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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행복의창

"대한민국, 어른이 있어 따뜻하다"

여행가/허기성 2016. 1. 27. 06:42

"대한민국, 어른이 있어 따뜻하다"

혹한으로 대한민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팔순의 촌로가 10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읍사무소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세대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촌로의 선행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충남 천안시 목천읍사무소에 후드 점퍼에 모자를 쓴 차림의 80대 남자노인 한 명이 민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회복지과가 어디냐”고 묻는 노인을 맞은 읍 사무소 직원은 노인기초연금이나 복지혜택 관련 문의를 하러 온 것으로 예상하면서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되물었다. 뜻밖에도 노인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으면 좋겠다”며 봉투를 내밀었고 “영수증은 받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상 밖의 성금 기부에 노인이 내민 봉투를 열어보니 놀랍게도 1000만원권 자기앞 수표 한장이 들어 있다.

천안시 목천읍 사무소가 익명의 노인으로부터 기부받은 1000만원 인수확인증과 노인이 기부한 자기앞 수표.
액수에 깜짝 놀란 이 직원은 인수확인증만 써 드릴수 없다고 판단해 영수증을 써 드리겠다며 2층 읍장실로 노인을 안내했다. 거동이 약간 불편한 이 노인은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읍장실을 향했고, 부축하는 직원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신원을 밝히지 않고 “목천읍에 사는 사람이라고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복지재단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돈을 보내면 어떻겠느냐”는 읍장의 권유에 노인은 “안된다. 내가 지역에 살면서 지켜볼테니 반드시 목천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고 지역민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부탁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어르신의 함자만이라도 알려 달라”는 읍장의 간곡한 부탁에도 노인은 “곤란하게 자꾸 이름 묻지말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는 일에 잘 쓰면 된다”고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다.

"어르신은 차 한잔이 식기전 돈만 기부하고 서둘러 읍사무소를 나갔다"고 전한 허일욱 목천읍장은 “짧은 시간 알아낸 것은 그분이 여든한 살이고 목천에 산다는 것과 거듭 지역의 이웃을 도우라는 말뿐 어떤 것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읍장은 “노인이 읍 사무소를 나가자 직원 모두가 가슴에 와 닿는 진한 감동으로 정적 속에서 그 분의 뒷모습만 쳐다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