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라지를 많이 사다두고는 겨울이라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미처 손질도 못하고 그냥 뭉쳐두었더니 일부는 서금서금 썩어간다.
약으로 만들 생각아니면 온 겨울 지나면 상하고 말 것을, 에혀~
감기후유증으로 남은 기침 바람에 봉지를 끌렀다. 들여다 볼 때는 모르겠더니 물에다 넣어 씻으려니 그렇구나! 아까워라~
해마다 이맘때면 기침에 시달리는 나...
올해는 어찌 잘 넘기나 했더니 예외 없이 찾아왔다.
약간 이상한 기미가 있었는데 감기를 달고 북해도를 다녀왔으니 북해도 폭설과 혹한 속에서 감기가 더치지 않고 배기겠더냐?
그러고 보니 겨울만 되면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모자에 마스크에 둘둘 말아서 무장하고 다닌 사진이 많더구나!
그렇듯 겨울이면 항상 불청객인 감기가 찾아왔고 그 후유증인 기침 속에 괴로워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다가도 나오는 심한 기침에 며칠밤 잠을 덧들였다.
나만 그러면 괜찮겠지만 곁에 주무시는 아빠가 더 괴로우시지... 미안스러움에 안방을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출이 아니라 방출(?)을 할 생각에 앞서 히든카드로 기침약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얼마나 기침이 심한지 가슴께가 화끈거리며 따가웠고 기침을 할 때마다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감기만 들었다하면 기침이 오래가서 재작년에는 엑스레이까지 찍었고 작년에는 이비인후과를 다니다가 약에 지치고 취해서 혼몽 중에 환자 아닌 환자로 겨울을 보낸 생각에 병원도 함부로 가지를 못하겠고 시럽을 사서 먹었지만 효과는 그저 그랬다.
아마 어려서부터 엄마는 기관지가 약했나보다.
옛날 외할머니는 갱엿에다가 콩나물을 얹어 그 물을 마시게도 해주셨고 배에다 황토를 잘 발라서 구워서 즙을 먹게도 해주셨다.
뭘 어떻게 넣는지 어렸으니 기억에는 없지만 황토를 발라서 불 속에서 구웠다가 황토를 깨내고 그 안에 고인 배즙을 떠먹여 주셨는데, 왜 싫다고 맛없다고 그렇게 애를 먹여드렸는지...
오븐에다가 배를 구워 보기로 했다.
세상은 변했으니 참으로 편한 세상이긴 하다. 황토를 바르지 않아도 되고 별도로 불을 지피지 않아도 되니,
도라지와 꿀을 넣고 배 뚜껑을 덮고는 호일로 꽁꽁 감쌌다.
오븐에 넣고는 컨백션 기능으로 20분했다가 아무래도 모자란 것 같아 15분을 더 주었다.
꺼내어서 호일을 벗겨보니 너무 잘 되었다.
스푼으로 떠먹었더니 2숟갈 이상은 못 먹겠더라.(꿀이라 달고 맛은 괜찮지만 제법 독했다)
떠먹고는 호일로 또 감싸 두고 했더니 그 온기가 4시간을 가더구나!
한 시간에 두 숟가락씩, 먹고 났는데 신기하게도 기침이 멎었다. 가슴께가 쓰라리고 불안정한 기분은 아직 남았지만, 놀라운 일이다.
도라지를 더 꺼내어 깠다.
미지근한 물에다 손을 담그고 했다. 이럴 때 누가 곁에 있어서 약을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도라지나물도 해먹을 겸 넉넉하게 꺼서는 좀 길쭉한 것은 나물용으로 젖히고 우툴두툴한 머리 쪽은 약으로 쓰기로 했다.
대추와 도라지나물거리 삶아낸 물과 말린 귤껍질과 오미자등을 넣고 슬로우쿡으로도 약을 달였다. 배즙이 동나갈라치면 한켠에서 끓고있는 도라지와 배를 넣고 끓이는 약물을 떠내어서 배에다 붓고는 배를 다시 전자렌지에 돌리고 하기를 여러 번 하룻밤 지나고 나니까 이젠 배도 흐믈흐믈해졌다. 껍질까지 술술 벗겨질 정도가 되었다.
이제 가슴이 화끈거리며 끓듯 쓰라린 통증도 가라앉고 좋아졌다.
어제 네 아빠에게 기침 멎었다며 자랑하였더니 신기하다며 기침특효약으로 연구를 더해서 만들어 보라신다. ㅎ~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겠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기침을 오래하게 되면 체력도 소진되고 힘들 텐데....도움이 되었으면 참 좋겠구나!
오븐에서 구운 도라지 통배구이 정말 권장할만한 약이다.
수세미물이니 뭐니 안 해본 게 없는 엄마는 도라지는 그저 예방약 정도겠거니 과신은 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시간차로 덜컥 낫는 게 너무 신기해서 이렇게 세상에 알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구나!
엄마 이러다 진짜 약장수로 나서도 되겠다.
만드는 방법은 아래 사진을 보면서 차례대로 이야기 하자!!
1/ 약도라지 손질법에 따라 잘 씻어둔다.
약도라지는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 흙만 깨끗이 씻어낸다.
도라지 머릿부분은 인삼처럼 사용하지 않는다.(잘라낸다) 2/조금 큰 배를 마련 속을 조심해서 파 낸다.(배는 폐의 열을 감한다.)
배의 약효 배는 냉하나 소화에 효과가 있고 대변이나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몸에 열을 내리게 한다.
동남아등 열대 아열대 국가에서는 학질 모기에 물려 심하게 열이 생기는 말라리아나 권태, 근육통, 두통 등의 증세를 보이는 텡구열 등에 배가 명약으로 알려져 있어 이 나라 사람들은 배를 희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는 배가 말라리아나 탱구열에 직접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고열로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때 배는 시원하게 먹을 수 있고 과실 속에는 비타민 B와 C가 함유되어 있어 해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열이 있을 때는 배즙을 내어 죽을 쑤어 먹이면 효과적이다.
3/ 수저로 긁어내듯 파 내는 게 요령이다.(긁은 배는 나중에 또 따로 사용)
4/배 속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
재료
(도라지 4뿌리, 생강 3쪽, 감초 3쪽, 꿀 한컵, 당귀 3쪽)
5/준비된 재료 ③을 넣고 꿀로 채운다.
tip /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 가득채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3/4쯤이 좋다. (끓어 넘치므로)
tip / 재료가 모두 꿀에 잠길만한 양이 좋을 것 같다.
6/배뚜껑을 잘 맞추어서 닫고
7/호일로 미이라 싸듯 꽁공 감아준다.
8/오븐에 넣어 컨백션 기능으로 240도 35분간 돌렸다가 5분 뒤 꺼냄
9/후줄근해진 모습 (쏟지않게, 윗부분을 가위집 내고 조심해서 벗긴다.)
10/속안의 양은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완성)
11/두 숟가락 정도면 되겠다(매시간 마실 양)
12/ 먹고는 다시 호일을 감싸둔다.(실온에서 4시간 정도 따뜻함이 유지되더라)
tip / 약을 먹을 때는 금속성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이내 수저를 바꿨다.
도라지를 꺼내어서 손질했다.
조금 곧게 뻗은 것은 나물로 먹을 심산이고 울퉁불퉁 껍질 벅기기 어려운 몸둥치는 약으로 쓸 심산이다.
도라지를 손질하다보면 흡사 인삼을 닮아있다. 약도라지는 인삼처럼 여러해 묵은 것일 수록 좋다.
삶아낸 물도 약에다 사용하였고 삶아낸 도라지는 볶아서 나물로도 먹었다.
도라지는 담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며 폐기를 잘 통하게 하고 고름을 빼낸다.
도라지 사포닌이 기관지 분비를 항진시켜 가래를 삭인다.
약리실험에서 진정작용,진통작용, 해열작용, 강압작용, 소염작용, 항궤양작용, 항아나필락시아작용 등이 밝혀졌다.
가래가 있으면서 기침이 나고 숨이 찬데, 가슴이 그득하고 아픈데, 목이 쉰데, 인후통 옹종 등에 사용한다.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인후두염 등에도 쓸수 있다./검색글
도라지약차 끓이기
재료
말린 귤껍질 50g, 대추70g , 도라지 400g(나중에 3뿌리 더 보충했음)
생강 3~4쪽 감초 4개 오미자 150g 조금씩
배 속 긁어둔 것, 물 2리터
1/준비한 재료를 넣고 물을 붓는다.
2/긁어둔 배도 함께 넣어 끓인다.
3/슬로우쿡을 사용하면 은근히 달일 수 있어서 좋다.
tip
처음에는 중불로 하루 온 종일을
먹을 정도가 되면 약불로 두어도 별로 줄지 않는다.
맨위에 통배에 약물이 줄면 한 국자씩 떠넣었다가 먹으면 좋다.
여러 번 전자레인지로 들락거린 배 모습
이제는 함께 끓여준다.
배가 껍질이 다 멋겨진다.
4/ 흐믈한 약배를 물이 준 도라지약물에 넣고 함께 달인다.
꿀을 넣어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괜찮더구라~
가족들에게 건강차로 내어도 괜찮다.
이렇게 만들면 겨울 감기예방차로도 그만일테다.
기침의 멱살을 잡은 김에 도라지 약차를 꾸준히 더 먹을 계획이다.
* 꿀대신 황설탕도 좋음
* 당귀나 감초는 생략해도 됨
은행알의 하루 적정량은 7알이다.
건강한 사람이 어쩌다가 많이 먹는 건 뭐 별 다른 이상 없겠지만
약으로는 하루 7알~
은행알에는 독성이 약간 있다.
☆ 오븐이 없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오븐이 없을시는 전자레인지로 한다.
전자레인지에는 알미늄호일이 들어갈 수 없으므로 (예전 민간요법/황토대신) 밀가루 반죽을 해서 덮어 씌우듯 붙인다.
오븐보다 속이 먼저 끓으므로 20분 정도면 너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찜통에 넣고 증기로 쪄내어도 좋다. 단 아까운 약물이 끓어 넘치지 않게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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