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통사람의 삶에서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경제적 능력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대다수의 국민들은‘내집마련’프로젝트에 돌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어 결혼 후 최대 목표 역시‘내집마련’이며, 그 후엔‘더 넓은 내집마련’으로 발전하고, 자식에게 안겨줄‘집’을 위해 또 다시 베팅을 한 후, 노후를 보낼‘집’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의 일생이다. ‘내 집’을 갖기 위한 고군분투는 평생이고, 재산증식을 위한‘집’을 사들이는 데에도 분주하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1천900만 이상
서울의 집값은 보통 3.3㎡(1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 85㎡도 안 되는 집이 2억4,000만원 이상을 웃돈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면서 서울에 내집을 마련하기란 이제 비현실적인 꿈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는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1천900만 이상이다. 전체인구의 약 43% 가량이‘내집’이 아닌 곳에서 살아간다. 전세계약이 보통 2년 단위로 행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인구의 절반은 2년에 한번씩 이삿짐을 싸야 하고, 잦은 이동은 이사비용을 발생시키며,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동시에 거주 이동에 따른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고도‘내집’이 아닌 남의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선택이 가장 많고, 생활편의 시설을 고려하거나 지하철 개통, 고속도로 신설 등 교통의 여건을 고려해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집’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에도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투자가 과거처럼 고수익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단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인한 주택구입 수요 감소가 부동산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의 주축인 40대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고, 저출산으로 인해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자가 주택이 이미 마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은퇴시기가 점차 앞당겨짐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교외로 빠져나가 도심의 집값도 하락세를 띠게 될 것이라는 예고도 있다. 부동산값의 하락 압력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점차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수명 또한 점점 늘고 있어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이 나날이 높아진다는 예상과 향후 10년 간은 부동산 시장의 양적 팽창 보다는 질적 팽창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기에 부동산을 향한 재테크의 열망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교육과 부동산의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의 집값안정과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는 다방면의 부가적인 요소들도 함께 개선해주어야 하는 특수성까지 고려한다면 부동산의 가치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 부동산의 재산 증식의 가치는 이렇게 분명한 듯 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은 무리해서라도,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을 돈 버는 길로 여긴다. 그러나 『준비하는 엄마는 돈 때문에 울지않는다』에서 저자 권성희씨는 내집마련은 재테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권씨는“살고 있는 집, 단 한 채밖에 없는 내 집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없다. 큰 돈 빌리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고 해도‘내집마련=성공적인 재테크’라는 등식이‘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그는“집을 장만하기 위해 가정의 모든 비용을 올인하게 되면 온 가족의 재정적 미래는 집 한 채에 달리게 된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자금, 아이들 교육비, 부부의 퇴직 후 노후자금 등을 염두하지 않은 채 오로지 집 장만에만 올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동은 미국 사람들의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서 비롯됐다. 무리해서 집을 샀다가 대출금리가 오르자 이자를 갚지 못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의 파산 신청자들 상당수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중산층 부부들이었고, 이들은 환경이 좋은 곳의 비싼 집을 무리하게 대출받아 사들여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 대출이자 연체율이 높지 않아 미국과 같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르는 확률이 미미하지만 미국인보다 더한‘내 집’에 대한 열망이 있기에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한국 전체 가구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2억8112만원이었고, 이 중 76.8%가 부동산이었다. 미국의 경우 총자산 중 부동산 비율은 40%에 불과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집은 주거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
▲ ‘1가구 1주택 국민운동’은 지난 해 출범한 시민운동이다. 주택이 본래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재산증식과 불로소득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을 바로잡고, 국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범국민 운동을 하고 있다. | ||
오성규 공동운영위원장은“우리운동은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갖게 하자는 운동이 아니다. 무주택자를 위한 운동이라면 집 많이 짓자고 하면 된다. 그러나 거주의 용도로 주택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소유를 택하든지 임대를 택하든지 간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주택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다. 매번 오르는 집값 때문에 현재보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본인이 노동해서 번 돈으로 도저히 집장만을 꿈 꿀 수 없는 사람들, 주거약자들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감소시키는 것이 총주택물량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주거약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양과 종류가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오 위원장은“지금은 집을 여러 채 가지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회다. 따라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여러 채 주택을 보유하면 불이익을 가져다 주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주택보급률 100%가 넘고, 이미 수도권 일대에 신도시가 넘쳐나는데 정부는 지속적으로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1가구 1주택 국민운동’은 정부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주택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주택공급률에도 불구하고 자가점유율은 5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서울에 공급된 주택의 53%는 이미 주택을 보유한 가구에게 돌아갔다. 오 위원장은“주택 투기에 대한 철저한 규제가 선행되지 않고는 주택 공급은 투기적 가수요만 충족시킬 뿐 결코 주거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블리스 그룹, 주택에 대한 가치관 변화해야
지난 해 2월 기준으로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 792명의 54.8%인 434명이‘버블 세븐’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434명이 546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평균 1.3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버블세븐 중에서도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에 385명이 거주하고, 이들이 418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가구 1주택 국민운동’에서는 지난해 대선 경쟁이 한창일 당시에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주택을 거주의 용도로만 이용하겠다는 협약을 대선후보와 정치인들로부터 받는 운동을 벌여왔다. 오 위원장은“고위 공직자들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주체이고, 부동산 정책 홍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부동산 소유를 1가구 1주택으로 제한함으로써 부동산 투기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노블리스’들의 솔선수범이 행해지면 투기 풍토를 근절하고‘소유에서 주거로’의 주거문화의식을 확산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진행된 운동이었다. 대선주자 가운데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자들이 가장 먼저 협약에 동참했고, 원희룡 한나라당 경선 후보,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지사, 한명숙 의원 등 범여권의 대선주자들도 협약에 참여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시 이명박 후보측에는 협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집, 이미 차고 넘친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은 모든 가구에 공급되고도 77만 여 채가 남는다.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선 것이다. 다가구주택과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주택공급률은 110%에 달한다.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가구는 104만 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6%지만 이들이 보유한 가구는 우리나라 총 주택의 40%에 달한다. 투기적 용도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를 설명해주는 결과가 된다. 『지금 갈아타면 평생 든든한 대한민국 1등 부동산』의 저자 박상언씨는 부동산에 있어서 투기와 투자를 잘 구별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는“단순히 돈을 몇 배로 불렸느냐가 투자와 투기의 차이가 아니다. 높은 수익을 냈어도 정확한 조사와 시대를 한 발 앞서는 예측으로 미리 가서 기다렸다면 투자가 될 수 있지만 몇 푼 안 되는 수익을 냈어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은 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분당, 일산을 포함한 1기 신도시 5곳과 판교를 포함한 2기 신도시 6곳, 미니 신도시나 뉴타운들을 더하면 15곳이 넘는다. 수도권의 면적이 남한의 11.8%에 해당하는 크기임을 감안한다면 수도권에는 이미 신도시로, 아파트로 꽉 차있는 것이다. 신도시가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교통 혼잡과 체증, 환경적,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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