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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성공할수록 건강하구오래산다

여행가/허기성 2006. 2. 25. 21:02
성공할수록 건강하고 오래산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파리 뒷골목 다락방에 사는 자유분망한 시인 로돌포와 수를 놓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여인 미미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로돌포는 스스로 택한 가난 속에 행복을 즐기는 ‘정신적 백만장자’이고, 미미는 빈곤에 허덕이며 폐결핵까지 앓는 비련의 여인. 둘은 사랑했지만 이들의 가난은 죽어가는 미미를 살려내지 못했다. 미미는 결국 추운 겨울 숨을 거두고 로돌프는 싸늘한 그녀의 시신을 안고 서글프게 흐느끼며 막이 내린다.

관객들이 감동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향할 때 객석에 남은 한 의사는 생각에 잠긴다. 왜 미미가 죽어야 하지? 둘은 모두 가난했고 추운 아파트에서 함께 배고픈 인생을 버텨 냈는데…. 그래, 이들의 가난에는 차이가 있었던 게야.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단순히 가난의 문제가 아니야. 로돌포에게는 자율성이 있었어. 그는 가난한 삶을 스스로 택했지만, 미미는 그러지 못했지. 로돌포의 사랑과 자유는 생명을 구했지만, 미미의 고독과 질병은 생명을 앗아간 거야!





마이클 마멋 지음/김보영 옮김/에코 리브르/1만8000원


이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요소가 건강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 분석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과 사랑, 사회관계 등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이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저자 마이클 마멋은 런던대 공중보건학 교수이자 국제건강사회센터(ICHS) 소장. 그는 건강과 행복감에서 사회적 지위와 성취감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부가 건강과 수명,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 요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건강을 위한 최소 조건만 해결되면 돈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별 비교에서 드러난다. 2001년 미국 흑인의 1인당 평균 소득은 2만6000달러.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평균 수명은 71.4세로, 소득이 9460달러인 코스타리카(77.9세)나 5259달러인 쿠바(76.5세)보다 낮다.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
행복지수’ 역시 매년 최빈국 방글라데시보다 휠씬 낮게 나타난다.

70여년간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의 수명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는 못 받은 배우보다 평균 4년을 더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영화에 출연했거나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 못한 배우들은 경제력이나 경력 등에서 수상 배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인 것은 헐리우드 배우로서 최고 영예인 아카데미 수상 여부, 즉 ‘성취’뿐이었다.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평등에 대한 심리적 경험이다. 저자는 개개인이 삶에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갖는지를 나타내는 ‘자율성’과 사회에 얼마나 ‘참여할 기회’를 갖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둘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경험은 뇌를 자극하고, 이는 신체기관에 심각한 영향을 줘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마멋은 “한번 치료받은 환자들이 똑같은 신체적·정신적 문제로 반복해서 병원을 찾는다. 이는 질병 치료 외에 뭔가 더 큰 사회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배력과 사회 참여 가능성의 정당한 분배는 건강의 평등한 분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 책을 통해 뚜렷한 ‘방법적인’ 처방 내놓지 않아 아쉽다. 스스로 밝힌 대로 ‘앞으로 과제에 대해 명백한 의미를 던질 뿐, 자율성와 참여기회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각각의 문화와 사회에 맡기고’ 있다. 단지 어린이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와 직장인의 직권·보상 확대, 노약자와 사회공동체 간 교류 접촉 증가 등 보편적인 실천 과제만 내놓는다. 그리고 신뢰와 협력 등
아시아적 가치를 중시하는 일본의 독특한 기업문화와 가난하지만 공동체적 협동과 포용으로 평등한 건강 풍토를 조성한 인도 케랄라주 사례 등에서 희망을 찾는다.

그럼에도 저자가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
타이타닉호가 난파될 때 익사할 확률은 승객 등급에 따라 다르다. 3등칸보다는 2등칸, 2등칸 보다는 1등칸 고객이 익사할 확률이 낮다. 돈이 없어 낮은 등급 객실에 탔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더 빨리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등칸 손님이라고 2, 3등실 사람이 익사하는 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승객을 위한 구명정은 실을 수 없더라도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지 않도록 항로를 바꿀 수는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승객의 평균 수명은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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