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는 생존배낭…라디오는 불티, 왜?
안팔리는 생존배낭…라디오는 불티, 왜?
최고 수십만원대 가격 부담에 북핵 위기감에도 구입 망설여
저렴한 라디오로 안도감 찾아
직장인 주진영 씨(가명·34)는 북한의 핵 실험 뉴스를 접한 뒤 휴대용 라디오를 구입했다.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식수팩과 호루라기 등이 들어 있는 '생존배낭(사진)'을 살까도 생각해 봤지만 비싼 가격에 구입을 망설였다. 대신 저렴하면서 전시에 꼭 필요한 라디오를 사기로 했다. 주씨는 "전쟁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도 막상 돈을 쓰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라디오는 전시는 물론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해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라디오 판매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생존 관련 제품 판매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구호물품이 포함된 생존배낭은 최소 6만~7만원에서 수십만 원에 달해 가격 부담이 크지만 라디오는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12일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라디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4% 급증했다. 전주보다는 79% 올랐다. 스마트폰 발달로 라디오의 필요성이 미미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북한과의 전쟁이라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움직임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시에는 휴대폰 등이 작동되지 않더라도 라디오는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11번가에서 판매되는 생존배낭은 일주일 동안 고작 39개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11번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생존 관련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생존배낭을 특가에 판매했지만 판매 증가세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생존 관련 제품은 오히려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 지난 3일부터 일주일간 전투식량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롯데마트의 구급용품 매출 역시 전월 대비 16.2% 떨어졌다.
생존배낭 10여 가지를 판매하는 GS샵에서는 이달 들어 해당 상품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전쟁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에도 정작 생존과 관련된 물품 구입이 적은 이유는 가격 부담 때문이다. 생존배낭 가격은 고가일 경우 40만원에 달한다. 실제 발발할 가능성이 낮은 전쟁을 대비해 이처럼 큰돈을 투자하기를 꺼리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