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드론시장 70% 점한 中 DJI의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가보니
15일 오후 5시쯤, 밀착한 연인들과 꽃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길거리 가수들이 메운 서울 홍대 어울마당로를 뚫고 한 건물 앞에 멈춰섰다. 삐뚤빼뚤한 모양에, 주변 건물들과 유난히 어울리지 않는 4층 높이의 건물은 세계 1위의 드론 업체인 중국 DJI의 해외 첫 플래그십 스토어다.
유리로 둘러싸인 1층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반겼다. 기다랗게 펼쳐진 전시장에는 거대한 거미처럼 생긴 드론들이 놓여있었다. 일반 이용자 제품군 중 신제품인 팬텀4를 비롯한 팬텀 시리즈, 산업 전문가용 제품인 S900과 M100 등이 주력 제품이었다. 초고화질(UHD) 촬영 카메라인 오즈모(Osmo)도 한켠에 전시돼 있었다. 매장 입구 쪽에는 일직선 그물을 쳐놓은 3m 높이 시연공간인 '플라잉존(flying zone)'도 있었다.
- ▲ DJI의 산업용 드론들이 1층 전시장에 전시됐다.
지난 11일 스토어의 문을 연 날, DJI는 '인스파이어' 등 고가 제품들을 20% 할인해 판매했다. 30명 가량은 이 제품을 사기 위해 밤을 새우기까지 했다. 한 직원은 "초기에 구비해 둔 물량이 다 팔려 매일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 비행 시연을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직원은 "2층 전시장에서 시범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 ▲ DJI는 홍대 스토어 외벽을 이용자들이 찍은 사진들로 꾸몄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에는 사진 작품들이 눈높이에 맞춰 걸려 있었다. 이들 작품은 DJI 이용자들이 직접 찍은 것으로 공모전 수상작이다. 계단이 끝나자 1층에서 본 것과 같은 플라잉 존이 나타났다. 'DJI'가 적힌 카펫 바닥에는 팬텀4가 놓여 있었다. 시범 운행을 위해 직원이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푸른 빛의 LED 등이 켜지더니 네개의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 ▲ 홍대 스토어 2층의 드론 플라잉존.
'위이잉.' 벌떼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한 바람 소리가 거셌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직원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드론으로부터 세발짝 떨어진 곳에 섰지만, 바로 앞에서 선풍기의 강풍을 맞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드론의 카메라가 비추는 곳이 콘트롤러(조종기)에 장착된 스마트폰 화면에 비쳤다. 직원이 검지로 조그셔틀을 움직이자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앞뒤로 각도를 조정했다.
<드론 시험비행 유튜브 영상>
직원은 "드론에 장착된 센서가 앞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면 더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며 "유리는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트롤러 방향키를 아무리 눌러도 드론은 그물 앞에서 멈춰섰다. 2006년 설립된 DJI는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DJI의 기업 가치는 약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DJI의 주력 제품군인 팬텀은 ‘드론 분야에서 자동차 대중화의 효시인 포드의 '모델 T' 같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DJI가 선택한 첫번째 해외 전진기지는 한국이었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췄고 좋은 인재들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DJI 측은 "경쟁력 있는 국내 업체들과의 파트너십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 DJI 직원이 팬텀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그 중에서도 홍대 주변을 택한 건 인디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드론 콘텐츠가 확대·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DJI는 홍대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드론을 알리고 교육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드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다보면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문화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어 3층에는 애프터서비스(AS) 전담실이 있었다. 상담 직원들은 주로 영어와 중국어를 오가며 열심히 설명 중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드론에 대해 상담을 받거나 구매한 드론의 수리를 맡겼다. 그간 해외에서 구매한 DJI 드론들을 수리할 길이 없어 불편했던 한국 이용자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전용 트렁크에 드론을 담아 들고 온 이용자 A씨는 "수리를 위해 중국 본사에 보내면 한달은 족히 걸리고 비용도 부담스러웠다"며 "문제가 생길 때 바로바로 문의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 ▲ 3층 AS센터 직원들이 상담하고 있다.
지하 1층에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Hall of Inspire(영감의 홀)'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곳은 소규모 영화관과 같은 상영공간으로 제작됐다. 약 70석 규모의 공간에 DJI가 제작한 영상물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제작한 영상물도 상영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상영비용은 받지 않는다.
- ▲ DJI 홍대 스토어 지하 1층 영감의 홀.
영감의 홀에 들어서기 전에 있는 외벽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는 DJI의 슬로건 'future of possible'이 그라피티로 적혀 있었다. DJI의 한국행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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