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말에 늦잠 자는 이유
생체시계가 자연의 명암주기·체온주기와 어긋나 평일에 잠이 부족한 ‘사회적 제트래그’ 때문이다
주말의 늦잠은 삶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나 늦잠 잘 수 있는 능력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크다. 십대는 중년인 부모보다 더 늦게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같은 연령층에서도 개인차가 있다.
왜 그럴까? 대개 십대는 중년 성인보다 더 늦게 잠드는 경향이 있고 우리 모두는 자연적인 리듬을 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우리가 체내 생체시계의 노예는 아니다. 충분히 잠을 잔 뒤에도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드는 상황은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
생체시계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체온이 높은 낮에 우리는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체온이 낮아지는 밤엔 잠을 잔다. 이 생체시계는 명암주기, 그리고 지구의 회전이 만들어내는 기온주기에 맞추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인공조명으로 우리가 이런 주기를 마음대로 통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60년대 독일의 생리학자 유르겐 아쇼프와 뤼트거 베버는 인간의 수면과 체온 리듬을 연구했다. 그들은 자원자들을 24시간 자연 명암주기를 알 수 없도록 창문은 물론 시간을 알 수 있는 어떤 물건도 없는 지하벙커에서 살도록 한 후 행동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실험에서는 전등을 계속 켜 자원자들이 명암주기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도록 했다(물론 잠잘 때 눈을 감는 것은 예외였다). 그러나 일부 시험에선 자원자들이 자고 싶을 때 불을 끄고, 일어났을 때 불을 켤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명암주기를 통제할 수 있었던 자원자들의 수면패턴과 체온리듬이 달라졌다. 그런 경우 40% 이상은 수면이 체온과 동기화하지 않았다.
인공조명이라곤 모닥불밖에 없었던 원시의 수렵채취인은 해가 지고 몇 시간 뒤 잠자고 동이 틀 무렵 깼다. 그처럼 모닥불의 희미한 불빛은 생체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인이 밤에 노출되는 인공조명은 다르다. 특히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합성을 방해하고 졸음을 억제한다.
늦게 잠자고 다음날 아침 출근할 경우 몸이 준비가 돼서가 아니라 자명종 때문에 억지로 일어난다. 하지만 잠을 충분히 못 자는 것은 자명종의 잘못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아쇼프-베버의 실험에 나오는 지하벙커에 매일 저녁 들어가는 셈이다. 졸리지 않은데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 이유는 없다. 계속 일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느긋하게 쉬려 한다.
그 결과 우리 생체시계는 자연의 명암주기와 어긋나게 된다. 주말이면 평상시와 같거나 더 늦게 잠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그동안 밀린 잠을 다 자고 생체시계가 잠을 깰 시간이라고 말해줄 때까지 늦잠을 잔다.
평일과 주말의 이런 수면시간 차이는 ‘사회적 제트래그’로 불린다. 우리는 주로 이른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강한 인공조명으로 생체시계를 혼란시키는 것이 적어도 부분적인 원인이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시간 차이는 청소년과 청년의 경우 가장 크며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어든다. 수면의 필요성이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9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50대가 되면 7∼8시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평일에 청소년과 중년의 일과와 수면일정이 비슷하다고 해도 누적된 수면부족과 주중 주말 사이의 수면시간 차이는 청소년이 더 크다.
그러나 비슷한 연령의 성인 집단에서도 일부는 주말에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잔다. 인공 조명의 부정적인 효과 없이도 일부는 자연적으로 빠른 생체시계(사실상 하루 주기가 24시간이 안 된다)를, 나머지는 하루 주기가 24시간이 넘는 느린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느린 생체시계를 가진 사람은 주중에 더 늦게 잠들고 주말에 더 오래 잔다.
주말의 수면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개인적 차이도 있다. 우리 중 일부는 저녁 불빛에 더 민감하다. 멜라토닌 합성이 다른 사람보다 더 억제된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더 늦게 잠들어 수면부족이 심해지며 주말에 늦잠을 오래 잔다.
수면시간 조절에 생물학적 관점을 취하고 우리가 자연세계와 동떨어져 살며 우리의 행동이 생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주말 수면습관의 개인차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자명종 탓을 하지 말자. 저녁에 과도한 조명의 노출을 줄여 평일에 수면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아침에 뜨는 태양을 보면 ‘사회적 제트래그’를 줄이고 더 산뜻한 기분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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