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비준 잠정합의]
시장개방 때마다 보조금…200조 지원에도 농업경쟁력 '제자리'
농가간 소득격차 커지고 부채도 갈수록 증가
농심 달래기용 퍼주기 줄이고 고부가 농업 키워야
지난 20여년간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200조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농업 분야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보조금 중 상당액은 실제 지원이 필요한 농가 대신 소수 특권층에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이 농업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농가 간 소득 격차만 늘린다는 비판도 많다. 상당수 농촌지원책이 개방정책에 성난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해 선심성으로 급조된 탓이란 분석이다.
◆FTA마다 무마용 대책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FTA 체결 등 대외 개방 조치를 할 때마다 농업 보조금을 늘려왔다. 1992~1998년 연평균 4조8000억원이던 농업 보조·융자금 규모는 2004년 이후엔 10조원까지 증가했다. 내년 농업 보조금 예산(융자 포함)도 9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농촌에만 1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김영삼 정부는 UR 협상 타결 이후 농민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42조원을 들여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도 45조원 규모의 농업 농촌 투·융자계획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FTA 체결로 성난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10년에 걸쳐 119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농업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매년 막대한 보조금을 농가와 농업법인에 지급하고 있다.
◆실제 효과는 ‘미미’
정부가 농촌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농업은 여전히 ‘만년 보호대상’이다. 평균 농가소득은 10년간 연 3000만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농가 부채는 한·미 FTA 관련 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한 2008년 가구당 2578만원에서 지난해 2789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정부가 융자사업만 무분별하게 늘렸기 때문이다.
조윤희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정부 재정 지원의 상당액(23.7%)이 쌀 농업에 투입됐지만 벼농가의 소득은 여전히 하락하는 추세”라며 “보조금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지원을 더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표와 맞바꾼 나눠먹기성 보조금이 되레 농업 경쟁력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농업 보조금은 실제 지원이 필요한 신기술 도입 농가나 영세농이 아니라 일부 농업법인 등 소수 특권층에 무분별하게 지급됐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일부 농업법인의 유착도 여러 번 드러났다. 보조금만 지급하고 사후관리는 미흡한 탓에 돈만 탄 뒤 사업은 제대로 하지 않은 농업법인도 다수 적발됐다.
보조금이 영세농 대신 대규모 농가 위주로 지급돼 농가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 100만원씩 쌀 농가에 지원되는 쌀 고정직불금은 대규모 농가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해 직불금 평균 지급액을 보면 0.2㏊ 미만 영세농이 받은 직불금은 13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10㏊ 이상 농가가 받은 돈은 1351만4000원에 달했다.
정부가 지난해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쌀 직불금을 ㏊당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지만 이 또한 농민들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벼농사에 매달리는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에 농업인이 몰리면서 과잉 투자를 유발한다는 얘기다. 한 작물이 과잉 재배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결국 농민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시혜성 현금 보조 축소해야”
직불제, 부채 경감 등 현금 보조 방식의 시혜적 소득 보전 정책은 가급적 축소하고 농업 기반 확충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자본력 있는 기업이 농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은 “현재 농업 보조금 정책은 농민의 의견이 과다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자해 농업이 수출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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