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계약서 받고 집 증여” 부모는 세금 부담 덜어
아이 안낳겠다던 며느리 “집 준다” 하자 출산 작전
서울에 사는 은퇴 생활자 김모(65)씨는 얼마 전 장남에게 50평대 강남 아파트를 물려주면서 ‘효도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 형제 간에 재산다툼이 나면 재산 증여를 무효화하며, 증여기간 이자까지 덧붙여 되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씨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고 재산을 미리 물려주는 것”이라며 “계약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자녀에게) 푸대접받지 않으려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집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효(孝)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도를 잘해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생활비도 벌고, 부모는 불어나는 부동산 세금을 피하면서 효도도 받는 것이다. 우리은행 등 발 빠른 금융회사는 효도 계약서와 관련해 고객 컨설팅을 시작했다. 권오조 우리은행 세무팀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아무 조건 없이 거액을 물려주면 재산을 함부로 다루기 쉽고, 나중에 늙어서 홀대받을 수도 있다”며 “효도 계약서는 가족 간의 정(情)이 메말라서라기보다는 재산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병원장 최모(66)씨는 며느리들이 집에 찾아올 때마다 50만원어치 신권 다발을 손에 쥐어 준다. “아이들 학원비에 보태 쓰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최씨는 “이렇게 했더니 주말만 되면 며느리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여·33) 대리는 결혼 5년 만에 뒤늦은 ‘출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결혼 초기엔 시댁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시어머니의 돌발 제안에 마음이 바뀐 것이다. “아이만 낳아 주면 강남 아파트 명의를 너희 앞으로 돌려 주마.” 김씨는 “남편과 둘이 벌어도 강남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사려면 앞으로 15년 이상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고집을 꺾고 시어머니 말씀을 듣는 게 최고의 재테크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