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영혼이 내 몸속에 들어와 있으면 여러 모로 빙의된 당사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적(性的)인 문제다.
동성애는 유전 혹은 호르몬의 부조화 등 생물학적 요인에서 기인한다는 이론도 있고, 이성과의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이 동성애를 불러온다는 이론도 있으나 정설은 없다. 정신세계를 다루는 나는 동성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성적도착증을 좀 색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다. 여기에는 빙의도 한몫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5년 전, 여름의 일로 기억한다. 해가 설핏하게 기울었을 무렵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수련원으로 들어왔다. 처음 그를 본 순간, 나는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에게서 스며 나오는 차가운 기운 탓이었다. 산 사람의 몸에 죽은 사람의 혼이 실리면 대체로 찬 기운이 나오는 법이건만…. 빙의라고 직감했지만 나는 우선 사내를 자리에 앉혔다.
사내는 뭐가 그리도 힘이 드는지 쭈뼛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았다. 나로선 지금껏 별별 사람을 다 본 적이 있는지라 어떤 말을 들어도 놀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먼저 채근할 수야 없는 노릇이었다.
“저 선생님, 제가 정신과 치료도 받고 뭐 그러긴 했습니다만….”
“네 그런데요.”
나는 사내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그러니까 제 문제는… 선생님, 저는 어찌된 영문인지 남자 속옷을 입으면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자 속옷을 입어야 맘이 편하니 이를 어쩝니까.”
한번 말문이 열리자 사내는 일사천리로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여자 속옷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고교 1학년 때부터였다. 당시에는 여자 속옷을 살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러 갈 용기도 나지 않아 빨랫줄에 걸린 속옷을 훔치는 것으로 만족했다. 훔친 속옷을 차곡차곡 모으면서도 본인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때가 때인 만큼 성적인 호기심이 남보다 좀 강한 편이려니 여긴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런 버릇은 사춘기가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차츰 훔친 속옷을 거울 앞에서 입어 보게 되더니 대학 시절에는 아예 속옷을 입고 외출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면서는 그 횟수도 잦아져만 갔다.
결혼 뒤에는 아예 매주 한번씩 란제리 가게를 찾아가 여자 속옷을 고르는데 어느새 행동마저 여성스러워졌다. 무슨 놀라운 일을 당하면 자기도 모르게 어머 소리가 튀어나오니 이런 낭패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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