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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투자 걸림돌부터 풀어라

여행가/허기성 2008. 4. 17. 11:17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투 트랙 방식으로 개혁키로 했다고 한다.
공장총량제,수도권정비계획법,산업집적법 등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키로 한 것과는 별도로 당장 투자유발 효과가 큰 개별기업 숙원사업은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다.
투자 계획을 세워 놓고도 이런 법, 저런 규정에 발목이 잡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닌 게 현실이고 보면 규제완화야말로 하루라도 빨리 서두르는 게 낫다.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이천공장과 KCC 여주공장 증설 조치만으로도 상당한 일자리 창출과 부수적 경제효과가 기대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력 집중 억제를 명분으로 과도하게 이뤄져 온 수도권 규제의 문제점은 사실 어제오늘 지적돼 온 게 아니다.
꼭 필요한 시설인데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장 신ㆍ증설이 불허(不許)돼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가 하면,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향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해 말 18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도권 규제 때문에 설비증설이 지체된 금액만도 2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이 투자로 옮겨졌을 경우 고용효과가 2만1282명에 이른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과잉규제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 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수도권의 경쟁력과 삶의 질이 세계 78개 광역도시권 중 68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따라서 차제에 과감히 규제를 혁파해 개발 억제의 대상 정도로 간주되던 수도권이 국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牽引車)로 탈바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나뉜 3대권역제를 중장기적으로 폐지하고,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각종 규제도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개별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규제 완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더라도 지나친 난개발이 이뤄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적절히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새 정부의 국토정책 패러다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국토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방향과 역할 분담이 대대적으로 수정될 전망이어서 향후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장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국내 지역 간 제로섬 경쟁’보다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외국 지역과의 경쟁’으로 국토정책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향후 국토정책 콘셉트 변화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 신호탄은 노무현 참여정부가 가장 비중 있게 추진해온 균형발전책의 비판에서부터 시작됐다. 예컨대 169개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지방발전 및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혁신도시 추진계획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며 칼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현재 건설단계에 접어든 세종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물론 기업도시 건설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쳐 향후 재검토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또 이 같은 지방균형발전정책의 대폭적인 수정은 참여정부에서 견지해온 수도권의 역할을 크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규제 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이 방향 전환을 시도, 국토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혁신도시 건설계획의 수정은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10개의 혁신도시건설계획 중 이미 착공에 들어간 도시는 5개에 달하고 토지보상도 70% 이상 진척된 상태다. 게다가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계획이 국토계획에 반영돼 이를 전제로 건설되고 있으며 지방 도시계획도 이를 반영해 수립된 상황이다.

세종도시와 기업도시 역시 마찬가지. 각종 인프라 건설계획이 이를 중심으로 재조정된 상태이다.

따라서 혁신도시나 세종도시, 기업도시 추진계획의 수정은 국토계획 및 도시계획의 재수립에 이어 향후 지방 토지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개발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터를 닦다가 중단된 땅은 물론이고 유망 토지도 뒤바뀌게 되는 등 국지적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던 지방권의 부동산시장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해당 지역으로 이전하려고 계획했던 공기업이 수도권에 그대로 남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시장 영향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초호황상태를 보이고 있는 오피스빌딩시장은 오는 2012년 이후 과잉공급 문제로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이는 2012년 공기업의 지방이전이 완료되는 데다 초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 빈 빌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이 선별적으로 지방에 이전할 경우 당초 우려와 달리 오피스빌딩시장은 침체보다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동안 지방발전을 이유로 억눌려 왔던 수도권의 대변혁 역시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94년부터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3대 권역제로 나눠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권역제를 폐지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가 없어지고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개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수도권 개발이 수월해진다. 관리나 규제 중심에서 성장 개발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셈이다. 이는 현재 82만명에 달하는 용인이 전통의 도시 수원을 앞질러 광역시가 먼저 되고 화성, 성남이 더 크게 변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또 서울의 지역적 재편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외에 역세권 개발 등 도심재생사업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용산 등 신개발지로 인구와 경제력이 재편될 것이다. 이 외에도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인천이 부산을 제치고 국내 제2의 도시로 부상하는 등 도시 간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음지와 양지의 구분이 더욱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