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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발등찍은 '못난이 4형제' 펀드

여행가/허기성 2007. 12. 13. 06:32

장면 1. 지난 2월 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A자산운용사의 일본펀드 설명회.

은행·증권사의 PB(프라이빗뱅커)와 투자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일본인 펀드매니저 M씨는 “일본은 10년 이상 지속됐던 침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본 주식이 최고 투자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 일본펀드는 한 달 만에 250%(약 2600억원) 불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장면 2. 이보다 이틀 앞선 1월 3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세계적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의 CEO인 S씨는 “서브프라임 위기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며 올해 리츠펀드(부동산펀드)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금리가 올라 리츠펀드 수익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둘의 상관관계가 낮으니 걱정 말라”고 장담했다. 일주일 뒤 발매된 이 회사의 리츠펀드는 모집 첫날 리츠펀드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돌변했다. 펀드 평가기관인 한국펀드평가 분석(지난 6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펀드들의 최근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3.83%, 1년 수익률은 -3.5%이다. 리츠펀드는 더 부진해 6개월 평균 수익률이 -15.6%, 1년 수익률은 -7%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성장형 기준)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이 18%, 1년은 50%인 점과 비교하면 가슴을 칠 노릇이다. 깨진 게 어디 이들 펀드뿐일까? 세계 각국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하는 ‘인프라펀드’(3개월 수익률 -6%)와 물 공급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물펀드’(6개월 수익률 -3~-6%)도 부진하긴 마찬가지.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들 네 가지 유형의 펀드를 ‘못난이 4형제’라고 불렀다.


메리츠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 팀장은 “지난 1~5월 사이 펀드시장에 신규로 몰려든 자금이 15조원 정도인데 이들 4개 유형 펀드에 들어간 돈이 10조원 이상”이라며 “결국 올 상반기에 펀드에 들어간 자금의 3분의 2 정도는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년 만에 ‘귀염둥이’에서 ‘못난이 4형제’로 전락

이들 4개 펀드는 올 상반기만 해도 주요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집중적으로 마케팅, 출시 2~3개월 만에 각각 3조~4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1년도 안돼 ‘못난이’로 전락한 이유는 무얼까?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일본펀드의 경우 예상과 달리 일본 경제가 소비 부진과 임금 하락에 계속 시달리면서 일본 증시가 연초 대비 10% 정도 하락한 게 직격탄이었다. 리츠펀드는 세계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서브프라임 위기 여파로 이중의 타격을 받았다. 또 물 펀드나 인프라 펀드의 부진은 선진국 증시의 침체와 관련 산업의 수요 기반 부족(물 펀드의 경우)에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병 주고 약 주나

그러나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나 투자자 모두 펀드의 성격을 오해한 데도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신상근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못난이 4형제 펀드의 경우 큰 자금을 묻어두는 주전 선수라기보다는 위험 분산을 위해 보조적으로 투자하는 성격인데도, 마치 대박 투자인 것 같은 분위기가 상반기를 휩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늦은 훈수를 듣는 투자자들은 속이 터지기만 한다. 지난 4월 물 펀드에 가입해 현재 원금이 10% 정도 날아간 직장인 김기수(가명·대기업체 과장)씨는 “왜 처음부터 위험을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그가 처음에 물 펀드 가입을 망설이자 증권사 직원은 “(목욕을 잘 안 하는) 중국인들이 이제 씻기 시작했다”면서 물 산업이 세계적인 성장산업이라고 권했다.

일본펀드의 경우 최근 2~3년 연초만 되면 금융회사들이 “일본 경제에 기대를 걸 만하다”며 마케팅했지만, 매년 연말이면 실망으로 끝나곤 했다.

그렇다면 지금 못난이 4형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증권 신 파트장은 “이들 4개 펀드가 전체 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 이상인 경우는 다소 줄이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4개 펀드의 비중이 10% 정도로 낮은 사람은 내년 증시가 변동성이 심할 것에 대비해 위험분산 차원에서 그대로 유지해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