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든 월세든 돈 안되긴 마찬가지…“누가 임대사업 하겠나”
사업비 절반 차지하는 비싼 땅값, 기업형 민간임대 걸림돌
수익형 부동산으로 시선 돌리는 다주택자 규제도 풀어야
# 연봉 9000만원을 받는 대학교수 A씨(60)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3주택 중 한 곳(매매가 16억원)에 본인이 거주하고, 시세 4억원짜리 두 채를 2억원에 전세를 주고 있다. 다주택자인 A씨는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임대소득이 없는 A씨는 보유한 주택 가치가 올라야 돈을 번다. 집값이 매년 5% 상승하면 5%대 중반, 3% 상승하면 2%대 중반에 불과하다. 만약 집값이 1%밖에 상승하지 않는다면 A씨 세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매년 부담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에다 집을 팔아서 이익을 내도 자본 차익에 따른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A씨가 보증금 4000만원(전세금 20%)에 월세 80만원을 받는 보증부월세(반전세)를 가정해도 A씨 세후 수익률은 집값이 연간 1% 상승한다고 할 때 연 2.6~2.8% 수준이다. 현행 세제에서 A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가 면제되지만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세후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긴 하지만 은행 이자 절반 수준인 1%대에 불과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이구동성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두 가지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공공임대 공급을 계속 늘려가야 하지만 현재 그 비중이 5%에 불과하다. LH는 빚더미에 눌려 있어 추가로 늘리기가 힘들다. 결국 민간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을 늘리는 게 정답이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27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산가치 대비 임대료 비율인 자본환원율을 볼 때 미국 주거용 부동산은 2000년 이후 매년 연 5~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수도권 아파트의 추정 자본환원율은 전세 1.9%, 월세 3.3%에 불과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주택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64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40.3%)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어 ‘사업비용과 까다로운 절차’(25.8%), ‘제도적 기반 부족’(24.2%)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외제 승용차를 사면서 월 리스료 100만원은 기꺼이 부담하지만 시세 5억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을 내라고 하면 반감이 커지는 게 국민 정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임대료 수입만으로 기업형 민간임대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울 용산구 동자동과 강동구 길동에서 5~10년간 임대주택 758가구를 공급하는 민간 제안 임대리츠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주택기금 423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나중에 분양전환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고 임대료가 높아 주거비 부담 등 서민 주거 안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LH 등이 보유한 공공 택지에 짓는 수급조절형 임대리츠는 대부분 수도권 택지지구 빈 땅에 지을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들이 꺼린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정춘보 신영 회장은 “땅을 가진 개인과 공공에게서 건설사들이 일정 수익을 대가로 땅을 빌려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그 수익 중 일부를 되돌려주도록 하는 일본식 기업형 임대시장 모델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대주택을 지을 때 현재 대지를 담보로만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주도록 돼 있는데 이 제한도 풀어 땅 이용권만으로도 임대주택 건설자금을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임대사업자의 또 다른 축인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도 풀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지난해 말 폐지됐지만 여전히 종합부동산세가 남아 있다. 게다가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그동안 물지 않던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도 함께 발생한다. 이 때문에 최근 투자자들이 집을 팔고 세금 부담이 작은 수익형 부동산 등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추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규제를 했지만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다주택자를 활용해야만 한다”며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임대소득 분리과세, 장기 임대 시 양도세 면제, 증여세·상속세 감면 등 보다 파격적인 혜택을 줘 임대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2015년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매입임대 등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10년 이상 임대사업을 해야 양도소득세를 최대 50~60%까지 감면해 주던 임대기간 조건을 8년으로 완화하고, 국민주택기금이 임대사업자에게 빌려주는 주택매입비용 대출한도도 종전보다 10%가량 증액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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