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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식

김정은의 숨바꼭질

여행가/허기성 2017. 9. 7. 13:30

김정은의 숨바꼭질

100m 깊이의 지하도로, 북한 전역에 뻗쳐있어…최근 들어 전용 활주로만 9곳 건설

북한은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 벙커 역할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100~150m 깊이로 공사했으며 김정은 만이 이용할 수 있는 비밀땅굴(지하도로)는 최대 300m 깊이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러스트 = 이진경 디자이너

한반도 유사시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전쟁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 가능성에 대해 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언급한 가운데, 평양 내 김정은 위원장의 도주로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한·미 연합훈련에 참수작전에 정통한 미 육군 특수부대가 참여하고 올해 3월 한·미 연합훈련엔 북한 핵심시설 선제타격 개념을 골자로 한 '작전계획 5015' 군사연습이 진행되자 김정은 위원장은 참수부대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주 활동시간을 새벽으로 옮기고 지방 방문 시 전용차가 아닌 간부 차를 이용하거나 전용 벤츠 리무진과 똑같은 차량 몇 대를 함께 대동하며, 외부행사 일정과 장소를 갑자기 바꿔 노동신문에 방문날짜 없이 기사만 내보내는 등 지난해 대비 공개 활동이 32%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0m 깊이의 김정은 지하벙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일본으로 망명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 대좌 (대령급) A씨는 북한전문학자와의 인터뷰에서 평양 외곽에 위치한 김정은 지하벙커 위치를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평양 삼석구역 대성산 국사봉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지하벙커는 인민군 최고사령부 야전지휘소로 유사시 군 수뇌부를 위한 대피시설이다.  

대성산 북쪽으로 이어진 자모산에도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애용하는 특각(전용별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도 핵 공격과 벙커버스터(지하 구조물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탄)를 막아낼 수 있는 지하 100m 깊이의 임시지휘소가 마련돼 있다.      

                                            

 

잠수함에 몸을 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

북한은 지하도 왕국 

2009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자유북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양 지면 아래 약 300m 지점에 제2의 지하 세계가 존재한다"며 "남포와 순천 등 평양 주변 40~50㎞ 지역까지 지하도로가 뻗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자모산 특각과 평양 시내 지하도와는 직선거리로 40㎞에 이르는 땅굴이 연결되어 있으며, 평양 삼석구역 철봉산 휴양소 지하는 남포항까지 지하도로가 뚫려있어 유사시 수뇌부가 중국으로 도주할 수 있는 루트가 확보됐다고 황 전 비서는 증언했다.

2010년 후계자 지위를 확정 지은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자신의 생모 고영희가 거주하던 15호 관저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곳은 아버지 김정일의 집무실이 있는 평양시 중구역 남산동 노동당 1호 청사와 약 40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했는데, 집무실 마련과 동시에 두 곳을 잇는 지하통로 보수공사와 인근 전용 철도 및 도로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 된 평안북도 창성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별장 인근의 전용활주로.

김정은의 도주 시나리오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김정은 위원장이 도주할 경우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건설된 지하도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어 국외 도피의 경우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평양에서 묘향산 별장까지 지하도로로 이동한 뒤 창성 약수리를 거쳐 압록강 지하를 지나 중국과 바로 연결된 통로로 탈출하는 방법이다. 묘향산 별장서부터 중국까지 연결된 지하도로는 유사시 김정은만이 이용할 수 있는 땅굴 망이다. 

두 번째는 자모산 특각 지하에서 평양순안국제공항과 연결된 지하도로를 통해 빠져나가 해외 탈출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지난 6월 김 위원장이 최근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의 별장 인근에 전용 활주로를 건설했으며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곳만 9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다소 예외적 행보로 해석되는데, 격추나 사고 위험 때문에 비행기를 절대 타지 않았던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북한의 열악한 도로상황 때문에 김 위원장은 비행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평양 삼석구역 지하 인민군 야전지휘소로부터 남포항까지 연결된 지하도로로 이동 후 배편을 통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황장엽 전 비서가 2009년 인터뷰에서 해당 지하도로를 통한 도주경로를 증언한 바 있다. 

미 육군정보사(USAINSCOM)와 CIA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땅굴 굴착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미얀마,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등에 땅굴 기술을 수출했는가 하면, 핵 공격과 벙커버스터 방어를 위한 이중 돔형 기술까지 개발된 상태다. 

한편 지난 8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사시 김정은의 긴급탈주에 대비해 그의 별장 인근엔 단발 엔진 전용기 2대가 상시 대기하고 있으며, 압록강과 가까운 중국의 은신처로 몸을 옮긴 김정은은 북한군의 작전과 전투를 원격 지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