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 이명박정부 이후 고착된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현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북한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이어왔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는 수차례 출렁거렸지만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회의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청년층이 중심인 미래세대의 비관이 만연한 현실에서는 통일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의 끝없는 도발과 핵무장 의욕은 우리 사회의 적대감을 키우고, 성과 없는 대북 정책은 실망과 회의감을 배양했다. 단순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민족 정체성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통일 정책과 교육에 대한 근본적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V자형 안보 지형도=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대해 ‘가급적 빨리 통일해야 한다’는 신속 통일론은 50대가 1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18.4%), 60대 이상(15.6%), 20대(12.8%), 30대(10.5%)가 뒤를 이었다.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응답은 60대 이상(70.7%), 40대(66.4%), 30대(64.9%), 50대(63.1%), 20대(49.7%) 순이었다. ‘굳이 통일할 필요 없다’는 답은 20대가 30.2%를 기록해 타 연령대의 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으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중시해 왔다. 하지만 젊은층은 오히려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다. 북핵 해법에 대한 ‘경제 제재’와 ‘군사적 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20, 30대 비율이 20%에 육박해 타 연령대를 훨씬 상회했다. 반면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과 북·미 대화를 통한 해결 주장 비율은 가장 낮다. 과거에는 통일 안보 문제에 대해 ‘고령층(강경파) 대 청년층(온건파)’ 구도였다면 지금은 ‘청년층·고령층(강경파) 대 중년층(온건파)’ 구도의 V자형 안보 지형도를 그리게 된 것이다.
◇젊은층 통일 비관, 왜?=20, 30대의 ‘통일 냉소’는 왜 나오는 것일까. 우선적으로 북한에 대한 ‘양면성’이 격화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우리의 ‘형제’나 ‘동포’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대남 도발이 잇따르고 핵무장을 강화하면서 북한을 적으로 여기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렇게 극대화된 양면성은 북한을 ‘적’이나 ‘형제’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고, 강화된 안보 교육을 받은 젊은층이 강경한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실제 북한으로 인한 안보 불안감 역시 똑같은 ‘V’자 형을 보인다. 2006년 1차 핵실험에서 올 초 4차 핵실험까지 일련의 도발을 통해 우리 사회가 느끼는 불안감은 과반을 뛰어넘었다. 특히 20, 30대는 전쟁을 겪은 60대 이상과 더불어 안보 불안감이 가장 심한 층이다.
이것이 ‘통일대박론’ 등 우리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안보교육과 통일교육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상황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등에서 또래 세대가 희생된 데 대한 반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막대한 통일비용도 부담=20대의 불안한 경제 상황도 통일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적 사정이 좋을수록, 경제 상황이 호전됐다고 느낄수록 통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일비용 부담은 젊은세대가 통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0년 북한 급변사태로 인한 ‘흡수통일’ 비용이 2조14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었다. 이들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결국 본인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태다. 통일 후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당장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할 세대들에겐 큰 유인 요인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18일 “소득과 교육 수준, 연령대에 따라 통일로 인한 기대이익에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북 경제 통합의 긍정적 효과와 통일 한국의 경제적 미래 비전을 제시해 통일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 30대 안보 불안감, 60대 이상과 ‘동급’… 통일 비관론 원인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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