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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체질에 맞는 술과 안주

여행가/허기성 2007. 12. 3. 20:22



한방에서는 체질에 따라 궁합이 맞는 술과 안주가 따로 있다고 본다. 더운 성질의 소주는 소음인이나 태음인에 적당하다고 한다.

어느새 달력을 보면 두 장밖에 남지 않아 이런 저런 모임 약속이 잡히기 시작하는 때다. 각종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어렵다면 요령 있게 마시자.

무엇보다 술을 마시더라도 간이 쉴 수 하도록 휴간일을 정해 술을 먹지 않는 날을 갖는 것을 건강을 지키는 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체질에 따라 알코올에 특히 취약한 체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술이든 무난히 소화하는 체질도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체질에 따라 궁합이 맞는 술이나 안주도 따로 있다.

지난해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한방병원이 입원환자와 클리닉을 찾은 환자, 일반인 5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흥미롭다. 여러 가지 체질 중에서 소음인이 가장 알코올에 취약해서 흔히 알코올중독으로 부르는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소음인은 타고난 체질상 신장기능은 좋아도 소화기능이 약한 특징이 있고, 또 성격상 완벽주의에 가까워서 술에 약한데도 강한 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태양인도 술에 약한 편이다. 실제로 태양인 중에는 폐 기능은 좋아도 알코올 해독을 담당하는 간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기질이 강해 술자리에서도 앞장서서 마시는 타입이라면 태양인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태음인은 어떤 술이든 잘 받아 ‘술에 강한’ 체질로 꼽힌다. 폐는 약해도 간 기능이 좋은 체질이 태음인이다. 하지만 자신의 음주량을 과신해서 지나치게 마시거나 성격이 활발해서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한방에서는 이처럼 체질에 따라 술로 인한 영향이 다른 만큼 체질의 특성에 맞는 음주를 권한다.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은 “체질에 따라 특히 잘 맞는 술이나 안주도 있다. 체질에 안 맞는 술은 조금만 마시거나 마시지 않는 게 좋다”며 “물론 술자리 특성상 일일이 술을 가려마시기는 어렵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가 유난히 오래 가거나 설사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적정 음주량보다 많이 마셨을 때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소음인이든 태음인이든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간염이나 지방간 등의 질환이 있을 때도 체질을 막론하고 술을 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체질별로 궁합이 맞는 술은 어떤 술일까. 소음인의 경우에는 체력이 약하고 추위를 잘 타는 탓에 성질이 따뜻한 소주, 인삼주, 고량주 등의 술이 잘 어울린다. 희석 소주 중에서는 오이 소주를 권할 만하다.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고 소주의 쓴맛이 중화돼 맛이 거북하지 않다. 또 술을 마시면 몸속의 칼륨이 소변으로 많이 배출되는데, 오이에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들 술은 도수가 높지만 소음인처럼 속이 냉한 체질은 독한 술의 해가 적다. 독한 술도 적당히만 마시면 차가운 위를 덥혀준다.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 때는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류와 같이 먹는 것이 좋다.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생선구이나 매운탕, 수육, 어포 등이 그것이다.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버섯전골도 괜찮다. 특히 소음인의 기운을 상승시켜 술을 해독하는 안주로는 닭고기가 좋고, 감자나 사과, 귤 등도 괜찮다.

너무 매운 안주는 금물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과 불갈비, 닭찜 등의 매운 안주와 만나면 위궤양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데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막걸리도 소음인에게 좋은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6% 정도인 막걸리는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홍어 안주와 맛이 잘 어울린다. 삭힌 홍어의 맛을 막걸리가 중화시켜 준다.

만약 소음인이 맥주처럼 찬 성질의 술을 많이 마시면 소화력이 떨어지고 설사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또 위장이 작아서 맥주처럼 쉽게 배가 부른 술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소주는 소음인뿐만 아니라 태음인에게도 궁합이 맞는다. 매실주도 태음인에게 좋다. 땀을 적당히 흘리는 것이 건강한 태음인은 술을 해독할 때도 땀으로 많이 발산하는 것이 좋다. 쇠고기나 치즈 두부 배 은행 더덕 밤 당근 등의 안주가 이런 작용을 돕는다. 또 술을 마신 후에는 항상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식욕이 좋은 태음인이 간 기능이 좋다고 과음을 자주 하면 자칫 지방간이 생기기 쉽다. 과음을 삼가고 열량이 높은 안주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소주와 같이 먹는 삼겹살 안주는 열량이 높아서 문제. 소주 한 잔만 해도 밥 ⅓공기에 해당하는 90㎉의 고열량을 내는데, 안주까지 삼겹살처럼 기름진 것을 먹는다면 고스란히 뱃살로 가게 된다. 우리 몸은 술자리에서 마신 술과 안주 중에서 술을 먼저 분해해서 열량으로 사용하고, 나중에 안주로 먹은 열량을 소모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음주량이 많으면 안주로 먹은 열량이 아예 소모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또 태음인의 특징 중 하나가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알코올에 의존하다 보면 알코올 의존증이 될 수도 있다.

한편 태음인과 와인은 궁합이 안 맞는다. 태음인의 간 기능이 와인으로 인해 더욱 항진되기 때문이다. 맥주도 맞지 않는다.

찬 성질의 보리를 이용해서 만든 맥주, 포도로 만든 와인은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과 맞는 술이다. 소양인은 소음인과는 반대로 신장기능이 약한 대신 위장기능이 좋고 몸에 열이 많아서 추위를 잘 타지 않는다.

보통 소양인들은 과음, 폭음 등을 쉽게 하지 않지만 성격이 급해서 술을 마실 때도 빨리 잔을 비우다 보면 과음으로 이어진다. 일단 과음을 하면 몸에 열이 올라서 숙취가 오래 가는 체질이 소양인이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이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서 많이 붓거나 술이 잘 깨지 않는다면 소양인일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성질이 차가워 소양인에게 적합한 술인 맥주. 이런 맥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닭고기 등이 있다. 그러나 소양인에게는 열성 음식인 닭고기는 안주로 가볍게 먹는 정도가 좋다. 유해 첨가물 걱정이 없다면 햄, 소시지, 치즈 등도 권할 만하고 간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많은 오징어도 좋다. 특히 소양인 체질에 좋은 안주로는 기운을 아래로 내려 대변으로 술독을 푸는 돼지고기나 굴, 새우, 전복 등이 있다.

하지만 맥주가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자극하면 이른바 본격적인 ‘술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만큼 맥주 안주로 인기가 많은 치킨, 감자튀김 등의 열량이 높은 안주는 피하는 게 좋다. 각종 성인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중년 이후에는 술안주 하나도 입맛보다는 건강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 지혜롭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땅콩도 그다지 좋은 궁합이 아니다. 80%가 지방 성분인 땅콩과 맥주가 만나면 배탈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껍질을 깐 채 유통되는 땅콩의 경우 지방이 산화돼 과산화지질이 생기고, 곰팡이 범벅이 될 우려도 크다. 땅콩에 생기는 곰팡이에서 발견되는 아플라톡신 성분이 간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술안주 또는 간식으로 땅콩을 즐기는 경우에는 오래된 것, 껍질을 벗긴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사실 하나! 술집에서 공짜라고 내놓는 조미 땅콩이나 크래커 등은 짭짤해서 갈증을 나게 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만든다. 안주 값을 아낄 심산으로 열심히 먹은 공짜 안주가 알고 보니 일종의 덫(?)인 셈이다.

비타민은 풍부하지만 대부분의 과일 안주 역시 성질이 차서 맥주와는 맞지 않는다. 술 마신 다음날 별 문제가 없다면 괜찮지만 장이 과민해서 술만 마시고 나면 자꾸 설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맥주의 찬 성질을 누그러뜨리는 안주를 고르도록 한다.

태양인에게는 청주, 와인 등이 체질상 맞는 술이다. 직접 담가 마실 때는 태양인의 약재로 쓰는 모과, 오가피 등으로 담근 술도 좋다. 안주로는 육류보다는 소변으로 술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는 조개, 문어, 포도 등이 좋다.

정주화 원장은 “하지만 태양인은 타고난 간 기능이 약해 술을 조금만 마시거나 아예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