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주부들> 공식홈페이지에서는 당신이 어떤 타입의 주부인지 알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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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화제로 떠오른 '위기의 주부들'
KBS에서 심야에 방송되던 <위기의 주부들>은 한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오전 시간에 다시 방송하게 되면서 늦은 시간에 시청하지 못했던 주부 시청자까지 끌어 모으며 단번에 주부들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주 봤어요?"
"웃겨 죽는 줄 알았어. 가브리엘 남편이 아내와 바람을 피운 줄 알고 찾아간 사람이 게이였잖아. 그렇게 의심하면서 왜 아내한테는 그리 무심하데? 잡은 고기에 미끼 안준다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거야? 그렇게 예쁜 마누라를 장식품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으니까 바람을 피는 거지. 그러면서 왜 그렇게 의심은 많은데?"
"수잔은 정말 귀엽지 않아? 마흔 넘은 여자도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싶어. 수잔이 마이크와 데이트를 할 땐 나도 소녀처럼 가슴이 막 두근거려. 둘이 잘 됐으면 좋겠더라."
"브리는 자신한테나 가족들한테나 피곤할 정도로 너무나 완벽한 게 병이야. 지나친 완벽주의 때문에 가족들이 숨 막혀 하잖아. 살림 잘하고 뭐든 것에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게 죄는 아니지만. 이혼해 달라는 남편에게 조차 고상함을 잃지 않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할 땐 안쓰럽기까지 하더라."
"아이 넷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리넷도 힘든 아줌마잖아. 한때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이 아이 넷 때문에 완전 포기 상태의 아줌마가 되다니. 과잉행동장애인 쌍둥이들 때문에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인 데다가 남편은 또 왜 그리 자기 생각만 하는지 애들하고 똑같고… 꼭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더라."
"사실 나머지 네 여자도 자살한 메리 앨리스처럼 어느 날 갑자기 권총을 자기 머리에 겨누는 일이 없으리란 걸 누가 장담해. 우린 안 그래? 문득 문득 베란다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단 한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구."
"언니네 집은 이층이잖우. 호호호"
▲ 아름답고 친절한 그녀들. 그러나 섬뜩한 뒷모습을 숨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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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 힘입어 한국 상륙
이렇게 주부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기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은 '위스테리아'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평범했던 주부 4명이 이웃의 자살을 목격하고 난 후,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일종의 미스터리 코믹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2004년 10월 3일 미 ABC 방송을 통해 첫 방송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 5월 22일, 1시즌이 끝날 때까지 전미 시청률 1, 2위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기록을 갱신하며 파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TV인기시리즈인 <섹스 앤 더 시티>가 도심을 배경으로 30대 미혼여성들의 적나라한 성적 담론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면 <위기의 주부들>은 조용한 교외지역에 살며 갓 구운 머핀과 함께 티파티를 즐기는 전형적인 미국 중상류층 40대 주부들이 겪는 이유 있는 일탈과 비밀스런 사생활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위기의 주부들>을 <섹스 앤 더 시티>와 비교해 <섹스 앤 더 서버브>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가브리엘(1975년 생)을 제외한 주인공들의 실제 나이도 40대로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일탈 욕구, 폐인 현상까지 불러
KBS를 통해 한국에 처음 드라마가 방송됐을 때 주부가 대부분인 주시청자들의 반응은 놀랍다, 신선하다, 멋지다, 대단하다 등 갖가지였습니다. 주부들의 감추어진 욕망을 조금씩 드러내 주 시청자 층인 주부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습니다. 반면 방송 두 달 만에 제 남편을 포함한 일부 남성들에겐 너무한다, 이해할 수 없다, 걱정된다 등 반응을 얻었음에도, 주부들 사이에선 그들의 패션을 따라하고 그들의 생각을 연구하는 폐인 현상까지 불러오고 있습니다.
<위기의 주부들> 폐인들은 어디까지나 대리만족이며 보는 즐거움을 강조합니다.
"나도 주부지만 때때로 일탈의 유혹을 느끼지요.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안 그런 척, 모르는 척 할 뿐이지 욕구마저 없다는 건 거짓말이겠지요."
"위기의 주부를 보고 있으면 대리만족이 느껴져요. 딸과 엄마가 남자와의 잠자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거나 아이들 때문에 거의 미칠 지경인 아내가 피임을 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남편에게 주먹을 날려준다거나 아들 같은 십대 정원사를 유혹하고 사랑을 고백 받기도 하잖아요. 때론 좀 과장된 거 아닌가 싶지만 비난하고 싶지 않은 것은 우리들 마음 속에 누구나 그런 일탈의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주부들이 뭐 애들도 아니고 드라마 한 편에 가정을 버리고 외도를 하고 그러나? 그러면 포르노 영화나 잡지 보는 남자들은 다 그렇게 했다는 건가? 웃겨. 마초들은 마초 같은 말만 한다니까."
▲ 브리가 입어 불티나게 팔렸다는 와인색의 300달러짜리 브라와 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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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이 입었던 옷이나 화장법이 미국 주부들에게 대 유행이래. 곧 한국도 그러지 않겠어? 그 옷 입으려면 살부터 빼야겠네. 네 여자 모두 보통들 날씬해야 말이지."
<위기의 주부들>을 시청하면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겉으로는 하나같이 백조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부부일지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나 없는 갈등과 비밀 그리고 크건 작건 교묘한 속임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위기의 주부들>이 주부들에게 큰 공감을 받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비현실적으로 까발리거나 드러내놓기 보다는 모두 다 한 자락씩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 채 겉으로는 평온을 가장하며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총 23편 중 16회가 방송된 <위기의 주부들>은 유선방송의 합세로 점차 시청자 층을 늘리며 세계 각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미 시즌1이 완결된 터라 일부 먼저 본 시청자들을 통해 스포일러성 감상문까지 돌아다니는 상황이지만 이미 알려진 결말에도 불구하고 한번 빠져든 주부들의 일탈과 비밀게임에서 한동안은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