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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드" 는 화끈했다

여행가/허기성 2005. 11. 20. 10:27
'보드카'는 화끈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건 지난 9월 29일. 채 두 달도 안됐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동네북’에서 유럽 강호들의 혼을 빼놓는 강팀으로 변신했다. 2002월드컵 팀 못지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을 변화시킨 아드보카트의 ‘마술’은 무엇이었을까?

■감독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박지성은 17일 출국 전 “훈련기간은 짧았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여기에 대부분 동의한다. 감독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훈련장에서 말뚝을 박은 듯 꼼짝 않고 서서 뒷짐을 진다. 어떨 때는 30~40분 넘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김동진은 “그럴 때가 정말 무섭다”고 했다. “단 한 번도 혼난 적은 없어요. 워낙 말수도 적은 편이고. 하지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갑자기 베어벡 코치한테 뭔가를 말합니다. 얼굴은 웃는 표정이지만 그 순간 선수 가슴은 벌렁벌렁 뛰어요.”

■예습이 철저했다

선수들이 가장 놀란 건 그가 완벽하게 준비하고 한국을 찾았다는 점이다.
최진철은 “베어벡과 고트비 코치 등을 통해 공부했겠지만 선수들의 스타일과 장단점을 너무나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언제나 다양한 포메이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런 아드보카트도 한국 선수들 이름에 ‘영’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이영표·박주영·김영철·김영광) 고생을 했다. 몇몇 선수들로부터 “이름은 못 외우고 달랑 번호만 안다”는 오해도 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김두현은 “발음이 안 좋아서 그렇지 웬만하면 한 글자라도 이름을 부른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지성’, 박주영은 ‘영박’, 정경호는 ‘경’이다. 선수들은 감독에 대해 ‘친절한 아드보카트 씨’란 말도 했다.
조원희는 “본프레레 감독과 달리 칭찬으로 사기를 높이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실수를 해도 “그래, 새로운 시도가 좋았다”며 기를 살려준다는 것이다.

■그는 달변이었다

멋진 연설로 선수들을 사로잡는 것도 아드보카트 감독의 특기. 지난 12일 스웨덴 전에서 김영철이 헤딩골을 넣자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이런 멋진 골도 터뜨릴 수 있다는 데 감동했다”고 말해 사기를 북돋았다.

16일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전이 끝난 뒤에는 “올해 마지막 경기를 멋지게 끝내줘서 고맙다”며 “당신들이 자랑스럽다”는 말로 선수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천수는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도 대단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 수 위인 것 같다”며 “크게 혼내지 않아도 말 한마디로 선수들을 통제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