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2년산 공공비축미 8만9천톤을 가축사료용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쌀을 더 이상 보관할 창고도 없고 보관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이다. 그런데 판매가격이 당초 구입가격의 11분의 1에 불과하다. 해마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공공비축미를 제때 방출하지 못하고 묵혀 놓았다 헐값에 팔아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2012년산 공공비축미, 80kg당 1만6천원에 사료용으로 판매
농림축산식품부은 2012년산 공공비축미 36만3천 톤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던 8만9천 톤(현미 9만9천 톤)을 이달 말부터 사료업체에 가축사료용으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사료업체는 옥수수와 대두박(콩 껍질) 등이 주원료인 옥수수 배합사료에 쌀을 5% 정도 투입해 원료로 써야 한다. 이번에 판매하는 사료용 공공비축미 가격은 80kg에 1만6천원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지난 2012년 10월에 공공비축미를 매입할 당시 가격은 80kg 기준 17만 3,692원 이었다. 불과 3년4개월 만에 가격이 11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공공비축미 8만9천 톤을 1,932억 원에 매입한 뒤 178억 원에 판매한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손실금만 무려 1,754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동안 창고 보관비로 1만 톤당 해마다 14억 원씩 모두 411억 원을 지출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 손실금은 2,165억 원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이보다 앞서 2012년산 공공비축미 36만3천 톤 가운데 이번에 사료용으로 판매하는 8만9천 톤을 제외한 나머지 27만1천 톤은 이미 주정용 등으로 처분했다.
주정용 판매가격도 80kg당 1만6,800원으로 사료용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경우 정부가 지난 2012년 공공비축미를 매입한 뒤 최소 8천억 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 쌓여가는 공공비축미, 쌀 수급조절 관건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늘어나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하다는데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 쌀 소비량은 400만 톤 수준인데 생산량은 433만 톤으로 33만 톤이 초과 생산됐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비상용으로 매입한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방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결국에는 3~4년씩 묵혀 두었던 쌀을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그나마도 정부는 쌀 사료화에 거부감이 있는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쌀을 사료 원료로 허가하지 않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허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정부양곡 재고물량이 190만 톤에 달한다”며 “이것도 일반 밥쌀용으로 풀 수는 없고 오래된 구곡부터 연차적으로 사료용이나 주정용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쌀에 들어가는 정부의 재정손실금이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 쌀 소비량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농민들도 대체작목을 개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