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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간 궁합 맞추는 '푸드 페어링'

여행가/허기성 2016. 5. 12. 07:12

음식간 궁합 맞추는 '푸드 페어링'

된장과 초콜릿의 궁합이 좋다?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벨기에 과학자 베르나르 라후스(Lahousse)가 한 말이다.
절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음식끼리 의외로 궁합이 좋은 경우도 많다.
감(感)이나 경험에 의존하던 음식(식재료)간 궁합이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된장은 초콜릿, 특히 베네수엘라산 밀크초콜릿과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산딸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벨기에 과학자 베르나르 라후스(Lahousse)가 한 말이다. 생명공학을 전공한 라후스와 요리사 피터 코케트(Coucquyt)는 푸드페어링(Foodpairing)사의 공동 설립자다. 감(感)이나 경험에 의존하던 음식(식재료) 간 궁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회사다. 미쉐린(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영국 '팻덕', 스페인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는 '무가리츠' 등 전 세계 12만 회원(요리사·레스토랑·외식 기업)이 이 회사의 푸드페어링 서비스를 메뉴 개발 등에 활용한다.

벨기에‘푸드페어링’공동설립자 베르나르 라후스(오른쪽)와 피터 코케트가 피망과 토마토 향을 맡으며 웃고 있다.

라후스와 코케트는 지난주 열린 TV조선 주최 서울푸드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음식이 서로 어울리는지를 맛이 아닌 향(香)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인간이 인지하는 맛이란 정확하게는 맛(taste)과 풍미(flavor)로 분류됩니다. 혀의 미뢰(tastebud)가 감지하는 맛은 단맛·신맛·짠맛·쓴맛·우마미(umami·감칠맛) 다섯 종류죠. 풍미는 코의 후각 기관(olfactory receptor)이 감지합니다." 라후스는 "'맛있다'고 하는 총체적 경험은 풍미, 즉 향이 80%를 결정짓는다"고 설명했다.

고추장은 토마토·망고·육포,
김치는 버터·꿀·치즈 등
같은 香분자 많을수록 잘 어울려

향을 분석할 때는 먼저 밀폐 용기에 음식·식재료를 넣고 향 분자(molecule)가 발산되게 한 다음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유기화합물 혼합체 분석법)'와 '질량분광계(mass spectrometer)'를 이용한다. 음식·식재료마다 수백 가지 향 분자가 존재하는데, 이 중 양이 많고 맛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30~40가지를 찾아낸다. 동일한 향 분자를 많이 함유한 음식일수록 서로 잘 어울린다는 원리다.

절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음식끼리 의외로 궁합이 좋은 경우도 많다. 된장과 초콜릿, 산딸기의 경우 공통적으로 퓨라네올(furaneol)이라는 향 분자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함께 먹기 좋다고 한다. 최근엔 된장·간장·고추장·쌈장·멸치 국물·막걸리 등 6가지 한국 음식도 분석해봤다. 된장과 간장에 커피를 섞어 보니 소고기 육수와 비슷한 맛이 났다. 고기와 관련 있는 향 분자를 공통적으로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 김치는 발효가 진행될수록 치즈, 꿀, 버터에 함유된 향 분자가 증가했다. 버터에 볶아 치즈를 뿌린 김치볶음밥처럼 김치와 치즈, 꿀, 버터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