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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말말말

여행가/허기성 2005. 12. 26. 21:35
2005 말 말 말 ‘상생보다 상쟁’



2005년 각계에서 쏟아진 말에는 우리 사회의 과제와 갈등, 그리고 화해의 몸짓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생보다는 상쟁이 더 많았고, 이런 한 해를 교수들은 위에는 불, 아래는 물이 있는 것처럼 반목했다는 ‘상화하택(上火下澤)’으로 요약했다.

-盧대통령 “하늘이 두쪽나도 부동산 잡겠다”-

2005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다짐과 함께 시작됐다. 노대통령은 1월13일 연두기자회견에서 “2008년쯤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리고 2010년에는 여러 지표에서 선진 경제에 진입할 것”이라며 희망으로 문을 열었다. 반면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참여정부 2년은 잃어버린 2년”이라며 정부가 경제를 소홀히 했다고 비난했다.

부동산 정책은 올 한해 갈등의 대명사였다. 노대통령은 7월17일 국회의장 초청 5부요인 만찬에서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총리는 부동산투기를 “사회적 암”으로 규정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한나라당을 향해 “2%의 투기꾼과 2% 부자를 위한 2% 정당”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앞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6월15일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군청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강남 아줌마들이 정부 사람들보다 더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검찰 개혁과정에서도 유행어가 쏟아졌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10월24일 “1976년 이후 검찰이 변한 것은 타자기 자리에 워드프로세서가 놓이고, 나무책상이 철제책상으로 바뀌면서 계장 한명 늘어난 것뿐”이라며 검찰 혁신을 강조했다.

-문희상 “태풍불때 까불단 쓰나미에 쓸려간다”-

노대통령은 지난 여름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 권한의 절반 이상도 내놓을 수 있다”며 ‘대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8월 “연정이라는 얘기를 꺼내서 성공한 사람은 배연정(코미디언)밖에 없다”고 비꼬았지만, 노대통령은 같은달 25일 “(한나라당이) 연정 그 정도 갖고는 얽혀서 골치 아프니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해보겠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숱한 ‘설화’를 불렀던 노대통령은 9월 외국순방에 오르면서 “대통령이 비행기 타고 외국 나가니 열흘은 조용할 것”이라며 비난 여론을 수용했다.

그 사이 지난 4월 “해장국처럼 국민의 속을 확 풀어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내놓았던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 의장은 재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문의장은 9월 민심 이반을 거론하며 “태풍이 올 때는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최선이고, 까불다가는 쓰나미에 다 휩쓸려간다”고 말했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11월27일 ‘대선 낙관론’을 비판하며 “박근혜, 이명박씨가 대통령된다고 나라 망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반(反)한나라당원과 비(非)민주노동당원이 모인 여집합 정당”이라고 말했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경기도가 포기한 후보 ‘경포대’-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어떤 여우가 열심히 기도해 사람이 될 뻔 했는데 다시 여우가 됐다”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비난했다.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교 교장이었다면, 노대통령은 대학 총장 격”이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6월2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차기 대통령은 대졸자여야 한다”고 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7월12일 대통령이 경제를 챙기지 않는다며 “‘경포대’라는 신조어를 아느냐.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은 “‘경포대’는 경기도가 포기한 대통령 후보”라고 되받았다.

- 전여옥 “盧대통령이 老대통령 입원시켜”-

도청 파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11월16일 민주당 지도부 면담 도중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고 별일이 다 있다”는 탄식을 하게 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8월11일 국민의 정부에서도 도청이 있었다는 검찰 발표 이후 김전대통령이 입원하자 “노(盧)대통령이 노(老)대통령을 입원시켰다”고 촌평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10월18일 ‘전·현직 검사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제기한 뒤 “나의 행동이 공익에 반하고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을 공개했다면
면책특권을 포기하겠다. 스스로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헌정 사상 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수사를 하지 말라거나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 인권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다툼이 한창이던 6월3일 “대한민국에 없는 두가지는 ‘
다케시마’와 ‘경찰 수사권’이다”라고 검찰을 공격했다.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3월 취임 연설에서 “농업은 나이들어 힘빠진 어머니와 같다”며 농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회장은 7월22일 ‘형제의 난’ 직후 “두산그룹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박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비굴한 이익보다는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며 북한의 김윤규 전 부회장 복귀 압력을 이겨낸 현정은 현대회장은 “금강산관광도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다”며 성공을 약속했다.

노대통령은 7월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실시 방침에 대해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보겠다는 게 가장 나쁜 뉴스”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대학 입시 문제를 정부 부처에 보고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황우석 교수는 줄기세포 파문이 일기전 ‘명언’도 많이 남겼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우리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달력에 따라 연구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누구의 딸인지는 잊어달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과거사 논란이 일던 1월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진실 규명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다음날엔 “내가 누구의 딸인지 잊어 달라”고 말했다.

박대표는 3월 행정도시법 논란으로 비주류측에서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자 “내 사전에 재신임이란 없다”고 일축했다. ‘공주’라는 지적에 대해선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주를 본 적이 있느냐”고 농담으로 넘겼다. 개정 사학법을 두고는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당 김문수 의원은 “한나라당은 웰빙 기득권 집단”이라고 자아비판을 했고, ‘구원투수론’을 앞세웠던 강재섭대표는 “한나라당은 몰락한 부자 가문이며, 자수성가해 다시 가문을 일으켜야 하는 ‘토지’의 최서희와 비슷하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해찬 총리는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뉴라이트’측이 세력화하자 “뉴라이트 운동은 의식의 지체 현상”이라고 비난했다.

-영화 ‘동막골’“마이 아파”-

영화나 개그 등 문화 영역에서도 숱한 말이 쏟아졌다. 영화 ‘
친절한 금자씨’의 여주인공 이영애씨가 자신을 선도하려는 목사에게 쏘아붙인 “너나 잘하세요”나 ‘웰컴투 동막골’의 대사인 ‘마이 아파’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번쯤은 입에 올렸을 만큼 애용되는 말이 됐다. 개그맨 장동민의 “그까이꺼~ 뭐 대충~”이나 컬투의 “그때 그때 달라요” 등은 촌철살인의 사회 풍자어가 됐다.

전역 20여일 만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숨진 윤여주씨는 “이제는 저를 놓아줘요. 아버지 미안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지난 2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영화배우 이은주씨는 유서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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