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기고 대출 막히고"..불안에 휘둘리는 주택시장
강남 재건축까지 '흔들'..미분양, 가격우려, 대출규제까지 불안에 불안을 더하는 꼴
[강남 재건축까지 '흔들'…미분양, 가격우려, 대출규제까지 불안에 불안을 더하는 꼴]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없어요. 입주가 시작되면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요즘은 오히려 가격이 내리막을 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네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소)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앞두고 주택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부동산 열풍을 이끌었던 서울 강남 요지의 재건축 아파트마저 거래가 뚝 끊겼다. 1억원이 넘는 웃돈(프리미엄)에도 매물이 없어 못 팔던 재건축 입주권까지 가격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과잉공급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투자심리에 대출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주택시장이 연초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볼 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서울 강남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택대출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분양, 금리 인상, 집값 하락 등 온통 안 좋은 뉴스뿐인데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실제 새해 들어 주택거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아파트 매매거래건수(25일 기준)는 4492건에 그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179건 꼴이다. 1월이 연중 거래가 가장 뜸한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거래 감소세는 우려스런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6824건, 하루 평균 220건을 기록했다.
거래감소는 강남·서초·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3구의 영향이 컸다. 강남구의 경우, 매매건수가 지난해 1월 460건에서 올 1월 272건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서초구(369건→213건), 강동구(390건→187건) 등의 거래건수도 큰폭 감소했다.
대치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맘때쯤이면 학군이 좋은 대치동으로 이사 오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은 거래가 뚝 끊겼다"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식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거래가 뜸해지면서 가격도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구 재건축 단지 매매가는 12월 둘째주 이후 6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9월 준공 승인을 받고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대치청실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지난해 11월 14억4000만~14억5000만원이던 84㎡형(이하 전용면적 기준) 입주권 가격이 올 1월에는 14억1500만원으로 2500만원 후퇴했다.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실수요가 중심인 강북권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불안심리가 투자 수요뿐 아니라 실거주 목적의 매매거래까지 숨통을 죄는 분위기다. 노원구의 1월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해 634건에서 올해 432건으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구로구(370건→207건), 도봉구(260건→198건) 등도 거래감소세가 확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부동산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분양, 가격 하락 등 거듭된 우려 속에 이미 잔뜩 움츠린 부동산시장에 대출 규제마저 불안을 더할 경우, 기존 주택거래, 신규 분양할 것 없이 시장 전체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공급과잉, 금리 인상 등 연이은 악재로 위축된 시장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심리적 요인이 실제 시장을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신심사 강화로 원리금 분할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거래가 위축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기존 주택은 물론 신규 분양시장까지 동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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