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는 파주 땅값, 3~4월 최고가 거래지역 어디일까
“파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 접경도시입니다. 한국전쟁의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입니다. 대립과 반목, 전쟁과 죽음의 땅이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바뀌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파주, 평화도시 선언문의 일부다.
파주가 평화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는 역설적으로 전쟁의 상처와 맞닿아 있다. 서울과 개성을 연결하는 파주는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파주가 시로 승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도 파주군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들도 많다. 1996년 3월1일 파주군에서 파주시로 승격됐기 때문이다.
파주시는 발전 속도가 빠른 도시다. 올해 3월 현재 44만1100명. 2013년 8월 40만명을 돌파한 이후 시간이 갈수록 인구가 늘었다. ‘안보 리스크’ 한계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던 파주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이 드리웠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파주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접경지역이라는 현실적 조건 때문에 투자를 꺼렸던 이들도 남북 화해무드 조성을 계기로 파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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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파주에 땅을 사면 이른바 ‘대박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안보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파주 땅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투자 가치는 있지만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파주 땅값의 상승 정도는 경기도의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을 100으로 놓았을 때 올해 2월 현재 파주의 지가지수는 103.453이다. 인근 지역인 고양시의 104.254, 김포시의 104.035보다 낮은 수치다.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류는 시장에 반영되고 있을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주시 토지매매 거래건수는 올해 1월 734건, 2월 610건, 3월 804건, 4월26일 현재 315건이다. 4월 파주의 토지매매 거래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다만 국토부 자료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계약일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4월 파주의 토지매매 거래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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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신장식 작가의 그림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그렇다면 남북 화해무드가 시장에 반영된 올해 3~4월 파주의 토지 거래 사례 중 최고가를 기록한 곳은 어디이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거래액을 기준으로 보면 운정신도시 쪽 강세가 두드러진다.
파주시 와동동 대지 2217.1㎡가 4월 초순 117억5063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와동동은 운정 호수공원이 있는 지역이다. 파주시 최고가 거래 토지는 운정신도시 중심상업지역이다.
파주시 와동동 대지 4309.6㎡는 4월 말에 71억7548만원에 거래됐다. 파주시 와동동 대지 3774.2㎡도 4월 중순 62억8404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대지는 지목상 사무실, 상가, 집 등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파주시 야당동 대지 1106.5㎡도 3월 중순 60억원에 거래됐다. 야당동은 야당역을 중심으로 해서 위로는 운정 호수공원 아래로는 일산서구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파주시 금촌동 잡종지 1528㎡는 3월 중순에 46억6862만원에 거래됐다. 금촌동은 파주시청과 의정부지원 파주시법원 파주경찰서 등 행정기관이 밀집한 지역이다.
공장용지로는 파주읍 향양리 1만472㎡가 4월 중순 39억738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향양리는 문산읍과 가까운 곳으로 와동동, 야당동, 금촌동보다는 북한 인접 지역이다. 인근에 파주선유 일반산업단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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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호수공원 |
파주시에서 거래된 토지 가격은 수십억원이 넘는 곳도 있지만 1000만원대도 적지 않다. 적성면 장현리 밭 138㎡는 1037만원에 거래됐다. 장현리는 자유로CC 인근 지역이다.
법원읍 동문리 목장용지 152.43㎡는 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문리는 아래로는 명학산, 위로는 사방산을 끼고 있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파주 토지를 사려고 하는 이들은 토지용도와 개발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개발 가능성이 낮은 맹지 등을 살 경우 투자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파주 땅값이 오른 것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택지지구 개발에 따른 효과가 크다”면서 “무턱대고 사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고 운정이나 교하, 출판단지 주변 등 개발이 진행된 지역 주변 택지를 투자목적으로 사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