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о중년의 넋두리..♣

사고출동 보험사가 주민번호 물어보면 위법?

여행가/허기성 2014. 8. 10. 08:18

사고출동 보험사가 주민번호 물어보면 위법?

최근 이사한 회사원 박진원(32)씨는 카드 명세서를 받는 주소를 바꾸려고 7일 카드회사에 전화했다. 그는 이날부터 주민등록번호를 금융거래에 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안전행정부가 만든 대체 개인식별번호로 13자리 숫자인 '마이핀'(My-pin)을 이날 오전에 발급받았다. 그런데 A카드사에 전화해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고 했더니 이전처럼 주민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그는 카드사 상담원에게 "왜 주민번호를 묻느냐"고 따졌지만 상담원은 "다시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다"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별도의 고객번호를 만들었거나 만드는 중이며 오는 연말까지는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각종 양식에서 주민번호를 삭제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이후 마이핀이 활성화할 경우 마이핀으로 현재 따로 만든 고객 식별번호를 대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 전산 시스템이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정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번호 수집을 막았지만 유예기간이 지나고 나면 마이핀이나 주민번호 등 수많은 본인 검증 숫자가 난무하면서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일 서울 기업은행 본사에서는 주민번호 수집 불가에 따른 대책을 논하는 설명회가 열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펀드·통장발급·신용카드 등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2336개 거래에 대해 모두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고, 8~10자리 내부 고객번호를 따로 만들어 오는 10월부터 시행해야 한다"며 "2500만명의 기업은행 고객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 감사를 통해 엄청난 과태료를 물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각 부서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주민번호 없어진 금융거래, 마이핀으로 대체?


정부 방침대로라면 ARS의 경우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번, 기타 서비스는 2번'이라는 안내 멘트를 내보내야 하는데,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한 금융사는 없다. '금융'과 '기타' 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가 카드를 배송할 때 배송을 위탁한 배송업체가 고객의 주민번호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몇몇 카드사는 대안이 없어 여전히 주민번호를 배송 업체와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B보험사는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현장 출동 요원이 주민번호를 수집하던 것을 7일부터 못하도록 했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으려면 보상 직원을 다시 한 번 만나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이 부분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주지 않아 업계 차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당장 지주 계열 은행·카드 투자사 등에서 가족의 사용 내역을 등급 점수로 합산해 우대하는 '그룹 탑스클럽 가족합산'이란 방식을 잠정 중단했고, 현대카드는 지난 4일부터 통신요금 자동이체 납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런 서비스들은 '금융거래'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어 중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판단을 내려주지 않아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애매한 서비스는 일단 중단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 일단 알아서 해석"
현재 금융회사들은 혼란 그 자체이다. 7일 국내 시중은행은 모든 금융거래에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해 ARS(자동응답전화) 등 서비스를 바꿔 생년월일만 입력하도록 했다. 반면 대부분의 카드사나 보험사는 여전히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 중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7일부터 금융거래 목적이 아니면 주민번호를 수집하거나 유통하는 게 금지되지만,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 당국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회사는 어디까지 금융거래인지 잘 모르고 있고, 금융 당국은 그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채 관련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안전행정부는 일단 내년 2월 6일까지는 과징금·징계를 유예하기로 했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