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월드컵 데뷔전 '아쉬움과 기쁨 교차'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바라던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하지만 경기 최고의 선수라는 영예를 얻었다. 18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손흥민(레버쿠젠)의 월드컵 데뷔 경기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러시아전에서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선발출전했다. 만으로 22세인 손흥민에게는 영광이자 기회였다. 손흥민 스스로도 "최고의 무대를 밟는다는 들뜬 기분을 제어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월드컵은 경기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다"며 "감독님이 나를 선발 출전자 명단에 넣었을 때 벅찬 감동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긴장과 설렘을 억누르고 내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고 덧붙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8일 오전 (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러시아를 상대로1대1 무승부를 확정지은후 관중에게 답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좋은 모습이었다. 84분간 뛰며 9.13㎞를 누볐다. 27번의 패스, 3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특히 수비가 좋았다. 윤석영과 호흡을 맞추며 알렉산드르 사메도프를 막아냈다. 사메도프는 단 1차례의 슈팅을 날리는데 그쳤다. 사메도프의 공격력이 약해지자 러시아의 창끝은 전체적으로 무뎌졌다. 손흥민은 "우리가 전반 초반에 좋은 경기를 했다"며 "조직적인 러시아를 맞아 기회를 잘 만들었고 훈련한 것도 잘 맞아떨어져 기뻤다"고 말했다.
다만 전반 두 차례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아쉬웠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하프라인 앞에서 구자철의 패스를 받았다. 드리블 돌파를 했다. 러시아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앞에서 공간이 났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힘이 들어간 나머지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28분 뒤 다시 찬스가 왔다. 페널티지역 왼쪽 대각선 방향에서 박주영의 헤딩 패스를 받았다. 볼을 잡은 손흥민은 개인기로 앞에 있던 수비수를 제치고 공간을 만들었다. 손흥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각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오른발로 감아차는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곤 했다. 하지만 역시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크로스바를 넘고 말았다. 경험 부족이었다.
손흥민은 "내가 좋아하는 코스로 동료가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어처구니없는 슈팅을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두번째 슈팅에 대해서는 "볼이 앞에서 살짝 떠올랐다"며 "사실 발에 힘이 많이 들어간 탓도 있는데 그 때문에 경기에서 1대1로 비긴 게 아닌가 싶다"면 아쉬워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손흥민은 전세계 축구팬들의 머리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선정하는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뽑혔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 평가전에서 우리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응원해준 팬들에게 오늘 조금은 보답한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서는 죽기 살기로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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