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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외국인들 주식 왜 파나?

여행가/허기성 2007. 10. 15. 14:34

 개인들의 펀드 투자 열기에 힘입어 순자산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한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기관과 달리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5월 이후 17조원을 순매도해 한국 증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이탈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인 주식 지분율은 2004년 44%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현재 33%까지 하락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기조적 추세인데 반대로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인도 등 우리와 경쟁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수년간 외국인 증시 참여가 활발했다. 대다수 아시아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이 40%를 육박하는 현실을 보면 왜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만 외면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80%를 웃돌았고 인도 기업들도 30%가 넘는 이익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2년간 감익 추세에서 벗어났지만 겨우 10% 정도의 이익 증가를 보였다. 가치 투자를 중시하는 외국인들도 있지만 대체로 아시아나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들 지역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2004년 이후 원화가 달러 대비 30% 이상 절상된 현실을 감안하면 7~8%의 영업이익률과 두 자릿수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는 우리 기업들의 체질이 강화된 게 사실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시장친화적이고 높은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을 중시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해당 기업들이 계속 커가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지난 4년간 무능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외환위기를 갓 벗어난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 때는 우리 경제가 연 7.2%의 고속 성장을 했고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7.7%포인트를 공헌했다. 반면 노무현 정권의 지난 4년 동안에는 경제성장률이 4.2%에 머물렀고 내수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결과 2.1%포인트에서 정체됐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2003년 이후 해외에서는 환율과의 전쟁을 한 셈이고 국내에서는 경기 침체에 시달렸다. 물론 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을 구가했던 DJ 집권기에는 외국인 주식지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가 경제의 활력이 없어지자 지난 3년간 한국 증시를 이탈한 셈이다.  

■ 12월 대선이 중요한 변수될 것 ■ 

올 들어 외국인들이 사상 초유의 매도 공세를 보이는 이유는 대통령 선거 및 내년 새롭게 출범하는 차기 정부와 무관하지 않다. 국제 투자가들은 각종 지지도 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지만 일반적인 외국인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정치적인 논리를 펀드운용에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내년에 야당이 집권하면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웃도는 고속성장을 향후 4~5년간 보일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외국인들은 융통성이 많은 헤지펀드를 제외하곤 정권 교체를 근거로 한국 편입 비중을 높이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 IT, 자동차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를 중시하는 대통령이 탄생하고 그 결과 확장적 재정정책, 각종 규제 완화, 감세 조치로 기업과 가계 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을 대부분 외국인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거꾸로 12월 대선에서 야당이 압승하고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이 발표된다면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멈추고 오히려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