유지분으로 등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하나의 토지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져 매매 등 권리행사가 어려워진다.
경기 평택 지역의 토지거래 전문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평택은 미군부대 이전이나 삼성 브레인시티·수서발 KTX 등 호재가 많은 지역"이라며 "기획부동산에서 설익은 정보를 들은 뒤 문의하는 이들에게 실상을 말해주면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19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전국 87개 사업지구에서 17조5775억원의 토지보상이 이뤄진다. 2010년(25조4372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14조원)보다 26%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 1조7000억원 수준의 사회간접자본(SOC) 토지보상금을 고려하면 19조원을 넘는 돈이 풀리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눈먼 돈을 노린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토지 투자를 권유받으면 성급하게 계약하지 말고 토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먼저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와 토지이용계획·주변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소유관계와 채무관계·실거래 가격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무턱대고 오를만한 땅에 투자를 권유할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현장을 방문해 토지 상태를 확인하고 소유자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