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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멧돼지 퇴치

여행가/허기성 2015. 12. 21. 07:30

 

 북한산 멧돼지 퇴치 동행 취재

 

“여기 사는 놈이 한두 마리가 아닌데….”

해가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는 지용선 사무국장(56)의 목소리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꼬박 여섯 시간 북한산 주변을 헤집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멧돼지가 파헤친 흙더미와 껍질을 벗겨놓은 나무들. 무리 지어 사는 멧돼지의 흔적만 확인하고 일단 후퇴했다.

19일 ‘서울시 멧돼지 출현 방지단’의 엽사 7명이 서울 은평경찰서와 공조해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사냥개 13마리도 투입됐다. 오전 10시 반 집결 장소인 선림사 앞에서 은평뉴타운의 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계곡까지 멧돼지가 내려와 개울을 헤집어놓은 흔적이 분명했다.겨울에는 5∼7분 능선 위에 있어야 정상인데 먹이나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서 주택지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멧돼지 사냥은 쉽지 않다. 멧돼지는 후각이 예민하고 영리하다. 산 타는 속도는 사람과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사실 개들이 사냥을 한다. 목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건 개가 멧돼지 흔적을 찾아 엽사들과 함께 산비탈과 계곡을 훑는다. 헥헥 소리를 내며 엽사와 기자의 다리 사이를 지나던 개들은 순식간에 50m 이상씩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개가 멧돼지를 발견하고 컹컹 짖으면 그때부터 ‘비상’이다. 소리를 듣고 다른 개들이 함께 몰려들어서 멧돼지와 맞선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붙잡아 놓고 있을 때 엽사들이 접근해 총을 쏘는 게 정석이다. 멧돼지 2마리를 잡았던 16일에는 사냥개 2마리가 멧돼지에게 희생됐다.

 

은평구 백화사 뒤쪽에서 작전을 개시한 오전에는 사냥개를 동반한 수색조 3팀과 매복조 2팀을 운영했다. 수색조가 서식 예상 구역에서 포위망을 좁히는 방식으로 작업하면 각 팀은 서로를 볼 수 없다. 의사소통은 무전기로 한다. 매복조는 엽총을 들고 무전을 들으며 숨어서 멧돼지를 기다리는 게 일이다. 방지단을 이끄는 김성수 회장(56)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바닥에 깔린 낙엽을 쓸어낸 채 대기한다”고 말했다.

 

오전 수색 초반에 개들이 멧돼지를 발견했지만 수색팀 동선이 엉켜 놓친 뒤로 멧돼지를 만나지 못했다. 김 회장은 “출동하면 다섯 번에 세 번 정도 멧돼지를 포획한다”고 설명했다. 방지단에서는 20년 넘게 사냥을 취미로 해 온 엽사 20여 명이 대가 없이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 멧돼지 때문에 하루 1건꼴로 119 구조출동이 이뤄지지만 특별한 장비가 없는 경찰이나 119가 난폭한 멧돼지를 직접 잡기는 힘들다. 도심 출현 통보를 받으면 방지단원이 한밤중에도 경찰이 보관 중인 총을 찾아 출동한다. 이렇게 잡은 멧돼지가 올해 40마리가 넘는다. 박래성 은평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은 “상습 출몰 지역은 물론이고 갑자기 멧돼지가 나타난 곳이 있으면 방지단에 포획을 요청하고 있다”며 “등산로에 구역 번호를 표시해 등산객이 정확한 출현 위치를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 관계자는 “도심이 가까운 북한산 지역은 출몰지 포획과 펜스 설치 등이 필요하지만 포획이 능사는 아니다”며 “개체 수와 서식 상황 등을 분석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