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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큰 물'에서 놀 수 있게 '가시' 좀 제거해주세요

여행가/허기성 2015. 11. 26. 07:24

'큰 물'에서 놀 수 있게 '가시' 좀 제거해주세요

'큰 물'에서 놀 수 있게 '가시' 좀 제거해주세요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6년. 지난 5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본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에서 2011년도 대상을 받은 내비게이션 앱(애플리케이션) ‘국민내비 김기사’의 록앤올이 카카오에 매각된 것. 600억원을 상회하는 매각 금액은 미래만 보고 달리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26일 올해 왕중왕 선발을 앞두고, 록앤올의 후배 기업 즉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2015’ 수상 회사 10곳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 중 8곳은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2의 김기사’가 아닌‘ 세계 시장의 김기사’로 뛰고 싶다는 포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창업진흥 정책이 조금 더 고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해외시장으로 뻗어 가기 위한 스타트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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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보증 폐지 ‘환영’… 초기 운영비 해결이 막막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성공한 ‘김기사’의 록앤올은 창업자의 연대보증과 당장 운영비를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꼽았다. 3인은 공동 창업 멤버는 집 담보 대출을 물론, 각자 ‘카드론’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했던 경험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창업 5년 이내의 기업에 대한 연대 보증 폐지’를 결정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진작 적용됐어야 할 제도”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동안 창업에 있어 연대 보증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양산된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걸우 모비틀 대표는 “매출 규모의 80% 수준에서 연대보증을 하면서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며 연대 보증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스타트업 대표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의외의 생활고였다. 스타트업 P사 대표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직원 월급 주고, 정작 저 자신은 다음 끼니를 걱정할 때가 있었다”며 정부지원금으로 4대 보험이나 최소 생계비를 낼 수 없다는 점이 특히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대표가 책임 질 일이 많지만,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감행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비단 자신만은 아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창업자라면 그 정도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는 “내 사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 본말이 전도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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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잡아내고, 정책 효율성 높여야

좋은 지원 제도가 있어도 효용성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10명의 스타트업 대표 중 대다수가 지원책을 받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시간 낭비는 지원금을 받기 전과 받은 후로 나뉜다.

수많은 스타트업 지원책이 있지만 사전 심사가 까다롭고 이후에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든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지원금만 노리는 ‘투자금 사냥꾼’을 걸러내야 하기에 불가피하다.

P사 대표는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투자받는 회사가 ‘진짜배기’인지 판별하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면서 미꾸라지를 정확히 골라낼 수 있는 전문가를 갖추고 스타트업의 행정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원금 사냥꾼’을 정확히 걸러낼 수만 있다면 각종 서류작업이나 기업설명에 허비할 시간도 줄어들 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에 당장 될 것 같은 기업만 찾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경민 데이코어 대표는 “초기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니 안정적인 투자처를 발굴해내는 데 목적이 더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전시행정’에 대한 부담을 지적했다. “매달 업무보고를 하거나 증빙서를 제출하는 부분에 시간이 많이 들고, 특히 연말 정부 행사에 불려다니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이래저래 시간 소모는 똑같으니 적은 지원 금액은 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효율적인 창업지원책에 대한 요구는 사소한 곳에서도 발견됐다. 김상헌 상상공장 대표는 “막상 1000만원짜리 지원을 받아도 멘토비, 사무실비 등을 제외하면 100만원도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정작 써야 할 곳에는 쓸 돈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회계·특허·마케팅 등의 컨설팅 멘토단이라지만 막상 받아보면 시간 낭비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