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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지구가 고장난 것일까?

여행가/허기성 2007. 3. 4. 19:46




엘니뇨 영향으로 볼리비아에 최근 홍수가 났다.


2006년초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에티오피아. (경향신문)
즉 극과 극의 양상을 보인다.

더운 나라인 인도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추위로 최근 80여 명이 사망했고, 네팔도 기온이 예년보다 크게 떨어지며 30여 명이 숨졌다. 방글라데시도 수은주가 크게 떨어지면서 50여 명이 죽었다. 이에 비해 미국 뉴욕에서는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12월에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지난 1월6일에는 기온이 22.2℃까지 올라가 반팔 반바지 차림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불과 2주 후에는 영하 20~30℃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한파로 얼어 죽는 사람들이 나오기까지 했다. 서유럽은 이번 겨울에 봄 같은 날씨가 계속되다 지난 1월 말 갑자기 한파와 폭풍우가 몰아쳐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구온난화로 재앙 우려 정녕 ‘지구’라는 ‘기계’가 고장난 것일까.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최근에는 기상학자들이 지구온난화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지구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것. 지구온난화란 인간의 산업활동 등으로 대기중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가 많아지면서 지구에 복사된 태양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20세기에 나타난 기후 변화 중에서 가장 뚜렷한 것은 알프스나 킬리만자로 등 고산지대에서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또한 지역에 따라 홍수나 가뭄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도 지구온난화와 분리해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IPCC(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의 네 번째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보면 지구촌민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보고서는 2100년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1.1~6.4℃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20세기에 지구 평균기온이 0.76℃ 오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이렇게 기온이 올라가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도 0.18~0.59m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21세기말에 북극 빙하가 완전히 녹아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백년 이상 온난화로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7m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백년이 지나면 지구촌이 물바다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저지대는 물에 모두 잠긴다. 수십㎜의 폭우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가 나는 것을 감안할 때 지구의 해수면이 7m 상승하면 ‘노아의 방주’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고온극한, 열파, 호우의 빈도가 늘고, 태풍의 세기도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즉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이 많아져 강수량이 증가하고, 더불어 태풍의 강도가 세질 것이란 설명이다. 결국 태풍의 피해가 더욱 심각해짐을 엿볼 수 있다. 허리케인이 미국에 몰아칠 때마다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보고서의 내용대로 기상이변이 발생한다면, 후손들은 큰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엘니뇨도 기상이변의 원인 엘니뇨도 기상 이변의 주요 원인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페루와 에콰도르의 국경 지역에는 매년 12월 북쪽으로부터 난류가 유입돼 연안의 해면수온이 상승하고, 이 난류를 따라 평소 볼 수 없던 고기가 돌아와 페루 어민들이 하늘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크리스마스와 연관시켜 ‘그리스도의 아이’라는 의미를 가진 엘니뇨(El Nino)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엘니뇨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상이변을 초래해 지구촌에 많은 불편을 가져다주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 이변은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으나 엘니뇨에 의한 기상이변은 인과관계가 밝혀졌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엘니뇨는 2~7년 주기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에는 1998년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해 20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엘니뇨가 돌아오고 있다. 최근 지구촌을 강타한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보다는 엘니뇨가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아프리카 등에는 극심한 가뭄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대홍수가 덮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는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분명 재앙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미리 예측을 하면 손실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기상청은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기상이변은 과거에도 계속 있던 현상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여기에 맞서 잘 대처해왔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다. 과연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가 ‘노아의 방주’ 같은 사태가 터질까. 지구촌 전역에 폭우가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기듯이, 극지방 빙하가 녹아 온 세상을 물바다로 몰아넣을까.

만약 IPCC 보고서대로 2100년에 해수면이 최고 59㎝까지 올라가면, 매년 0.5~1㎝씩 상승하는 셈이다. 연세대 조영일 명예교수(화공학)는 “서해안 간만의 차가 9m”라며 “매년 1㎝ 정도는 인류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방파제 등을 쌓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빙하의 가장자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자연 현상인데, 이를 빙하가 녹는 것으로 오해한다”면서 “‘사이언스(Science)’ 논문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경우 연간 0.0004%가 녹아 100년에 0.4% 녹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아의 방주’가 필요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지구온난화 과장됐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질까. IPCC 4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IPCC는 1997년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채택, 화석연료의 대량 소비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6종을 온실가스로 규정하고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IPCC는 1988년 WMO(세계기상기구)와 UNEP(유엔환경계획)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세계 각국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으나 IPCC 설립을 주도했던 세계 최강국 미국은 도중에 탈퇴했다. 현재 IPCC의 보고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기상청 신순호 기후정책과장은 “전세계 130여 개 나라 2500명의 과학자들이 6년간 참여해 만들었다”면서 “보고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지구온난화는 수치적으로 명백한 현상이다. 20세기에 0.76℃ 상승한 것이 근거다. 그렇다면 과연 지구온난화가 앞으로도 이어질까. IPCC는 당연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기는 하다.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20세기에 지구가 뜨거워진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하지만 IPCC가 주장하는 것처럼 온실가스에 의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런던의 싱크탱크인 국제정책네트워크(International Policy Network)와 워싱턴D.C 조지 C. 마샬 연구소(George C. Marshall Institute)가 영국의 과학동맹(Scientific Alliance)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지구적인 기후상승은 대기의 이산화탄소 양의 증가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CEI(Competitive Enterprise Institute)의 한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연구소(www.cei.org)는 지속적으로 반(反)지구온난화설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

지구온난화설이 다수설이 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그전까지는 지구냉각화설이 주류였다. 지구냉각화설은 성층권이 먼지로 오염되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구름이 많아져서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가 감소해 지구가 식어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지구온난화설이 급격히 힘을 얻었다. 특히 1988년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이후 다수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은 많아졌지만 1940~1970년대에는 오히려 평균기온이 떨어진 점 등 석연치 않는 부분도 있다. 지구온난화가 과장됐다는 얘기다. 일부 과학자들은 20세기의 기온 상승은 간빙기(빙하기 사이)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