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밀가루 가격을 40~54%씩 올렸다. 제과ㆍ라면업체들도 잇달아 10~50% 가격을 인상했다. 두 달 전에 4000원 조금 넘던 밀가루(3㎏)는 5000원이고 식용유(900㎖)는 1000원쯤 오른 4750원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샌드를 700원(80g)에서 1000원(100g)으로 300원 올리는 등 10여 품목에 대해 15%가량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해태제과는 맛동산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롯데칠성은 15개 제품에 대해 출고가 기준 탄산음료는 4~7%, 주스는 7~12% 올릴 방침.
남양유업은 올 들어 맛있는우유GT 가격을 1ℓ당 1750원에서 1850원으로 올렸고, 매일유업도 지난달 매일ESL우유(1000㎖)를 1750원에서 1850원으로 5.7% 인상했다. 밀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소면과 우동 값도 줄줄이 인상됐다.
◆ 찜질방ㆍ헤어숍ㆍ피자점ㆍ대리주차비까지 인상
= 식당, 찜질방, 헤어숍 등 각종 서비스업종 가격도 전방위로 오르고 있어 가계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민 음식인 자장면과 설렁탕 가격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세 식구에 1만원 한 장이면 해결하던 중국집 배달은 이제 옛날 얘기다.
자장면은 2500원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35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제 4000~4500원이다. 분식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김밥천국'은 이달 1일부터 대표 메뉴인 김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올렸다.
오므라이스, 된장찌개, 볶음밥 등 다른 메뉴도 대부분 500~1000원씩 올랐다.
서울의 한 할인점에 쇼핑을 나온 주부가 최근 가파르게 오른 물가 때문에 신중하게 물건 가격을 비교하며 물건을 사고 있다. <김호영기자> |
지난해 말부터 밀가루, 치즈, 버터 등 원재로 가격 인상에 못 견딘 동네 피자점들도 가격을 올리거나 줄줄이 폐업하는 추세다.
호텔과 레스토랑 대리주차비도 장난 아니게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특급호텔 대리주차비는 대부분 1만원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롯데, 조선, 신라, 인터콘티넨탈 등 주요 호텔이 모두 대리주차비를 일거에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찜질방, 미용실 값도 자고 나면 어느새 30%, 50%씩 껑충껑충 오르는 추세다. 이대 앞 S미용실은 파마 가격을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렸고, 커트도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했다.
공공요금도 부담이다.
종로구 내수동에 사는 양숙현 씨(31)는 "도시가스 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 같아서 고지서를 살펴보니 '지난 1월부터 소비자요금이 평균 2.6% 올랐다'는 안내문이 있었다"면서 "겨울 동안 집안에서도 양말 신고 옷 껴입으면서 춥게 지냈는데 이제 곰탕 같이 가스를 많이 쓰는 음식은 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 새 학기 앞두고 학원비, 문구류 값도 뜀박질
=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뜀박질하는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가슴에 돌덩이를 얹고 있는 것처럼 무겁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회사원 김수빈 씨(37)는 장바구니 물가보다 줄줄이 오르는 학원비가 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비가 한 달에 64만원에서 71만원으로 오른 데다 방문학습지 비용도 3만1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2000원씩 올랐다. 이것도 국어ㆍ수학 두 과목이니 한 달이면 4000원이다. 가베 교육비도 6만5000원에서 7만원 인상돼 올 들어 교육비 부담만 한 달에 7만9000원이 늘었다.
학원비뿐만 아니다. 문구류 제품들도 한국제지 등 대부분 원자재 업체에서 가격을 인상해 필기류, 복사용지 등 가격이 5% 정도 높아졌다.
또 기름값 상승으로 인해 하우스재배를 하는 풋고추 등 야채류와 화훼류 가격이 올 들어 5~30%, 전년 동기비 40~60%가량 올랐다. 한 주부는 "아이 성적하고 남편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며 최근 시장 물가 상승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이명박대통령 "장바구니물가 잡아라"
첫 국무회의 주재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3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무회의를 갖기에 앞서 한승수 국무총리(오른쪽) 등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제 원자재 값이 올라 공산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항력이나 장바구니 물가는 노력하면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공공요금 억제 방안 추진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달부터 유류세를 10% 낮추고 국민주택기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현 수준인 연 5.2%에서 동결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공요금을 억제토록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대중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에 관해서는 (인상 억제를) 한 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서민 생활비 부담 경감을 위한 유류세 10% 인하와 관련해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들에게 가격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격 인하가 유류 소비 증대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대형차를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세계 경제가 위기여서 우리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가 불가피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국가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차이가 있고, 우리가 세계에서 이런 위기에 잘 대처하는 국가가 된다면 국민이 새 정부에 대해 다소 위안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도전적 경영을 하고 노사가 협력한다면 위기를 상쇄할 수 있다”며 “노동단체가 먼저 경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재계에서도 이에 부응해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 대책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택구입 자금의 경우 연 5.2%, 전세자금은 연 4.5%에서 동결된다. 국민주택기금 잔액은 현재 60조원에 이르며, 올해 추가로 4조5000억원가량이 대출된다.
정부는 또 학원들이 수강료를 부당하게 올려받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고철, 철근, 밀가루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매점매석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재래시장과 영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현재 보급률이 43% 수준인 재래시장의 주차장을 100%까지 높이고 대형 마트의 입점도 합리적으로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물가는 2월에도 크게 올랐다. 통계청은 이날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5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억제선 3.5%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깨졌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도 4.6%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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