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사육 벗어난 닭 '황금알'을 낳다
‘심다누팜’의 양계장에서 김성한(오른쪽), 이심 부부가 방금 낳은 계란을 꺼내들었다. 오후 내내 초원을 한가로이 거니는 닭들이 생산하는 계란은 고소한 데다 잡내가 없어 일반 계란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에서 농장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심다누팜’을 운영하는 김성한 씨(37)는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다. 품목에 따라 시중보다 두 배나 비싸게 파는데도 ‘감사하다’는 인사가 쇄도한다.
○ 난치 질환이 제시한 귀농 방향
10년 전 그는 삶의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 20대 중반부터 괴롭혀온 질병이 27세 때인 2007년 크론병으로 확진됐다. 입에서 항문까지의 소화관에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이었다. 극심한 고통에 회계사를 도와 아파트 회계감사를 하던 일을 접었다. 금융회사에 다니던 아내 이심 씨(38)에게 돈벌이를 맡기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큰아들 단우는 아토피가 가실 줄을 몰랐다.
김 씨는 혹시 주거환경이 바뀌면 자신은 몰라도 단우의 아토피는 호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2010년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경기 고양시 일산 아파트에서 파주에 전세로 얻은 전원주택으로 옮겼다. 주변 농장에서 실전처럼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농장일이 자신의 마음을 다시 바꾸게 할 줄은 몰랐다.
사육 현장은 참혹했다. 비좁아 터진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을 집어넣었다. 가축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체계가 무너져 쉽게 병들었다. 항생제 등 약물을 투여하니 질병의 내성이 강해지고 다시 더 강한 약물을 투여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렇게 자란 소와 돼지, 닭 그리고 계란에는 바이러스와 항생제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그토록 좋아하던 고기와 햄, 계란을 끊고 집에서 지은 밥과 백김치만 먹었다.
김 씨는 “놀랍게도 5년 동안 복용하던 크론병 약을 끊을 수 있었다”며 “여기서 질병 회복뿐만 아니라 귀농의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고기와 계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같은 사육 방식이 문제다. 동물이 행복해야 그 동물도 보답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는 ‘나와 가족이 안심하고 먹는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귀농의 기본 원칙을 세웠다. 농장 이름도 아내(이심)와 아들(다누·단우를 소리 나는 대로 쓴 것)이 먹을 수 있는 농축산물을 만드는 농장(팜·farm)이란 뜻에서 ‘심다누팜’이라고 지었다. 농장 터를 물색하다 2012년 사육 공간이 넉넉한 현재의 농장에서 발길을 멈췄다.
○ 자연 상태에 가깝게 키우는 가축
김 씨는 산란계(鷄) 2500마리, 육우 20마리, 그리고 약 3300m²의 밭에서 보리를 키운다.
닭은 6000여 m²의 드넓은 초원에서 기른다. 우리에 빽빽하게 넣으면 10만 마리는 족히 키울 수 있는 넓이다. 닭들은 오전에 실내에서 알을 낳고 오후 1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땅을 파헤치고 풀을 뜯어 먹는다. 야생의 삶에 가깝게 만들었다. 소도 브랜드인 ‘풀 먹고 자란 소(그래스비프·grass beef)’처럼 사료를 먹이지 않고 방목한다. 1만5000m²의 땅에 풀을 재배해 먹인다. 봄과 겨울에는 캐나다산 건초를 수입한다. 10월 말 파종하는 보리밭은 김을 매지 않는다. 무농약 무비료 재배로 소출은 일반 보리의 절반이지만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까운 보리를 수확한다.
이렇게 기르는 닭과 소는 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아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 사료를 먹이지 않으니 분뇨의 악취도 덜해 주변 민원도 없다. 사료를 먹이면 육우는 20개월만 기르면 판매할 수 있지만 풀만 먹이면 28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품질은 월등하다. 최근 대학 식품연구소에 국산 및 수입 쇠고기와 함께 품질 검사를 의뢰했다. 1등급 기준으로 이들 고기에 비해 지방은 최대 20분의 1에 불과하고 오메가3는 10배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육우는 숙성실과 저장실 냉동실을 갖춘 농장 정육점에서 부위별로 분류하고 진공 포장해 택배로 판다. 계란은 고소하며 비린내 같은 잡내가 나지 않는다. 40개 가격은 시중보다 두 배 비싼(계란값 폭등 전에는 3배) 2만4000원(택배비 포함)이지만 주문이 밀린다. 현재 카페 회원 500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정기적인 소비자다. 연간 매출은 4억 원.
김 씨는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농장 운영의 모델로 삼았던 미국 버지니아주 대안농장 ‘폴리페이스’를 찾아 농장주 조엘 샐러틴 씨로부터 운영 노하우를 들었다. 캐나다의 건초 생산지도 방문했다. 김 씨는 “귀농은 결코 낭만이 아닌 만큼 자신만의 철학을 확고히 세우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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