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뽑으니 전셋집이 '흔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올 4월 현재 1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몰한 이후 전방위적인 경기침체에 내수부진까지 겪자 정부가 이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를 해결책으로 내놓으며 생긴 현상이다. 물론 부동산 규제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정부분 기인한 것만은 분명하다.
2000년대 초·중반 땅을 사 말뚝만 꽂아도 집이 팔리고 집값이 폭등을 하던 시절,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부동산 정책들이 지난 2008년 이후 하나둘씩 풀린 데 이어 지난해 LTV(주택담보대출)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완화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최근 몇년 새 지속된 저금리기조와 맞물려 가계부채 증가 추세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규제가 얼마나 풀렸기에 지금의 가계 부채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지난 10여년 동안 일어난 국내 부동산시장의 규제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 금융위기에 무너진 부동산
2000년대 부동산 규제 정책은 나름의 배경을 안고 도입됐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한파를 겪은 주택시장은 2001년쯤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후유증을 털어낸 2002년에는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났다. 2001년 9.9%였던 집값 상승률은 2002년 16.4%를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땅을 사 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집값이 뛰니 말뚝만 꽂아도 집이 팔리던 시기였다. 그만큼 새 분양 아파트값도 고가로 뛰었다. 집값 폭등 현상이 심각해지자 당시 참여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종합부동산세, LTV·DTI 등 세제와 금융규제를 아우르는 집값잡기 대책이 연이어 나왔고 고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등장했다. ◆ LTV·DTI 완화가 당긴 가계부채 도화선/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정작 시급한 전셋값이 잡히지 않자 결국 정부는 LTV와 DTI 규제완화책을 발표했다. 이것이 지난해 발생한 문제의 7·24 부동산대책이다. 정부가 대출규모를 늘려줄 테니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는 일종의 '빚 권하는 정책'이다. 이 완화책은 효과를 봤다.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온기도 불어넣었다. 동시에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에 불을 붙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기업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올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323조4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과 비교해 3개월 사이 7조745억원 급증한 것이다. 1분기에 7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고삐 풀린 부동산정책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별다른 정부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신규 대출 증가 폭이 훨씬 커 정책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다고 해도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구조다 보니 상환 부담 때문에 또 다른 대출에 손을 벌려야 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진단' 보고서에서 "안심전환대출은 저소득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땜질식 정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가계부채가 더 이상 늘지 않도록 제도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당황했다. 아파트를 비싸게 팔 것으로 생각하고 땅을 비싼 값에 매입했던 건설사에게 분양가 제한 정책은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민간택지 분양물량을 쏟아냈다.
주택업체들은 과거처럼 분양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분양물량을 재고로 만들었다. 지난 2006년 말 7만3772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국토교통부 집계 기준)은 2007년 말 11만2254가구로, 2009년 3월에는 16만5641가구까지 늘었다. 당시 평균 분양가가 3억원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약 50조원에 해당하는 아파트 재고가 전국에 널리게 된 셈이다.
◆ 미분양·자금난 잡지 못한 미봉책
집이 안 팔리자 부작용이 속출했다. 연 10~20%대 고금리의 2금융권 융자까지 끌어들여 주택사업을 했던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깊어졌고, 급기야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주택시장과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미분양 주택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가장 먼저 나온 대책이 지방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6.11 대책이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지방 비투기지역의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등록세를 50% 깎아주고 양도세가 면제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중복 보유 허용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완화했다. LTV도 60%에서 70%로 확대됐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개월 만에 8.21 대책이 나왔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사주는 내용에 재건축 안전진단 횟수를 줄이고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5~10년에서 1~7년으로 줄이는 기존시장 완화책까지 추가됐다.
정부는 그로부터 2개월 후 또다시 10.21 대책을 내놨다. 건설업체들로부터 주택용지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데 6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선별적으로 해제하되 부실 건설사를 퇴출시키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이 들어갔지만 이 역시 추락하는 부동산시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의 몰락이 계속되는 사이 지난 2013년 정권이 바뀌었다.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같은 해 4월1일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면제를 부동산시장 활성화의 첫 단추로 삼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거래세를 완화해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리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지만 관련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책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에 정부는 같은해 7·24 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분양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공공분양 물량을 축소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한편 쌓여있는 미분양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발표한 8·28 대책에서는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공유형모기지를 내세웠다. 1%대의 이자율로 대출받고 주택구입 이후 수익이나 손해를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이 신개념 대출상품은 시범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나아가 취득세율도 영구인하하면서 하반기 부동산시장도 거래절벽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곧바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된 탓에 애꿎은 전셋값만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기보다는 금융혜택을 지원함으로써 무주택자들이 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이것이 바로 12·3 부동산대책이다. 그동안 나왔던 부동산대책의 금융혜택 중 하나인 공유형모기지를 확대하고 행복주택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공유형모기지는 재원이 많지 않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반쪽짜리 정책에 머물렀다.
이후 전셋값이 미친 듯이 오르며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헛발질'의 정점을 찍은 '2·26 대책'이다.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를 통해 전세 쏠림 현상을 줄이고 월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대책이었지만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결국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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