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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많은 놈, 집은 있는 놈, 집도 없는 놈

여행가/허기성 2008. 11. 20. 20:37
부동산으로 계급을 이룬 ‘부동산 계급사회’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4천8백만 국민은 모두 ‘집 많은 사람’, ‘집은 있는 사람’, ‘집도 없는 사람’ 중 한 부류에 속해 사는 것이다. 또 집도 없는 사람 중에는 지하실과 비닐집과 같이 집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에 사는 사람도 상당수다.

앞에서 집값이 오르고 내릴 때 집마다 서로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살펴봤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집에 대한 소유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집값 변동에 대한 이해관계도 다르다는 점을 공부해본다.


집값이 오를 때



집 많은 사람



대한민국에서 ‘집 많은 사람’은 얼마나 되며, 집을 몇 채나 갖고 있을까.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사람은 105만 가구(전체의 6.6%)이며, 이들이 소유한 총 주택 수는 477만 채로 가구당 평균 5책씩 갖고 있는 셈이다.

같은 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택보유현황을 보면 ‘집 많은 사람’ 중에서도 최고 집부자는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다. 또 10명이 5,508채를, 100명이 1만5,464채를 갖고 있다. ‘집 많은 사람’의 40%는 서울과 경기도에 살며, 가구 수로는 용인시가 소유한 주택수로는  강남구가 으뜸이었다.



집은 있는 사람



‘집은 있는 사람’은 집을 한 채 소유한 1가구 1주택자를 말하는 데, 통계청에 따르면 총 836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돼 전체의 52.7%를 차지한다.

이들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자기 집에 사는 사람들로, 769만 가구(전체의 48.5%)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은 어딘 가에 자기 소유의 집이 있는 데 형편이 안 되거나 직장문제 등으로 남의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전체 가구의 4.2% 67만 가구가 이렇게 살고 있다. 이 가운데 50만 가구는 전세에, 나머지는 월세나 사글세에 살고 있다.

물론 집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땅 속에 있는 지하방이거나 농작물이나 키우는 비닐집 등이라면 ‘집은 있는 사람’에 끼기 어렵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경우 뒤에서 살펴볼 ‘집에도 못사는 사람’에 속한다.



집도 없는 사람, 집에도 못사는 사람



‘집도 없는 사람’은 자기 소유의 집 없이 남의 집을 떠돌며 셋방에 사는 사람들이다. 전체의 36.8% 576만 가구가 이렇게 살고 있다.

이 가운데 281만 가구는 전세방에 살고 있고, 255만 가구는 월세와 사글세방에 살고 있고 나머지 40여만 가구는 무상가구 등에 살고 있다. 월세 사는 가구 중에는 보증금 있는 월세방에 약 200만 가구가, 보증금 없는 월세방에는 29만 가구가 살고 있다.

한편 ‘집도 없는 사람’에도 끼지 못한 부류가 있으니, 바로 집이라 할 수 없는 지하방, 옥탑방, 판잣집, 비닐하우스, 움막, 동굴, 쪽방 등에 사는 ‘집에도 못사는 사람’이다. 전체 가구의 4.3% 68만 가구가 이런 곳에 산다. 지하방에 59만 가구, 옥탑방에 5만 가구, 판잣집․비닐집․동굴․움막․쪽방 등에 4만5천 가구가 각각 살고 있다.

일반론으로 말하면 집값이 오르면 ‘집 많은 사람’ 또는 ‘집은 있는 사람’ 중 집값이 많이 오른 비싼 집을 소유한 사람이 큰 혜택을 본다. 반면 ‘집도 없는 사람’과 ‘집에도 못 사는 사람’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집값이 내리면 정 반대가 된다. 물론 ‘집은 있는 사람’ 중에서 자기 집값이 얼마나 오르고 내리느냐, 대출이 얼마나 많으냐, 전세가격은 얼마나 오르고 내리느냐에 따라 조금씩 이해관계가 다를 것이다.

 

서울 강남은 어떨까

집값이 비싸고 부동산 부자가 많이 산다는 서울시 강남구는 어떨까?

‘집 많은 강남 사람’은 통계청에 따르면 강남구 18만6,020가구의 7.5%인 1만4,008가구이다. 행정안전부 통계로는 1만5,167가구로 좀 더 많은데 가구당 세 채씩 갖고 있다. 특히 세 채 이상 가진 3,908가구는 평균 6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11채 넘는 집부자도 531명이나 된다.

이처럼 알려진 대로 강남은 서울 25개 구 중 ‘집 많은 사람’ 수에서 1위다. 그런데 집이 한 채 있고 그 집에 사는 비율(29.8%)은 서울에서 가장 낮고, 어딘가 자신 명의의 집이 있으나 현재 셋방에 사는 비율(11.3%)은 가장 높다. 강남에 집을 사둔 사람도 있겠지만, 강남 이외 지역에 집을 가진 사람이 교육문제나 직장 문제 등으로 강남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또 ‘강남에서 집도 없이 셋방 사는 사람’은 전체의 49.7%로 서울시 평균(48.1%)을 웃돌며, 가구 수로는 9만2,406가구로 관악구(12만2,467)에 이어 2위다. 이 가운데 7,910가구는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한편 ‘집에도 못 사는 사람’이 강남에도 있을까? 있다. 강남 가구의 8%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하방에 1만 2,020가구 2만5,880명이 살고, 옥탑방에 378가구 677명이 산다. 비닐집․판잣집․움막에는 2,271가구 4,798명이 살고 있다. 전국 3,573개 읍면동 가운데 강남구 세곡동은 지하방 거주 비율에서, 개포1,2동은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 수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곡동 사는 1,792 가구 중 35%인 630가구가 지하방에 살고, 개포1,2동 7,883가구 중 15%인 1,154가구가 비닐집에 산다.

강남 사람이라고 다 같지 않은 것이다. 그 동안 서울시 강남구 집값은 말 그대로 폭등했다. 집값이 폭등할 때 ‘집 많은 강남 사람’과 ‘집은 있는 사람’ 중 많이 올라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이 큰 특혜를 입었다. 반면 (집이 있건 없건) 셋방을 살고 있는 강남 사람 61%는 전월세값이 폭등해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을 떠날 수 없는 극빈층은 지하방으로 비닐하우스로 내몰려야 했다. 강남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폭락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정반대의 이해관계가 성립할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 수년 동안 투기의 진원지로 지목돼 각종 투기 규제의 족쇄를 차야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최근 이 족쇄의 99%를 다 풀어버렸다. 그렇다면 재건축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모두 투기의 단 꿀을 맛보게 되는 걸까.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실마리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예로 들어 찾아보자.

국세청이 2000년부터 2005년 6월까지 5년여 동안 매매된 은마아파트 34평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고 판 아파트 2,351채 가운데 60%인 1,425채의 소유주가 집을 3채 이상 소유한 집부자들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 아파트 가격은 2000년 1월 당시 2억5,500만원이었는데, 2005년6월에는 8억500만원으로 3.2배 뛰었다. 또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조회를 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거래된 28채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5,600만원에 달한다. 5년간 아파트를 산 사람이 올해 팔았을 경우 한 채 당 최고 9억 원, 최소 3억5,000만원을 벌었단 얘기다.

그런데 열 중 여섯 명이 집을 세 채 이상 소유한 사람이고, 이들을 제외한 40%도 상당수가 집을 두 채 소유한 사람들로 본다면 재건축 아파트값이 폭등해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집부자들이었던 것이다.

한편 소유자의 다수가 다주택자일 경우 거주자 중 다수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셋방살이를 할 가능성이 높고, 1가구 1주택자 비중도 다른 아파트에 비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뛸 때 덩달아 뛰는 전세값 때문에 고통 받았을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이다.

당시 국세청 조사는 6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강남권 9개 단지를 대상으로 이뤄졌고, 9개단지에서 5년간 거래된 2만6,821건 중 3주택 이상 소유자 비중 역시 5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사정이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재건축 규제 99% 해제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탓에 재건축 움직임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가격 하락세는 주춤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하락세가 폭락세로 이어질 경우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집부자들은 벌어놓은 돈을 까먹을 처지였지만 정부 정책이 이를 막아주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에 셋방 사는 사람은 전세값이 떨어질 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더구나 상황이 변해 재건축이라도 하게 되면 더 비싼 전세아파트를 찾아 보따리를 싸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나아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동향이 강남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잣대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은 더 넓게 미치는 셈이다.



이처럼 집값 변동은 집 많은, 집은 있는, 집도 없는, 집에도 못 사는 다양한 처지의 한국인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강남 또는 재건축 아파트라 할지라도 집값 등과 폭락에 따른 이해관계가 똑같지는 않다. 오늘은 집에 대한 소유관계에 따라 집값 변동에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점을 공부했다.


※ 참고한 자료

- 통계청,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06

- 행정안전부, 세대별 주택보유 현황, 2005.8

- 국세청, 부동산 투기 관련 전국 지방국세청 조사국장 회의자료, 200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