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미스의 재테크 전선]
'싱글'이 주는 자유로움을 맘껏 누리는 30대 중반의 그녀들. 독신으로 살아가리라 결심하지도,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우지도 않은 채 현재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재테크를 할 때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고 털어놓는다. 결혼에 인생을 저당 잡힌 것도 아닌데 재정 계획을 짤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문제가 커다란 변수가 된다는 그녀들은 '골드미스에게도 결혼은 무덤'이라고 말한다.
◆결혼, 단념하기 전까지 장기투자 걸림돌
"결혼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에요."
결혼 계획이 막연하다고 해서 30대 중반의 인생이 우울한 것은 아니지만 A씨가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금융상품을 발견해도 투자 기간이 3년 이상이면 며칠이고 망설이다 결국 단념하고 말 때가 그렇다.
비과세와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직장인의 재테크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을 A씨는 고민 끝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가입 후 5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을 토해내야 하고, 7년 이상 통장을 유지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조건 때문.
한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하는 가치주 펀드도 자신의 투자 성향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A씨는 1년 넘게 가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통 3개월 이내에 환매할 때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 대부분의 펀드와 달리 수수료 기간이 3년이나 되는 초장기 상품이기 때문. 펀드 이름에 '10년'이라는 문구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A씨가 장기 투자상품 가입에 엄두를 못 내는 것은 조급한 성격 탓이 아니다.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결혼이다.
당장 결혼 계획이 있는 것도, 평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아닌데 막상 장기 투자상품에 가입하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어가 '결혼'이란다.
"당장 계획은 없지만 만약 앞으로 2~3년 안에 결혼을 하게 되면 목돈이 필요할텐데 그런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묶어두면 정작 돈이 필요할 때 곤란해지거나 상품을 중도 해지해 손실을 감수해야잖아요."
평소 결혼에 얽매이지 않은 채 '쿨'하게 인생을 즐기는 '싱글'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번번이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에 불쾌감마저 느낄 지경이다.
◆부동산 투자 시야 가리는 '미혼'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 온 B씨. 학업에서나 업무에서나 대체로 남들보다 앞선다고 자신했는데 최근 몇년 동안 자산 관리에 한참 뒤졌다는 생각이 B씨는 괴롭히고 있다.
친구들과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과소비 하는 일 없이 펀드와 예·적금으로 자산을 굴려왔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먹고 말았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결혼한 친구들 중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서라도 아파트를 마련한 애들은 자산 규모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크게 불어났어요."
부동산시장이 올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3~4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사이 이른바 '부의 효과'를 맛 본 친구들과 달리 B씨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동안 그녀의 펀드도 꽤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수억원대 자산과 매달 몇십만원씩 불입하는 펀드는 같은 수익률이라 해도 절대적인 금액 차이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제 아파트 가격이 오를대로 올랐고, 당분간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자 B 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막차'를 탈까 하는 생각을 아예 접어 버렸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부동산 투자는 왜 고민하지 않았을까. B 씨는 자신이 미혼이라는 사실에서 이유를 찾았다.
"주택은 결혼할 때 남자가 준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30대 중반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축된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재테크에 결정타를 맞았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마저 들어요."
◆장기계획 부재, 지름신에 '화답'
사교육비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골드미스에게 이 같은 얘기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자녀의 학원비도 장바구니 물가도 골드미스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류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C 씨 역시 결혼한 친구에 비해 돈걱정 할 일이 적은데다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한번씩 '쿨하게' 충동구매를 할 때가 있다.
그녀가 주로 구입하는 것은 핸드백과 의류, 구두, 화장품 등 패션 제품들이다. 유럽이나 홍콩으로 출장을 갈 때면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번 '지름신'에게 굴복하고 만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볼 때면 다소 지나치게 소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성은 잠시, 싱글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로움을 포기할 수가 없다.
종종 결혼한 선배들의 조언이 과소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주부는 소비의 순서에서 꼴찌로 밀려나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을 때 자신을 위해 마음껏 써야 한다는 것.
이런저런 핑계를 동원해 과도한 소비를 스스로 정당화하지만 C씨도 가끔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집 장만과 아이 교육, 노후대비 등등 이미 결혼한 이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텐데 다른 사람들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겪은 문제를 은퇴가 가까워진 시점에 풀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갑갑하죠."
재무설계회사의 한 FP는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은 알뜰하게 자산을 불려나가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소비와 충동구매 때문에 재정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목적 자금을 차근차근히 마련해 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싱글'이 주는 자유로움을 맘껏 누리는 30대 중반의 그녀들. 독신으로 살아가리라 결심하지도,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우지도 않은 채 현재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재테크를 할 때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고 털어놓는다. 결혼에 인생을 저당 잡힌 것도 아닌데 재정 계획을 짤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문제가 커다란 변수가 된다는 그녀들은 '골드미스에게도 결혼은 무덤'이라고 말한다.
◆결혼, 단념하기 전까지 장기투자 걸림돌
"결혼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에요."
결혼 계획이 막연하다고 해서 30대 중반의 인생이 우울한 것은 아니지만 A씨가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금융상품을 발견해도 투자 기간이 3년 이상이면 며칠이고 망설이다 결국 단념하고 말 때가 그렇다.
비과세와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직장인의 재테크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을 A씨는 고민 끝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가입 후 5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을 토해내야 하고, 7년 이상 통장을 유지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조건 때문.
한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하는 가치주 펀드도 자신의 투자 성향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A씨는 1년 넘게 가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통 3개월 이내에 환매할 때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 대부분의 펀드와 달리 수수료 기간이 3년이나 되는 초장기 상품이기 때문. 펀드 이름에 '10년'이라는 문구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A씨가 장기 투자상품 가입에 엄두를 못 내는 것은 조급한 성격 탓이 아니다.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결혼이다.
당장 결혼 계획이 있는 것도, 평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아닌데 막상 장기 투자상품에 가입하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어가 '결혼'이란다.
"당장 계획은 없지만 만약 앞으로 2~3년 안에 결혼을 하게 되면 목돈이 필요할텐데 그런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묶어두면 정작 돈이 필요할 때 곤란해지거나 상품을 중도 해지해 손실을 감수해야잖아요."
평소 결혼에 얽매이지 않은 채 '쿨'하게 인생을 즐기는 '싱글'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번번이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에 불쾌감마저 느낄 지경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 온 B씨. 학업에서나 업무에서나 대체로 남들보다 앞선다고 자신했는데 최근 몇년 동안 자산 관리에 한참 뒤졌다는 생각이 B씨는 괴롭히고 있다.
친구들과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과소비 하는 일 없이 펀드와 예·적금으로 자산을 굴려왔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먹고 말았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결혼한 친구들 중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서라도 아파트를 마련한 애들은 자산 규모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크게 불어났어요."
부동산시장이 올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3~4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사이 이른바 '부의 효과'를 맛 본 친구들과 달리 B씨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동안 그녀의 펀드도 꽤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수억원대 자산과 매달 몇십만원씩 불입하는 펀드는 같은 수익률이라 해도 절대적인 금액 차이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제 아파트 가격이 오를대로 올랐고, 당분간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자 B 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막차'를 탈까 하는 생각을 아예 접어 버렸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부동산 투자는 왜 고민하지 않았을까. B 씨는 자신이 미혼이라는 사실에서 이유를 찾았다.
"주택은 결혼할 때 남자가 준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30대 중반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축된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재테크에 결정타를 맞았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마저 들어요."
◆장기계획 부재, 지름신에 '화답'
사교육비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골드미스에게 이 같은 얘기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자녀의 학원비도 장바구니 물가도 골드미스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류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C 씨 역시 결혼한 친구에 비해 돈걱정 할 일이 적은데다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한번씩 '쿨하게' 충동구매를 할 때가 있다.
그녀가 주로 구입하는 것은 핸드백과 의류, 구두, 화장품 등 패션 제품들이다. 유럽이나 홍콩으로 출장을 갈 때면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번 '지름신'에게 굴복하고 만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볼 때면 다소 지나치게 소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성은 잠시, 싱글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로움을 포기할 수가 없다.
종종 결혼한 선배들의 조언이 과소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주부는 소비의 순서에서 꼴찌로 밀려나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을 때 자신을 위해 마음껏 써야 한다는 것.
이런저런 핑계를 동원해 과도한 소비를 스스로 정당화하지만 C씨도 가끔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집 장만과 아이 교육, 노후대비 등등 이미 결혼한 이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텐데 다른 사람들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겪은 문제를 은퇴가 가까워진 시점에 풀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갑갑하죠."
재무설계회사의 한 FP는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은 알뜰하게 자산을 불려나가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소비와 충동구매 때문에 재정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목적 자금을 차근차근히 마련해 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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