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내에게 절 올리는 행복한 남자 | ||||||||||||||||||||||||||||||
[오마이뉴스 전영준 기자] 절기는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이다. 가을을 타는 걸까? 딱히 누구랄 것 없이 그저 사람이 그립다. '그래, 오늘은 그 이를 만나자.' 문득 지난 늦봄 어느 문학모임에서 만났던 한 얼굴이 떠오른다. 전화로 약속을 하고 곧장 차를 달렸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통도사 쪽을 향해 달리다 용연초등학교를 지나 녹동마을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 이르니 경부고속도로가 가로지르는 산자락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흰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도자기공원-자연과 사람은 한 몸'
'행복동산 / 온 지구인의 가족동산 / 김동흥ㆍ최영자 가족의 집' 마치 어딘가에서 옮겨다 놓은 산인 양 위 끝이 뾰족하고 밑바닥이 널찍한 한 바윗돌에 새긴 글귀가 눈에 띈다. 곁에 있는 또 다른 바윗돌의 글귀도 눈길을 끈다. '머리에는 좋은 생각 / 가슴에는 좋은 마음 / 몸에는 바른 행동' 아내는 '사장님' 남편은 '마당쇠' 만나보지 않아도 이 집 주인장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하다. 이것저것에 홀려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인기척을 들은 김 회장이 문을 열고 나와 반색을 한다. "저는 이 도자기공원의 마당쇠고 아내가 사장님입니다. 남들이 안 듣는 데서는 '사장님'이라고도 하지 않고 '중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아내에게 대표이사를 맡긴 것은 그냥 겉치레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 꾸미기에 남다른 재능을 지녔던 사람이라 이 사업을 떠맡아나갈 충분한 자질과 역량이 있고, 사실 이 사업을 잘 번창시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바깥일을 보러 나갔는데 사업관계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비롯해 각종 대외활동에 늘 분주합니다." '아뿔싸, 오늘 내가 천하의 팔불출을 만나고 있구나!' 짐짓 속으로 자탄을 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이가 어찌 그리 아내를 극진히 공경하는지 이해가 간다. "요즈음 같았으면 제가 장가갈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시할머니에 시아버지, 시어머니, 거기다 시누이가 여섯이고 신랑이란 작자는 장남에 외동이니… 모든 악조건은 다 갖춘 셈이었지요. 그런데도 내게 시집와서 군소리 한 마디 없이 어른들 잘 공경하고 자식들(1남 2녀) 훌륭하게 키워 놓았으니 천날만날 업고 지내도 모자랄 판이지요." 결혼 초부터 아침에 일어나 어른들께 먼저 문안인사를 드리고는 아내에게 절을 올리는 일을 지금껏 해 오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온갖 불리한 조건을 다 갖춘 자신에게 시집와 준 것이 고마워 그랬다고는 하나, 본시부터 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삶에 임하는 남다른 특별한 인생관을 갖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으랴.
자연의 소중함 일깨우는 '체험프로그램' 지금은 '고객감동'이라는 말이 어디서나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도자기공원 말고도 스티로폼 폐자재를 재활용해 이를 다시 자원화 하는 사업체인 '흥욱상사'도 경영하고 있는 김 회장은 '고객감동'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의 기업경영에 '고객감동'을 실현해 왔다. 1976년부터 도자기공방을 열어 도자기를 빚어온 김 회장이 6년 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곳을 도자기공원으로 꾸민 것도 힘겹고 고달픈 세상살이에서 점차 '감동'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충만한 '감동'을 안겨주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전국 도처에 유원지도 많고 각종 위락시설도 많지만, 정작 어른들이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은 없습니다. 물론 가족단위의 휴식처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요. 우리 도자기공원에는 전시장과 체험학습장 외에도 자연과 더불어 숨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 뒤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황톳길 산책코스를 비롯해 산림욕장, 민속놀이장 등 자연휴양림에 못지않은 다양한 쉼터가 조성되어 있지요. 또한 자연을 벗 삼아 하루쯤 쉬어가기를 원하는 가족들을 위해 방갈로와 펜션도 갖춰 놓았습니다."
이처럼 '도자기공원-자연과 사람은 한 몸'이 널리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도자기체험교실' '천연염색교실' '천연비누 만들기 교실' 등 이곳에서 펼치고 있는 갖가지 체험프로그램이 단단히 한몫 했다. 체험프로그램은 유치원 원아들에서부터 각급 학교의 학생들, 주부모임을 비롯한 각 단체의 회원들, 외국인 관광객 등 누구에게든지 개방돼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제1회 APEC 청소년 과학기술리더 캠프에 참가한 브루나이, 캐나다, 홍콩 등 10개국 청소년들이 이곳을 방문해 우리 고유의 전통염색과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주말을 이용해 기업체 연수가 많고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에게는 '가족토론회'를 벌이게 해 토론을 잘 한 팀에는 상으로 도자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도자기공원'을 수식하는 '자연과 사람은 한 몸'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회장 부부는 '자연을 아끼고 흙의 소중함을 깨달아 자연과 사람이 한 몸이 되는 마음가짐'을 삶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도자기에 입히는 유약도 천연염색을 위해 염료를 추출하고 남은 잎과 줄기, 뿌리 등의 자연소재를 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단순한 지식습득만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된다. "늘 미소를 띤 얼굴을 지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살면 가정도 평화로워지고 사업도 번창하지요. 또 즐거운 생활은 건강과 직결됩니다. 입 꼬리가 귀밑으로 올라가면 기도가 크게 열리고 그만큼 호흡도 편안해 집니다. 따라서 항상 웃고 살면 병도 찾아오지 않지요." 웃음은 행복 바이러스 올해 쉰둘, 인생 오십 고개를 넘어선 김동흥 회장.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나이를 아직도 한창 혈기왕성한 서른일곱이라고 믿고 산다. 그런 양 그렇게 믿고 살아서 그런지 실제로 그에게서는 삼십대 청년의 열정과 에너지가 분출된다. 웃음 예찬론자인 그는 이녁 혼자만 웃고 즐기려하지 않고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파하고 즐거움이 가져다주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린다. 특히 팔순의 아버지를 웃겨드리는 것은 그의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노령의 아버지 앞에서 마치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온갖 우스갯소리로 재롱을 떨고 나면 팔순의 아버지도 함께 어린 아이가 된다.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어떤 보약보다도 더 효능이 좋은 보약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들은 하루도 아버지 앞에서 하는 재롱을 빠트리지 않는다.
처음 공방을 열었던 때로부터도 어느새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김 회장이 도자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숲 속에 집을 지어놓고 남몰래 도자기를 빚어본 것이 도자기에 눈을 뜬 계기였다. 그동안 경상남도 공예품대전 특선과 동상을 비롯하여 제32회 전국공예품 대전 입선, 제33회 입선ㆍ동상ㆍ특별상, 제34회 입선, 중소기업 진흥공단 주최 일본도자기 전시회 최고인기 상품 선정, 후쿠오카 한일교류전 대상 등 무수한 수상경력과 각종 이름의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도자인생에 대해 후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람을 안겨주는 일은 이곳을 찾아왔던 사람들이 돌아갈 때 마음 속 가득히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말을 하는 내내 김동흥 회장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철철 넘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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