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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 정책 '확' 바뀐다

여행가/허기성 2007. 12. 20. 21:13

 

2007년 12월 19일 (수) 20:45   머니투데이

이명박 시대, 정책 '확' 바뀐다

[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 이명박 후보의 17대 대통령 당선은 말그대로 '정권 교체'다. 1997년 이후 10년만에 야당에서 여당으로의 수평적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10년만의 정권 탈환이다.

겉모양 뿐 아니다. 내용은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진보'에서 '보수'로, '좌파'에서 '우파'로의 이념적 변화는 오히려 단편적이다. 질적 변화의 폭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출발의 전제가 되는 인식부터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나 이제 '여당'이 되는 한나라당의 평가는 '잃어버린 10년'이다. 1997년 이후 2007년까지 10년에 대한 생각은 냉혹 그 자체다.

구체적 정책에서도 대립각이 뚜렷하다. '감세'와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책, 대기업 정책, 노사관계, 대북 정책, 교육정책 등 단 한 분야에서도 현정부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이 당선자측은 "10년간 이어져온 정책 기조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뿐 아니라 전반적 분위기 변화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당선자의 스타일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 스스로 '워크홀릭'인데다 '컴도저(컴퓨터+불도저)'란 별명답게 추진력이 강하다. 위원회의 회의와 토론을 통해 로드맵을 마련한 뒤 하나씩 해 나가는 게 현 정부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해진 목표를 위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의 핵심 측근은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게 당선자의 생각인만큼 대선 이후 모든 작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 개혁 과제의 경우 취임 1년 내에 승부를 거는 속도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공약을 발표하면서 재원 조달 방안과 함께 정책 추진 일정을 내놨는데 △세제개편 △주택 50만호 건설 △언론 자율성 확보 △대운하 건설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정책들의 법제화 작업을 2008년내에 마무리짓는 것으로 못박았다.

특히 정부 조직 개편은 취임 전인 2008년 2월까지로 선을 그었을 정도다. 이미 정부 조직 개편 시안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속도전'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0년 동안 '개혁'에 지친 국민들이 방향은 다를지라도 한번더 '개혁'에 몸을 맡길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경제 회복'을 당면 목표로 상황에서 단시간내 '성과'를 갈급하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도 문제다. '이명박 특검법' 등으로 '출발'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당선자가 최근 "현 정부가 잘못한 것을 되돌려 놓기 위해 최소 1년이 필요하다"고 '선수'를 쳐놓은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 정부조직

이명박 대통령당선자는 세금을 깎아도 정부조직을 감량하고, 예산집행을 효율화하면 복지분야의 위축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감한 감세 실현의 전제조건이 정부 조직 슬림화라 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당장 2009년 예산을 전체 예산의 10% 수준인 20조원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법정 경비 등을 제외한 예산을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하고, 정부조직 중 늘어난 고위직과 중복 설치된 각종 위원회를 대폭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조직의 경우 이 당선자는 '대부대국'(大部大局)체제로의 축소개편 원칙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캠프 주변에서는 현재 '2원 18부 4처'가 '1원 10부 2처'내외로 절반 가량 조직을 단순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대형국책사업 중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들은 민자사업화하고, 공기업 기능 재검토를 통해 민간이 맡아야 할 공기업들은 과감히 민영화하는 등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혁신할 것을 공약했다.

각종 기금 예산의 효율적 운영도 정부조직 감량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이 당선자는 불필요한 기금의 통폐합과 낭비적 지출요인의 제거를 통해 증가하는 각종 기금지출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금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회계 및 기금의 여유재원을 상호 전ㆍ출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칸막이'식 재정운용에서 벗어나 국가재원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국민연금관리공단 같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의 수 및 규모를 최소화하며, 중복기금이나 유사기금, 유지 실익이 낮은 기금의 통폐합을 추진한다.

이 당선자는 그 동안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과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부응하는 복지정책의 추진시기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균형예산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국가채무 규모를 현행 300조원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기업규제가 줄어든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는 2000년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연평균 2.2%로 줄어든 것은 반기업 정서와 함께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규제를 줄여 기업의 투자환경을 조성하면,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률도 낮아지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등 경쟁선진국에 없는 규제는 철폐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경제력 집중을 막는 규제정책 역시 없애겠다고 밝혔다. 즉 기업규제는 독과점이나 담합, 부당 하도급 방지 등 공정경쟁 촉진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기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경영권 안전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기업관련 규제는 '원칙적 금지ㆍ예외적 허용' 방식을 탈피 '원칙적 허용ㆍ예외적 금지'로 전환해 규제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규제 절차를 명문화해 규제의 일관성을 강화하고, 규제의 취지가 사라질 경우 해당 규제의 폐지가 용이하도록 현행 '규제 일몰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노사관계는 엄정한 '법의 지배' 원칙을 세우고, 노동관련 법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정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현재 전국단위로 이뤄지는 노ㆍ사ㆍ정의 대화채널을 지역별로 전환해 노ㆍ사ㆍ정 타협을 통해 무파업이 실현될 경우 해당 지역에 지방교부세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