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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개포동 평당 4,000만원의 진실

여행가/허기성 2006. 5. 7. 23:43

언론들, 부동산정보업체 어설픈 자료 검증없는 베끼기…시장왜곡 조장


"강남구 개포동 평당 4,000만 원 돌파."
최근 언론들이 지역별 집값 동향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한마디로 오보다. 재건축아파트의 특수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부동산정보업체의 어설픈 자료를 그대로 베낀 함량미달의 기사다.

부동산 보도와 관련, 언론들이 부동산정보업체이 내놓은 자료를 아무런 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엉터리 보도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폐해는 상상을 넘어선다. 때론 악의적으로 때론 무책임하게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부풀리기식 보도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좌절하게 한다.

지난 1일 신문들과 방송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개포동 아파트 평당 4,068만 원’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신문은 경제면에서 주요기사로, 방송은 주요 뉴스로 편성해 이 소식을 전했다.

기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값이 처음으로 평당 4,000만 원을 넘었고, 전국에서 평당 가격이 4,000만 원을 돌파하기는 개포동이 처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평당가가 높은 동네는 강남구 개포동, 압구정동, 대치동 등 강남권에, 가장 싼 곳은 도봉구 쌍문동, 강북구 번동, 구로구 가리봉동 등 주로 강북권에 각각 몰려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언론이 같은날 같은 내용를 보도한 것은 전날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제공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심각한 통계적 오류가 숨어있다.
재건축아파트는 재건축 이후 늘어난 평형의 가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격을 단순히 현재의 작은 평수로 나눠 평당가(시세/평수)를 산출할 경우 결과적으로 평당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오류가 발생한다.


언론이 검증 안한 심각한 통계의 오류

예컨대 개포동 주공1단지같은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20평대 미만이지만 가격은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13억 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소형평형이지만 사실상 재건축됐을 때의 아파트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아파트는 주변시세를 참조한 재건축 이후 넓은 평형의 가격에서 예상 추가분담금을 뺀 가격이 가격 하한선이 된다.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11, 13, 15, 17평형까지 4종류가 있다. 11평형은 25평형, 17평형은 40평대로 각각 재건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각 5억, 13억 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만약 재건축 요인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13억 원을 호가하는 17평형의 평당가(13억/17평)는 7,647만 원이 된다. 그러나 이 아파트가 재건축됐을 때 추가분담금(1억 원)만큼 가격이 오르고 평형은 45평으로 늘었다고 가정할 경우 평당가(14억/45평)는 3,111만 원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재건축아파트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현재 시세를 현재 평수로 나눠 평당가를 구하게 되면 평당가가 실제보다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이번 자료 제공자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개포동의 표본 가구수는 총 2만 1,205가구이며, 이중 재건축아파트가 45.13%(9570가구)를 차지한다. 전체 가구에서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할 경우 평당가는 2,514만 원, 재건축만을 대상으로 하면 평당 5,169만 원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2가지 표본을 뒤섞어 단순 산술평균한 잘못된 통계를 인용보도함으로써 개포동 전체가 평당 4,000만 원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킨 것이다. 만약 재건축아파트의 향후 늘어난 평형과 분담금을 감안해 평당가를 재산출하면 개포동 평당가는 4,000만 원을 훨씬 밑돌 것이다.


언론보도가 집값 상승 부추긴 전형적 사례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아직 재건축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구체적인 추가분담금 규모, 재건축 후 평형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현재 시세에서 현재 평형을 나누는 식으로 평당가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개포동 평당 4,000만 원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같은 개포동이면서 평당 4,000만 원에 못 미치는 아파트들이 언론보도를 근거로 가격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전형적인 사례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처럼 심각한 통계적 오류가 있는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보도해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동네와 싼 동네를 평면비교함으로써 지역간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상업적 부동산정보업체들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언론 노출을 늘리기 위해 언론 구미에 맞는 선정적인 자료를 앞다퉈 생산해내고 있다. 동시에 언론들의 부동산보도 역시 부동산정보업체 자료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잘못된 통계와 분석에 근거한 '나 몰라라 식'의 기사가 시장에서 기정사실인 것처럼 대량 유통되며 시장의 합리적 판단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투기열풍의 이면에 있는 잘못된 통계와 언론

모 방송의 기자는 “부동산정보업체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감시간에 쫓기고 다량의 기사를 생산해 내야 하는 기자들은 별 문제 의식 없이 구미에 맞는 통계를 '옳커니' 하며 써내는 경향이 짙다"고 비판했다.

부동산투기 열풍의 이면에는 잘못된 통계와 잘못된 언론이 있다. 또 부동산열풍은 언론 광고 등의 이유로 필요이상으로 많은 부동산기사를 만들어내고, 대량생산된 부동산기사는 다시 부동산열풍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폐해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 부추기기식 부동산기사로 전 국민이 ‘잠재적 투기꾼’이 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줘 계산하기도 힘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무책임한 부동산기사들이 강남에 살고 있지 않는 것,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사는 집의 문제는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의식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론들은 자신들이 매일 쏟아내는 내지르기식의 무책임한 부동산 보도에 국민들이 좌절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취재:신현기 (nollst@allim.go.kr)
출처 : 경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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