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 더이상 '불로소득' 방치 안된다"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1채 이상 임대할 경우 의무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 입법이 추진 중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선 찬반 논쟁이 뜨겁다.
현행 임대사업자 임의규정이 의무규정으로 바뀌면 과세기준이 명확해져 집주인들이 소득세 등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해서다. 그럼에도 현재 불로소득으로 여겨지는 임대소득에 대해 반드시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과 김현미 의원이 각각 추진하는 임대주택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참고 : 본지 2월18일자 1면 '3주택·다가구' 임대사업자 의무화 ]
이들 개정안은 3주택 이상 보유자가 1주택 이상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당초 민주당이 추진한 방안(2주택 이상 임대)보다 확대된 것으로, 다가구주택 보유자에 대한 임대사업자 등록도 의무화된다.
/ 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다가구주택까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은 정확한 전·월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대신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대안도 포함됐다. 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정치권 입장에선 이 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음성화된 민간임대사업자들을 양성화해 과세 투명성과 세원을 확보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세무 전문가들도 대체로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찬성하고 있다.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집값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임대소득에 대해선 전혀 파악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주택의 경우 부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낼 필요가 없었다. 임대소득세 역시 예외적인 상황으로 적용돼온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세무사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임의규정이고 조세를 위한 사업자등록과 연계돼 있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자는 제안은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고위관계자도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납세의무를 지는 건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성실 납세하는 임대사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적용하는 등 기준에는 논란이 있다. 다주택자 중 2주택자가 80% 이상 차지하는 현실에서 형평성에 어긋나고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2012년 통계청이 조사한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136만5000가구로, 이중 2주택자가 115만4000명이다.
다른 세무사는 "국세청에 세원이 노출되면 집주인들은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추징당할 것이 두려워 집을 팔거나 다양한 편법을 이용해 오히려 음성적 거래가 만연해질 것"이라며 "조금 더 세부적이고 정밀한 과세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모든 임대주택에 대해 등록을 의무화한 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자리잡은 전세확정일자 신고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임대등록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며 "일정 수준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선 과감히 비과세하는 한편 임대사업기간에 따라 재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등 혜택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금폭탄 맞느니 차라리 임대주택 팔자"
정부 월세대책에 생계형 집주인들 술렁
세금만큼 월세 올릴 가능성도
김 씨는 "월세를 연체하는 세입자를 다루기도 만만찮고 대출 이자나 중개수수료도 부담이 큰데 세금을 본격적으로 걷겠다고 해 차라리 건물을 팔고 싶다"며 "하지만 부동산에서 다중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매매도 잘 안 된다고 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자 생계형 임대소득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다수의 집주인은 그동안 월세 수입이 있어도 세법상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다가 이번 대책으로 소득세를 내는 게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정부의 월세 대책이 미흡하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28일 국회에 제출한다. 3주택자 중 1주택 이상을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그 대신 조세와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월세 소득이 드러나는 흐름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이참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할지, 아니면 아예 임대주택을 팔아버릴지 고민 중이다. 최근 몇 년 새 공급이 쏟아진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자 등록 의무가 없어진 생계형 집주인(2주택 이하 보유,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도 예외는 아니다.
보유한 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재산세, 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에서 세제 감면을 해주겠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하지만 부담도 작지 않다. 최초 임대료와 보증금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없고, 임대료 인상률은 연 5% 이하로 묶인다. 의무 임대기간 10년도 채워야 한다.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보유한 임대주택을 처분하고 다른 부동산이나 현금성 자산에 투자할지를 저울질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었다.
갑작스럽게 월세 소득을 양성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세금만큼 월세를 올려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임대시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해 분리 과세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완충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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