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때문에.. 쑥대밭 된 '쑥고개'
|
봉천 제 12-1구역 재개발 현장. |
◆유치권 행사 중인 경남기업
“이제 쑥고개(재개발 구역)쪽으론 고개를 돌리기도 싫어요. 원래대로면 지금쯤 다 지어진 아파트에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봉천 제12-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하 12-1조합) 한 조합원의 말이다.그는 2012년 재개발을 위해 이주해 전세계약을 두번이나 했다. 곧 세번째 계약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전셋집을 구할 수가 없다. 이 조합원은 “이제 월세집을 전전해야 할 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4월부터는 시공사가 지급하기로 했던 이주비 이자 지원도 중단돼 형편이 더욱 빡빡해졌다.
지난 5일 봉천 12-1구역을 찾았다. 2호선 봉천역에서 내려 이른바 ‘쑥고개 언덕’을 오르니 12-1구역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패널로 둘러싸인 공사현장은 인적을 볼 수 없이 적막했고 현장을 들어가는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입구에는 이성희 경남기업 전 법정관리인(현 사장)의 이름으로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 개최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그간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12-1구역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보여준다.경남기업의 법정관리 후 1년여간 공사는 한치의 진척 없이 방치됐지만 경남기업과 조합원은 끊임없는 줄다리기 중이다. 공사가 멈춰서고 불안감이 커지자 조합원들은 시공사 교체를 요구했다. 조합은 지난해 9월18일 정기총회를 갖고 경남기업과 맺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신뢰 잃은 집행부… 들고일어선 조합원들
공사가 멈춘 지 벌써 1년이 지났고 조합원 투표로 경남기업 계약해지를 가결한 것도 6개월을 넘어섰다. 조합의 의사결정이 재빨랐다면 이미 시공사를 선정했을 시간이다. 경남기업이 시공을 그대로 이어갔더라도 공사진행이 가능하다.하지만 조합원 사이의 불신과 갈등이 사업 진행을 가로막았다. 지난해 시공사의 부도로 피해를 입게 된 조합원들은 자연스레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됐다. 공사가 멈춘 상황에서 공사지연으로 인한 시공비 증액 등 부담은 모두 조합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5년 10월이라던 경남기업 회생계획인가 예상시점도 점차 밀려만 갔다.
여기에 경남기업 부도와 관련없이 2016년 6월 입주가 불가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봉천동 12-1구역은 12-2구역에 둘러싸인 형태로 구성됐는데, 12-2구역이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며 12-1구역의 입주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조합원들은 조합 측이 1구역 단독으로 공사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진행했고 12-2구역 사업지연이 12-1구역 사업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컸음에도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집행부를 해임하지 않고 진행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원은 집행부를 몰아내기에 이르렀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30일 총회를 열어 조합장 해임을 의결했다. 비대위는 즉시 새 조합장을 뽑아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임시총회 발의서 제출을 의결했지만 정관 절차상의 문제로 지연돼 오는 6월4일 조합장을 선임한다.
◆‘시공사 변경’ 놓고 갈등 예고
조합장 해임으로 어쨌든 공사는 ‘시공사 변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듯했지만 지난 2월3일 경남기업이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를 받으며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공정이 이미 31%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경남기업이 마무리 하는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남기업의 시공비용이 타 건설사의 견적에 비해 저렴해 중도금을 채무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조합원들은 경남기업이 시공을 맡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조합원은 “경남기업이 시공하면 바로 착공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완공이 빨라지지 않겠냐”며 “지하부터 3~4층까지 건물도 지어놨는데, 시공사를 바꾼다는 게 사실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비대위 측은 조합원 일각의 의견을 일축했다. 경남기업에 시공을 다시 맡기자는 의견은 전 조합장과 커넥션이 있는 정비업체 측에서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고 재개발에 대해 무지한 조합원들이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다.
최연순 비대위원장은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조합 집행부가 진행하던 사업을 전면 재검토했고, 이전 조합장이 8년동안 이끌어온 사업이 문제가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시공사가 바뀌면 전 조합장의 비리가 온전히 드러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경남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경남기업의 공사비가 저렴하다는 것은 명목일 뿐 여태까지 지켜봐 왔듯 갖은 명목으로 공사비를 올릴 것이 뻔하다”며 “불량회사를 몰아내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대형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저런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연휴' 텅 빈 도심.. (0) | 2016.05.03 |
---|---|
중국 자본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0) | 2016.04.29 |
식당선거 ..20대총선 종로 (0) | 2016.04.14 |
중개·직매입 안 가린다…유통업 경계 무너져 (0) | 2016.04.13 |
201X년 백두산 화산재가 한반도를 뒤덮는다면? (0) | 2016.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