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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황금의 땅, 기회의 땅, 극동 러시아

여행가/허기성 2013. 7. 2. 10:29

황금의 땅, 기회의 땅, 극동 러시아

푸틴 "극동지역 개발 올인"…인프라·외국인 투자 급증
한국도 `新북방정책` 추진…`에너지` 등 놓칠수 없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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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 개발의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새벽 전경. <사진 = 박상선 기자>

지난해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기 두 달 전, 러시아 정ㆍ재ㆍ학계 엘리트 모임인 ’발다이(Valdai) 클럽’은 100여 페이지 분량 보고서를 냈다. 요지는 APEC 개최를 계기로 러시아가 대아시아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은 제3의 수도로 삼자는 것이었다. 모스크바는 정치ㆍ외교ㆍ안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문화ㆍ사법, 블라디보스토크는 경제 위주로 해서 모스크바에 편중된 수도 기능을 분산하자는 논리였다.

이는 그해 5월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극동 중시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이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중앙부처 중 하나로 극동개발부를 신설해 낙후된 극동지역 개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미 극동 개발의 근간이 되는 ’극동 및 바이칼 지역 사회경제발전전략 2025’도 마련해 2025년까지 3단계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이러한 극동 개발 계획의 핵심 거점은 러시아 최초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해 전 세계 주목을 받았던 블라디보스토크다.

매일경제가 올해 글로벌 한ㆍ러 비즈니스포럼 개최지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러시아에서 ’동방의 수도’로 주목받고 있고, 한국과의 협력을 절실히 원하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지난해 APEC 개최를 위해 무려 21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공항과 도로, 건물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대대적으로 신설 및 보수했다. 이를 통해 한낱 극동의 항구도시에서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개방형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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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가 속한 연해주 정부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와 투자프로젝트 설명회와 비즈니스 상담회를 열었다. 당시 사절단을 이끌고 온 블라디미르 미클루셉스키 연해주 주지사는 "연해주에 투자하는 기업에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하고, 행정절차도 간소화하겠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러시아 극동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극동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은 135억8310만달러로 전년(2011년) 대비 37% 증가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위시한 극동 지역은 우리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신시장이다. 사할린에서 석유와 천유가스를 들여오는 등 기존의 에너지 확보 기지로서 입지뿐만 아니라 아직 개발이 덜 된 만큼 향후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사업에 뛰어들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익과 밀접한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이나 TSR(시베리아횡단철도)-TKR(한반도종단철도) 연결, 전력사업망 연계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극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개별 사업으로는 나호트카 석유화학단지 건설, 블라디보스토크 및 하바롭스크 국제공항 현대화, 블라디보스토크 곡물터미널 건설, 보스토치니 항만특구 건설프로젝트 등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요하는 사업이 많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들은 극동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 고압차단기(GIS)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투자액만 5000만달러로 한국 기업이 극동에 투자한 규모 가운데 최대다. LG상사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사하(야쿠티야)공화국에서 유연탄 광산을 운영하고 있고, 계룡건설은 하바롭스크에 복합주택단지를 건설했다. 인천공항공사도 하바롭스크 국제공항 지분 10%를 인수한 뒤 공항 운영을 자문해주고 있다. LS네트웍스, 포스코 등도 극동에서 사업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특히 극동 러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우리 제품의 수출 길도 탄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 따르면 2012년 극동연방관구 월평균 임금은 3만3611루블(1098달러)로 러시아 전체 평균보다 20%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놓고 단순히 비즈니스 기회만 따질 일은 아니다.

이곳은 한자로 ’해삼위(海蔘威)’로 불리며, 일제시대 러시아로 건너간 독립투사들의 주요 활동무대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한 한인들은 ’신한촌’이라는 코리아타운을 세워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애썼다.
나라를 잃고 러시아 땅으로 건너간 우리 조상들의 고난이 고스란히 간직된 곳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특히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주둔해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양구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는 "푸틴 대통령이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돌파구로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신북방정책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