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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남편 월급 빼곤 모든게 다 올랐어요"

여행가/허기성 2008. 3. 4. 12:22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에 곡물 원료값 급등은 주부들의 가계 살림살이를 더욱 빠듯하게 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강성지 씨(35)는 지난주 결혼 9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부를 쓰기로 결심했다. 100원씩, 200원씩 야금야금 오른 물가가 쌓여 전체 살림살이에 적잖은 주름살을 만드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밀가루 가격을 40~54%씩 올렸다. 제과ㆍ라면업체들도 잇달아 10~50% 가격을 인상했다. 두 달 전에 4000원 조금 넘던 밀가루(3㎏)는 5000원이고 식용유(900㎖)는 1000원쯤 오른 4750원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샌드를 700원(80g)에서 1000원(100g)으로 300원 올리는 등 10여 품목에 대해 15%가량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해태제과맛동산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롯데칠성은 15개 제품에 대해 출고가 기준 탄산음료는 4~7%, 주스는 7~12% 올릴 방침.

남양유업은 올 들어 맛있는우유GT 가격을 1ℓ당 1750원에서 1850원으로 올렸고, 매일유업도 지난달 매일ESL우유(1000㎖)를 1750원에서 1850원으로 5.7% 인상했다. 밀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소면과 우동 값도 줄줄이 인상됐다.

◆ 찜질방ㆍ헤어숍ㆍ피자점ㆍ대리주차비까지 인상

= 식당, 찜질방, 헤어숍 등 각종 서비스업종 가격도 전방위로 오르고 있어 가계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민 음식인 자장면과 설렁탕 가격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세 식구에 1만원 한 장이면 해결하던 중국집 배달은 이제 옛날 얘기다.

자장면은 2500원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35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제 4000~4500원이다. 분식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김밥천국'은 이달 1일부터 대표 메뉴인 김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올렸다.

오므라이스, 된장찌개, 볶음밥 등 다른 메뉴도 대부분 500~1000원씩 올랐다.

서울의 한 할인점에 쇼핑을 나온 주부가 최근 가파르게 오른 물가 때문에 신중하게 물건 가격을 비교하며 물건을 사고 있다. <김호영기자>

지난해 말부터 밀가루, 치즈, 버터 등 원재로 가격 인상에 못 견딘 동네 피자점들도 가격을 올리거나 줄줄이 폐업하는 추세다.

호텔과 레스토랑 대리주차비도 장난 아니게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특급호텔 대리주차비는 대부분 1만원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롯데, 조선, 신라, 인터콘티넨탈 등 주요 호텔이 모두 대리주차비를 일거에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찜질방, 미용실 값도 자고 나면 어느새 30%, 50%씩 껑충껑충 오르는 추세다. 이대 앞 S미용실은 파마 가격을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렸고, 커트도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했다.

공공요금도 부담이다.

종로구 내수동에 사는 양숙현 씨(31)는 "도시가스 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 같아서 고지서를 살펴보니 '지난 1월부터 소비자요금이 평균 2.6% 올랐다'는 안내문이 있었다"면서 "겨울 동안 집안에서도 양말 신고 옷 껴입으면서 춥게 지냈는데 이제 곰탕 같이 가스를 많이 쓰는 음식은 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 새 학기 앞두고 학원비, 문구류 값도 뜀박질

=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뜀박질하는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가슴에 돌덩이를 얹고 있는 것처럼 무겁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회사원 김수빈 씨(37)는 장바구니 물가보다 줄줄이 오르는 학원비가 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비가 한 달에 64만원에서 71만원으로 오른 데다 방문학습지 비용도 3만1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2000원씩 올랐다. 이것도 국어ㆍ수학 두 과목이니 한 달이면 4000원이다. 가베 교육비도 6만5000원에서 7만원 인상돼 올 들어 교육비 부담만 한 달에 7만9000원이 늘었다.

학원비뿐만 아니다. 문구류 제품들도 한국제지 등 대부분 원자재 업체에서 가격을 인상해 필기류, 복사용지 등 가격이 5% 정도 높아졌다.

또 기름값 상승으로 인해 하우스재배를 하는 풋고추 등 야채류와 화훼류 가격이 올 들어 5~30%, 전년 동기비 40~60%가량 올랐다. 한 주부는 "아이 성적하고 남편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며 최근 시장 물가 상승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이명박대통령 "장바구니물가 잡아라"

첫 국무회의 주재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3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무회의를 갖기에 앞서 한승수 국무총리(오른쪽) 등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민생 관련 장바구니 물가는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제 원자재 값이 올라 공산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항력이나 장바구니 물가는 노력하면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공공요금 억제 방안 추진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달부터 유류세를 10% 낮추고 국민주택기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현 수준인 연 5.2%에서 동결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공요금을 억제토록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대중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에 관해서는 (인상 억제를) 한 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서민 생활비 부담 경감을 위한 유류세 10% 인하와 관련해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들에게 가격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격 인하가 유류 소비 증대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대형차를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세계 경제가 위기여서 우리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가 불가피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국가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차이가 있고, 우리가 세계에서 이런 위기에 잘 대처하는 국가가 된다면 국민이 새 정부에 대해 다소 위안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도전적 경영을 하고 노사가 협력한다면 위기를 상쇄할 수 있다”며 “노동단체가 먼저 경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재계에서도 이에 부응해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 대책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택구입 자금의 경우 연 5.2%, 전세자금은 연 4.5%에서 동결된다. 국민주택기금 잔액은 현재 60조원에 이르며, 올해 추가로 4조5000억원가량이 대출된다.

정부는 또 학원들이 수강료를 부당하게 올려받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고철, 철근, 밀가루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매점매석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재래시장과 영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현재 보급률이 43% 수준인 재래시장의 주차장을 100%까지 높이고 대형 마트의 입점도 합리적으로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물가는 2월에도 크게 올랐다. 통계청은 이날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5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억제선 3.5%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깨졌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도 4.6%나 뛰었다.