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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강남' 창전엔 45층 아파트 섰지만 .. 갈수기 전력난에 고급 일식집도 문 닫아

여행가/허기성 2015. 7. 17. 08:07

'평양의 강남' 창전엔 45층 아파트 섰지만 .. 갈수기 전력난에 고급 일식집도 문 닫아

 

“다시 돌아간 평양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깨끗해진 포장도로, 어디서나 눈에 띄는 택시와 훨씬 많아진 고층빌딩은 새로운 도시의 풍경이었다. 세련된 옷을 입고 길가에 서서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행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평양 주재 특파원이 지난 3일 전한 풍경이다. 2007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북한에서 근무했던 그는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평양에 부임했다.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크게 달라진 평양의 모습을 환구시보는 ‘매혹적 변화의 기미. 북한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상세히 전했다. 그는 특히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건설에 주목했다. 교직원 기숙사, 과학자 위성도시, 승마장 등 새로운 건물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옌볜(延邊)대 진창이(金<5F37>一·국제정치연구소장) 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도록 허용해 노동자들의 의욕 고취와 이윤 창출을 꾀했다”며 “평양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거래도 허가해 개인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게 여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미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정도에 가까워졌다. 6~7%대의 고성장률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평양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창전거리에 대해서도 “단오절(음력 5월 5일) 무렵 찾은 창전거리의 음식점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한 중국인 친구는 ‘이곳만 보면 중국 대도시의 밤거리 풍경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놀라워했다”고 썼다. 김정일·김일성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 주변에 조성된 창전거리는 북한판 뉴타운이다. 2012년 완공됐으며 45층짜리 고층아파트 등이 늘어서 있다.

 북한 주재 외교사절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올 2월까지 5년 동안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류훙차이(劉洪才)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최근 “북한 당국이 농업과 다른 주요 분야에서 개인에게 성과급을 주는 정책을 실시한 뒤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明)’만큼 ‘암(暗)’도 명확하다. 최근 방북했던 한 인사는 “갈수기에 전력 생산량이 줄면서 냉장고를 돌리지 못해 문을 닫은 고급 일식집도 있고 아파트는 지었는데 정부에서 해야 하는 상하수도 설비가 안 돼 입주를 못하는 곳도 있다”며 “건설업 붐이 일다 보니 비리와 부패도 속출하고 있는데 지난해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도 노무자들이 시멘트를 빼돌려 부실 공사를 한 게 원인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발생한 곱등어(돌고래) 집단 폐사도 전력난과 무관치 않다. 김정은은 강성대국 상징이라며 대동강변에 능라도유원지 곱등어관을 만들었다. 서해 남포에서 평양까지 50㎞ 길이의 주철관을 묻어 서해 바닷물을 대왔다. 하지만 전력 부족으로 해수 공급이 끊기고 정화시설이 가동되지 않으면서 곱등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최익재 팀장, 정용수·전수진·유지혜·안효성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웨이 인턴기자

개성공단처럼 남북 이해 맞는 사안 미니 빅딜 추진을”

리비아는 2003년 영국의 중재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했다. 리비아가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경제 지원을 하고,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협상 골자였다. 핵을 포기한 무아마르 카다피는 ‘아랍의 봄’으로 2011년 축출된 후 시민군에게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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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날로 악화되는 리비아 정세는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사람들은 리비아 현실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압력과 회유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찾고 있다”고 썼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대북 협상 경험이 있는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비핵화를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 ‘이런저런 요구를 들어주면 미국 본토를 선제 타격하지 않겠다’는 게 북한의 협상 태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취해왔다. 북핵 불용을 원칙으로 하는 대화와 실효적인 대북 제재다. 하지만 두 가지 전략 모두 먹히지 않고 있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은 핵을 가지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발언권이 커진다는 ‘전략적 요충지’론을 갖고 있다”며 “핵무기 보유가 목적인 만큼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푸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시간은 북한 편이라는 판단 아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꿔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상황 악화를 막고 최소한의 신뢰를 쌓기 위한 단기 조치가 필요하다”며 “남북, 북·미 간에 쌓인 여러 현안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맞바꾸는 ‘미니 빅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 빅딜은 개성공단처럼 양국의 이해가 맞는 사안을 찾아 맞교환을 하자는 게 핵심이다. 북한의 요구인 경제제재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과 한국 의 요구인 이산가족 상봉,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타결하는 ‘패키지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전 교수는 “수용하지 못할 요구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단계적인 합의가 가능하다”며 “북한 측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뚜렷하게 제시해 논의를 시작하고 논의의 폭을 차차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등 다자 차원의 환경 조성에서 벗어나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하는 지적도 있었다. 이화여대 박인휘(국제관계학) 교수는 “핵 보유를 천명한 북한을 상대로 과거보다 비핵화 프로세스를 길고 촘촘하게 짜야 한다. 이전처럼 동결-신고-검증-폐기 정도의 간단한 단계로는 안 된다”며 “박근혜 정부가 그간 대북 공조를 위한 국제적·외교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그걸 남북 당사자 차원으로 가져와야 한다.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